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학문의 전당이다. 각각의 학문들은 추구하는 바와 목적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내가 공부하는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수학이라는 학문은 과학의 기초라 불리는 물리학, 화학, 그리고 생명과학과 같은 기본 학문들의 공통적인 언어다. 그러나 해당 학문의 발전을 꾀하면서도 수학은 나름 우리의 삶 여기저기에 스며들어 세상의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공대에서는 기본학문이 사회에 적용될 수 있게끔 하고 있으며 의대에서는 화학이나 생명과학과 같은 학문들을 이용해 인간 혹은 동물에게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에는 내가 공부하는 전공을 비롯해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학문들이 세분화되어 급속한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정원감축을 위한 학문단위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항상 학내 구성원과의 마찰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이 과정들을 반드시 겪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나는 이것이 어느 정도 학교의 일방적인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지침에 의해 정원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하더라도, 정원감축이라는 중요한 의제는 학생들, 교수진과의 충분한 협의를 가져야 한다. 그 이후 외부 언론에 협의된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이 없는 일방적인 언론 통보로 학부 학사구조개편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올해 초 학부 학사구조개편을 진행함에 있어 여러 학생들이 심적 부담과 아픔을 겪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출산율의 저조로 인해 앞으로도 이러한 정원감축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본부는 올해 이후 또다시 정원감축을 위한 운영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원감축을 위한 운영정책의 필요성은 반드시 학부 학사구조개편을 반대했던 학생들에게마저 이해되어야 하며 학내 구성원들과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와 같이 일방적인 통보를 한 후,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반발이 있고 나서야 학내 구성원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행태를 보인다면,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다. 나아가 대외적으로도 중앙대의 위상이 낮아지는 등,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을 잃어갈 것이 분명하다.

이사회의 구성원, 높은 자리에 있는 총장 이하의 모든 보직교수들이 본질적으로 학교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 곳인지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길 바란다. 대기업의 마인드를 가지고 학교를 이익 창출의 도구로 이용하는 행태는 대학의 존재 목적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란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학교의 미래를 위해 더 넓은 시각을 가져 주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대학들을 보면, 운영 체계에 있어 중앙대와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분명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다.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이 창출됨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중앙대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고, 그래서 애교심도 강한 편이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나에게 기쁜 일이 될 수도, 슬픈 일이 될 수도 있다. 중앙대가 내건 슬로건처럼 한국의 중앙, 세계의 중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앙대가 기초학문부터 응용학문까지 해당 학문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적을 충족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 있지만 완전히 실현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앙대가 흔히 청년들이 생각하는 취업사관학교가 아닌 진정한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대학’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이상은 학생
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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