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시고 영화보고 밥먹고, 영화보고 밥먹고 차마시고,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보고….”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대학생들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 매번 같은 놀이를 반복하곤 합니다. 그만큼 놀 거리가 없다는 뜻이겠죠. 각박한 삶에 치여 놀이는 어느새 사치스러운 일로 전락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놀이는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네덜란드의 문화학자 요한 호이징아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를 통해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했는데요. 더불어 놀이가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진다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존재이지만 획일화되고 수동적인 놀이문화 속에서 사람들이 놀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세얼간이는 현재의 놀이문화를 돌아보며 진짜 ‘노는 법’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카페, 영화 등 천편일률적 놀이문화
새 놀이를 찾기엔 시간도 돈도 없다

 
 2010년, ‘헤럴드경제’에서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들만의 놀이문화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62%의 응답자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 ‘대학생의 차별화된 문화 자체가 부족함’을 꼽은 학생이 32%에 달했다. 중·고등학생처럼 보호를 받지도, 직장인처럼 경제적으로 독립하지도 못한 중간자적 존재인 대학생. 놀이문화에서도 별다른 특징 없이 기존에 존재하는 놀잇거리를 답습하는 상황인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 대학생들은 그들만의 놀이문화를 통해 즐겁게 놀고 있을까?
“친구들을 만나면 당연하게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가요. SNS를 보면 다들 그런 식으로 놀잖아요.” 송기림 학생(신문방송학부 3)은 대학생의 놀이문화가 다양하지 않고 획일화된 형태로 굳어져 있다고 말한다. 수업이 끝나면 카페로 향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지겨워지면 술을 마시러 간다. 좀 더 활동적인 취미를 가진 학생들도 친구들과 운동을 하는 것이 전부일 뿐. 획일화되고 수동적인, 요즘 대학생들이 노는 모습이다.

 시간이 많은 주말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주말에도 홍대나 경리단길처럼 소위 ‘핫’하다는 곳에서 맛집 탐방을 하는 정도가 전부에요.” 학교를 벗어나도 노는 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송기림 학생의 말처럼 많은 학생들이 놀이문화가 한정적이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최인영 학생(광고홍보학과 3)은 아예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가끔은 색다르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학교를 벗어나 여행을 가곤 하죠.”

 대학생들이 다양한 놀이문화를 영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학생들은 그 이유로 ‘시간의 제약’을 꼽았다. 수업과 수업 사이 혹은 수업이 끝난 후엔 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홍수경 학생(생명과학과 3)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마냥 놀고만 있기에는 불안하다는 생각에 새로운 놀이를 찾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이유도 한 몫 했다. “찾아보면 즐길 거리는 많겠지만 돈이 드는 것은 꺼려져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소소하게 노는 것이 돈도 적게 들고 좋죠.” 박성진 학생(경희대 사회학과)은 주로 동전노래방에 가거나 과방에서 동기들과 술을 먹는 등 저렴한 놀이 방법을 찾곤 한다. 타지 생활이 많은 대학생들은 과외,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기에도 벅찬 상황. 최유승 학생(심리학과 1) 역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인이 아니면 색다른 놀이 문화를 즐기기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혼자서 노는 것을 택한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 김서희 학생(역사학과 3)은 쉬는 날이면 집에서 TV 시청하는 것을 즐긴다. “평일에 못 본 TV 프로그램을 한 번에 몰아보곤 해요. 시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 볼 수 있고 돈도 안 드니까요.” 여러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PC방에서 게임하기, 영화보기 등 대학생이 즐기는 대표적인 놀이에는 사회적 관계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영화를 보고와도 같이 놀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친구들과 소통하기보다는 각자 영화에 집중하니까요.” 이지원 학생(영어영문학과 4)은 이런 날이면 놀아도 논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놀이문화가 시대를 반영하면서 놀이에 개인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어요.” 주은우 교수(사회학과)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혼자 즐기는 놀이가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다 같이 모여 컴퓨터 게임을 해도 결국 놀이를 즐기는 본인은 모니터와 대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놀이패와 노래패 등 사람 간의 소통과 화합이 중심이 되는 놀이문화가 주류를 이루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놀이문화에는 현실 상황이 반영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주은우 교수는 현재 놀이문화에는 사회에 팽배해있는 경쟁의식, 자본주의 의식 등이 투영돼 있다고 말한다. “놀이에는 자본주의 논리가 개입돼 있어요. 유명 브랜드가 주최하는 이벤트성 놀이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이런 현상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사례에요.”

 이웅규 교수(백석대 관광학부)는 놀이와 일상생활이 분리된 대학생들의 놀이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이를 일상생활을 위한 수단쯤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일상과 여가를 나눠서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의 삶은 비참해집니다. 반면 본인이 하는 모든 행위가 놀이라고 생각하면 생활이 재밌어지고 활력이 생기죠.” 좀 더 건전한 놀이문화를 갖기 위해선 일상과 놀이문화를 구분하지 말라는 이웅규 교수. 일상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 나서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어두운 현실에 쫓겨 제대로 놀지 못하는 대학생들. 그러나 척박한 시대를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활 전반에서 다양한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신선하고 창의적인 놀이문화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진정으로 즐기는 것에서부터 나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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