▲ 이스케이프 룸의 입구.‘404호’로 들어가는 순간 참가자는 순식간에 연쇄살인마의 거실로 이동하게 된다.
 
●이색놀이 어렵지 않아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린다. 재미를 쫓아 한바탕 신나게 놀고 싶지만 당장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노는 것마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그저 ‘웃프다’. 그렇게 결국 평소 하던 대로 마지못해 PC방이나 술집을 찾던 독자들은 이곳을 주목하자. 오감을 넘어 육감까지 자극할 색다른 놀이 공간, 바로 ‘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스케이프 룸은 말 그대로 방을 탈출하는 놀이이다. 방을 탈출하기 위해서 참가자는 밀실 속에서 제한시간 안에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단순히 수수께끼를 풀고 추리를 하는 것이라면 기존 보드 게임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이스케이프 룸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바로 실제성을 높이기 위해 스파이의 숙소, 감옥 등 실제 상황이 벌어지는 장소를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는 자신이 스파이나 탈옥수가 된 듯한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해보기 위해 이태원에 있는 이스케이프 룸을 찾았다. 이스케이프 룸 주위에는 온통 이태원 특유의 아기자기한 식당이 줄지어 있어 ‘이곳에 그런 무시무시한 공간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하에 내려가 출입문에 들어섰을 때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404호’가 적혀있는 외딴 문과 직원 두 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곧이어 직원이 이스케이프 룸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신은 전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기억이 사라졌고 눈을 뜨니 핏자국과 부서진 가구가 있는 한 거실에 있게 됩니다. 이어 살인의 누명을 씌우기 위해 당신을 이곳에 가뒀고 한 시간 후에는 경찰이 올 것이라는 연쇄살인마의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시간 안에 이곳을 빠져나와야 합니다.” 찬찬히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점점 상황 속에 빠져들어 아찔해졌다. 
 
 게임에 참가한 인원은 총 5명. 혼자 방문한 기자와 친구끼리 온 여성 4명이 한 팀을 이뤘다. 방으로 입장하기 전 모두 안대를 착용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밀실로 들어가니 갑자기 연쇄살인마가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이 들어 몸이 쉽사리 나아가지 않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안대를 벗고 게임을 진행해주세요.” 동행했던 직원이 나가고 안대를 벗으니 현실 속에 있을 법한 거실이 나타났다. 피 묻은 옷가지, 지지직거리는 TV, 음산한 분위기를 내는 음향 등 머리로는 가상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만 몸에서는 자꾸 닭살이 돋았다. 처음 보는 팀원들과는 어색할 겨를도 없이 탈출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소한 단서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추리와 수수께끼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수집했다. 
 
 모아온 단서를 바탕으로 게임에서 제시하는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단서들을 연결하는 추리력과 알쏭달쏭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고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요구됐다. 단서들을 찾는 데만 열을 올렸던 우리 팀은 복잡한 문제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사람 수가 아니란 걸 깨달은 순간 제한시간을 알리는 경찰 사이렌이 울렸다. 결국 탈출에 실패해 5명의 무고한 시민은 끔찍한 살인의 누명을 쓰고 말았다.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고 있던 때에 직원이 방문을 열었다. “방 탈출에 실패해 여러분은 누명을 쓰셨습니다.” 방문을 나서면서 급박한 탈출의 상황이 종료됐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화창한 오후의 이태원을 걸으니 서서히 현실감각이 되돌아오면서 게임 속에서 빠져나왔다.  
 
 사실 기자는 ‘놀이’보다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유가 있으면 가만히 쉬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놀이를 즐기기 위한 흥분보다는 취재를 위한 사명감으로 이스케이프 룸을 찾았던 기자, 그러나 누구보다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게 됐다. 삶을 속박하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방을 탈출해야겠다는 목표에만 즐겁게 몰입했던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