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서포터즈에 울부짖는 청춘
2주차- 누가 청춘을 울부짖게 하나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수업을 듣고 동기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지는 않으신지요. 하지만 그 하루를 돌아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바쁜 일상에 치여 마주치지 못했던 모습을 조명하려 합니다. 두 면의 지면으로 ‘일상의 이면’을 보는 것이죠.

1주차 기획에서는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청춘의 노동이 값싸게 팔리는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학생들은 기업을 ‘서포트’하기 위해 최저시급의 5분의 1도 받지 않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했죠. 아마 그들은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서포터즈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기에 학생들은 대가도 받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일까요? 그 해답을 일상의 이면을 통해 만나보시죠.  
 
 
 
 
청춘 노동 진단
 
‘서포터즈’의 미로 속에서 헤매는 청춘들
스펙만을 좇은 나머지 서포터즈 문제는 보지 못해
미로 밖으로 나와 청년 노동의 실태를 바라봐야 한다
 
학생들은 한 줄의 스펙을 얻기 위해 영화 <메이즈 러너> 속 주인공처럼 달린다. 미로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괴물 그리버와 같은 취업에 쫓기며 경쟁에만 몰두한다. 미로 밖에는 위험한 질병이 도사리고 있는데 눈치채지도 못한다. 그저 남들보다 눈에 띄는 스펙 한 줄만을 바라보며 서포터즈를 하지만 정작 서포터즈 문제는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포터즈’라는 질병이 더 커지기 전, 여러 전문가와 교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문제를 진단해봤다.
 
 
서포터즈라 쓰고 인턴이라 읽는다
만약 한 학생이 기업으로부터 업무를 지시받아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일을 한다면 그것은 서포터즈인가 노동인가. 황선재 교수(사회학과)는 이를 명백한 노동이라고 본다. “지금의 서포터즈는 변형된 무급 인턴과 다를 바 없어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명령에 따라 일을 수행한다면 노동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원 역시 서포터즈 활동이 기업의 이윤과 연관되면 노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포터즈 활동이 기업의 이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당연히 노동입니다. 하지만 기자단, 서포터즈 등의 이름으로 노동이라는 점을 은폐하며 정당한 노동법률을 회피하고 있죠.” 즉, 노동을 ‘서포터즈’라는 단어로 포장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노동문제를 가리는가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서포터즈가 노동의 회색지대 있어 학생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학문적인 정의에 따르면 노동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모든 활동을 뜻하지만, 법적인 의미에서 노동은 근로 계약이 체결된 것만을 의미해요. 전자가 넓은 범위의 노동이라면, 후자는 좁은 의미의 노동입니다. 사람들이 서포터즈를 법적인 부분에서의 유급 노동으로 인식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근로 계약을 맺으면 몇 시간 일을 하고 어떤 보상을 받는지에 대한 명시가 있지만 서포터즈는 기업과 근로 계약을 맺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업은 유급 노동의 경계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학생들 스스로가 서포터즈를 노동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로 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학생들이 기업의 행태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권리의식이 부족하고 직업윤리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어려서부터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사실 서포터즈 문제는 인턴, 비정규직 문제에 비해 작은 부분이죠. 그래서 서포터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아도 쉽게 공론화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황선재 교수는 청년들이 서포터즈보다는 인턴, 비정규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포터즈 문제를 알아채도 쉽게 지나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포터즈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서포터즈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서포터즈를 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김수현 연구원은 학생들이 서포터즈를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고용난’을 꼽았다. 취업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포터즈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업난은 기업이 학생을 상대로 갑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취업을 하기 위해 서포터즈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죠.”
 
 지원자는 차고 넘치는데 일자리는 적다. 황선재 교수는 극심한 고용난이 기업의 눈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한다. “일자리가 차고 넘쳤던 시대에는 서포터즈 같은 스펙이 없어도 취직이 가능했죠. 하지만 지금은 무척 까다로운 조건으로 채용을 해요.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서포터즈 같은 부가적인 활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청년세대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스펙 부담은 그들로 하여금 ‘서포터즈’라는 짐을 사서 지게 만들었다.
 
서포터즈 문제의 해결책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려는 욕심은 학생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고 있었다. 김수현 연구원은 해결의 실마리를 기업보다는 정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윤리보다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서포터즈는 문제 될 것이 없어요. 학생들이 원하는 스펙을 준다는 논리로 말이죠. 기업의 횡포를 막으려면 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합니다.” 법적인 차원에서 무임금이나 저임금으로 기업이 학생의 노동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황선재 교수는 제도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도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는 없어요. 아래에서부터 서포터즈가 노동의 착취라는 점을 이야기해야 개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먼저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공론화시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진 연구원은 효율적인 공론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낙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포터즈로 문제를 일으키는 특정 기업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이 문제를 부각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민사회의 비판을 두려워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포터즈를 착취하는 특정 기업에게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하죠. 이런 식으로 비판의 범위를 넓혀나간다면 몇 년 뒤에는 제도 역시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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