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 그리고 남겨진 것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지난번 연락드린 중대신문 기자입니다. 학교생활에 지쳐 요즘 통 연락을 못 드렸던 터라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 편지를 통해 캠퍼스 풍경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궁금하시다고 한 것이 생각나 다시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서울캠은 요즘 꽤 북적북적합니다. 캠퍼스에 활력이 생겨서만은 아니죠. 30여년 전 나뉘었던 안성캠이 다시 서울캠과 한 몸이 됐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서울캠은 많은 학생들이 생활하기엔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닙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몇 해 전 대운동장과 자이언츠 구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이라는 큰 건물이 하나 지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입학식은 물론 체육대회와 축제도 열렸다고 들었는데 그 대신 지금은 모든 행사가 중앙광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계실 때와 달리 지금은 잔디밭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광장의 수도 줄었고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도 금지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 대학에 가면 잔디밭에 누워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런 풍경이 사라져 많이 아쉽습니다.

 저번에 말씀하셨다시피 지금의 캠퍼스 분위기는 많이 위축된 것 같습니다. 그때의 분위기가 어땠을지 잘 모르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자유로웠다고 들었습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정치 문제, 일상 고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시위와 축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을 정도로 말이죠. 사실상 캠퍼스에 사람은 많지만 함께 모여서 어울리기 보단, 각자 제 할 일을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서울캠이 비좁아지면서 안성캠에는 점차 학생들이 줄어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안성캠은 비교적 그때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도 넓고 넓은 캠퍼스를 누빌 학생들이 얼마 없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안성캠 곳곳에 앉아 재잘거리던 학생들은 하나둘씩 줄어 텅 빈 건물만이 우뚝 서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캠퍼스가 썰렁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 나름대로 그 시대와는 다른 낭만이 있을 것이지요. 물론, 그 수가 예전보다는 적겠지만 지금의 학생들도 여럿이 중앙마루에 모여앉아 게임을 하면서 놀거나 온 학생이 축제를 즐기기도 합니다. 30여년 전처럼 지금도 생일이 되면 ‘청룡탕’에 빠뜨리며 놀기도 하고 캠퍼스 곳곳에 낭만을 즐기는 ‘캠퍼스 커플’들도 많죠. 아직 캠퍼스에는 오랫동안 변치 않은 것들도 많은가 봅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사진을 몇 장 준비해보았습니다. 참고로 당시 함께 학교를 다니셨던 다른 교수님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았죠. 그때 그 곳의 풍경이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한번 보시면 선생님도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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