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랑 변명은 다른 거라고!” 오래 전 한 친구가 씩씩대며 남자친구와 다툰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내뱉었던 말입니다. 친구는 연락이 뜸해진 남자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피곤해서 그래’라는 변명뿐이었다며 푸념했죠. 납득할 만 한 이유 대신 변명만 늘어놓으니 친구 입장에선 남자친구가 더욱 의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지난호부터 시작된 서포터즈 기획을 준비하면서 불현듯 친구의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기업과 인터뷰를 하는 일주일 내내 기자가 들었던 답변은 변명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기자는 기업이 서포터즈 활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 까닭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취재했던 8개의 기업에선 하나같이 딴소리만 늘어놓기 일쑤였죠.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자 답답함을 넘어서 미심쩍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제 친구가 변명을 둘러대는 남자친구를 의심했듯 말입니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서포터즈에 관한 기획을 한다는 소개만 했을 뿐인데 대뜸 ‘열정 페이’라는 단어를 꺼내더군요. 자기들은 열정 페이가 아니라면서. 괜히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 먼저 선수를 치겠다는 심산으로 보였죠. 서포터즈 활동의 대가를 단순히 활동비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서포터즈가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관계자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의 입장에서 미리 관심 있는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더는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인터뷰를 끝냈습니다. 정작 궁금했던 것은 듣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기자가 취재했던 대부분의 기업은 서포터즈에게 충분한 대가를 주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과 혜택을 준다는 변명과 함께 말이죠. 그렇다면 서포터즈가 하는 활동은 기업 측의 말처럼 실무 경험에 해당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서포터즈들이 하는 활동은 대부분 SNS를 통해 기업의 상품을 홍보하는 일이거나 기업의 홍보 UCC를 제작하는 단순한 일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어떤 점에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무 경험이라고 생각했는지 의구심만 들었습니다.

기업들의 변명을 듣는 차례는 지났습니다. 이제 학생들이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들을 차례입니다. 왜 서포터즈의 노동이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턱없이 싼 값에 팔리게 된 것인지, 왜 학생들은 그러한 구조 속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등 우리가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음호 지면에 담아 서포터즈 기획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기업이 온갖 변명들로 감추고자 했던 그 이유를 하나하나 꼼꼼히 파헤치려는 것이죠. 때때로 변명은 떳떳지 못한 이유를 감추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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