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 주최 측 입장


너희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닌 경험
 
‘경험’이란 미끼로
 이윤을 낚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대가는 일반적으로 ‘돈’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학생들은 특수한 형태의 노동을 자처한다. 그것은 바로 서포터즈다. 서포터즈 활동의 대가는 돈이 아니었다. 그들은 돈 대신 혜택, 수료증, 경험 등을 받았다. 기업들은 무보수 노동을 ‘실무 경험 기회’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젊은 세대가 필요한 이유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취지는 기업마다 제각각이었다. A기업은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서포터즈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주 고객층인 대학생의 의견을 들으며 자사의 이미지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고객이 체감하는 것과는 간극이 있어요. 서포터즈는 그러한 차이를 메우기 위한 노력의 일종이죠.”

서포터즈의 목적은 비단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만 있지 않았다. 온라인 인문학 강좌 사이트를 운영하는 B기업은 서포터즈의 취지를 ‘인문학의 대중화’로 꼽았다. “사회적으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막상 인문학을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요. 수월하게 인문학을 배우는 법을 알리기 위해 인문학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세대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서포터즈를 운영하게 됐죠.” 서포터즈를 통해 ‘인문학 초짜’인 일반인까지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B기업의 설명이다. 

그럴듯한 취지 뒤에 숨은 진짜 목적
하지만 실제 B기업의 서포터즈가 하는 활동은 인문학의 대중화라는 거창한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활동 내용으로는 ▲SNS&블로그 수강 후기 작성 ▲재학 중인 대학의 명강의·명강사 추천 ▲오프라인 모임 등 3개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B기업은 서포터즈를 통해 학생들이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어도 인터넷엔 자기계발서 같은 추천도서들만 떠요. 그런데 저희 사이트는 대학생부터 일반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보유하고 있죠. 좋은 강의가 많다는 걸 서포터즈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은 거죠.”

주 고객층인 20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포터즈를 주최했다고 밝힌 A기업도 사실상 서포터즈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A기업은 서포터즈 모집 시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공고했다. 이에 A기업의 서포터즈 활동에 지원한 대부분의 학생이 꼽은 동기는 ‘현업 문화 마케팅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정작 경험하는 주된 활동은 SNS를 통해 기업의 홍보 글을 게시하는 것이다. “매달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5,6개의 문화 전시회 중 몇 개를 체험한 뒤 그 후기를 개인 블로그 혹은 SNS에 남겨야 해요. 이를 통해 일종의 홍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죠.” A기업 서포터즈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SNS, 블로그 등의 활동이 활발한 사람’이라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이런 경험 어디서도 못해!
“돈과 같이 보이는 것만이 보상인지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고민해야 해요.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쌓은 노하우나 지혜 역시 눈에 보이진 않아도 또 다른 형태의 보상이기 때문이죠.” A기업은 비용보다는 실무의 경험이 더 가치가 높은 보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현업을 경험하며 경력을 쌓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 강좌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B기업. B기업도 학생들이 서포터즈 활동에 들인 노력보다 더 큰 것을 얻어간다고 말한다.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배운 인문학은 개인의 삶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기업이 인문학적 소양을 원하는 추세에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서포터즈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죠.” B기업의 서포터즈들은 온라인 강좌를 SNS에 홍보하며 활동비를 받는 대신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C기업은 서포터즈가 학생들이 취직하기 전 자신의 적성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취업하는 것에만 연연하죠. 그러니 취업한 후에 이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부작용을 서포터즈를 통해 줄일 수 있죠.” 서포터즈는 자기소개서에 쓰이는 한 줄의 스펙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서포터즈는 오아시스가 아니다
한편 D기업은 서포터즈 활동에 대한 대가로 한 달에 활동비 15만원을 지급한다. 15만원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 것에 대한 대가다. 최저 시급 5580원은 서포터즈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던 것이다. D기업의 서포터즈 대신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적어도 115만원에 달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이에 D기업은 ‘활동비 15만원’이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열정페이라는 지적은 기업이 일에 대한 대가를 주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죠. 저희는 일이 아닌 경험이 목적이기 때문에 열정페이라 볼 수 없어요. 사실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서포터즈가 아닌 구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은 사막과도 같다. 명확한 방향도 목적지도 없지만 어딘가 있을 ‘취업’이라는 오아시스를 위해 ‘서포터즈’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기업들은 그 길의 끝에 오아시스가 있을 것이라며 부추긴다. E기업은 ‘서포터즈 활동을 거쳐 취업한 선배들’이라는 또 하나의 신기루를 선보인다. “최근 우리 서포터즈 3,4,5기 출신 친구들이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모두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올해 모집한 8기 서포터즈에게는 그들이 본보기인 셈이죠.” 하지만 총 120명의 서포터즈들 중 E기업에 입사한 학생은 소수에 불과했다. 어쩌면 기업이 보여준 그 길의 끝엔 정말 신기루만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