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이도 살 수 있는 청춘의 열정

1주차- 서포터즈에 울부짖는 청춘
2주차- 누가 청춘을 울부짖게 하나
 
 
일상의 2(裏)면
 

혹시 ‘서포터즈’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외활동은 학점, 공인어학성적과 함께 3대스펙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기본이라 할 수 있죠. 물론 대외활동에는 봉사, 공모전 등 여러 활동이 있지만, 최근 SNS와 개인 블로그의 영향이 커지면서 서포터즈가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커지는 인기만큼이나 그 폐해도 속출하고 있는데요. 그 폐해를 일상의 이면을 통해 만나보실까요?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이라는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찌감치 ‘스펙 쌓기’ 전선에서 뛰고 있다. 어학공부, 자격증, 학점은 기본. 이제는 어떤 경력을 쌓는지도 중요하다. 그중 단연 인기 있는 것은 서포터즈다. ‘스펙업’ 사이트에 하루 동안 올라오는 서포터즈 모집 광고만 약 20개. A마케터, B홍보대사, C기자단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서포터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학생들은 서포터즈에 관한 여러 의견들을 가지고 있었다.

서포터즈를 하게 되는 이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서포터즈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87명 중 72.4%(63명)가 서포터즈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포터즈를 하고 싶은 이유(중복응답)’에 대해서는 ‘경험을 쌓기 위해’가 71.9% (46명)로 가장 많았다. 박정인 학생(고려대 한국사학과)도 캠퍼스에서 겪지 못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서포터즈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저는 역사 쪽에 관심이 있어서 박물관 전시회를 홍보하는 서포터즈를 할 생각이 있어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전시회 관련 업무를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싶거든요.”

자발적인 동기가 아닌 스펙을 위해 서포터즈를 꿈꾸는 학생도 있었다. 강혜린 학생(패션디자인학과 2)은 자기소개서에 쓸 스펙을 추가하기 위해 다음학기 휴학을 하고 서포터즈로 활동할 계획이다.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자소서에 쓰기 위한 경험이죠. 다들 서포터즈를 하는 이유는 결국 스펙 때문 아니겠어요?” 그녀는 스펙으로 2개 정도의 대외활동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응답자 48.4%(31명)가 강혜린 학생처럼 ‘스펙을 쌓기 위해’ 서포터즈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대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서포터즈를 하고 싶은 이유로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불안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31.3%(20명)로 집계됐다. 최신영 학생(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은 남들보다 스펙이 부족하다는 걱정에 외교부에서 주최하는 해외 안전 서포터즈에 지원해보려 한다. “서포터즈 하는 애들을 보면 저만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려워요. 취업할 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당연히 자기소개서를 한 줄이라도 더 쓴 사람이 붙지 않겠어요?”

기업 대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 
서포터즈를 희망하는 동시에 학생들은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의사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서포터즈를 하게 된다면 SNS로 기업을 광고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아요. 실무에 대해 배우는 것 없이 단순히 기업을 홍보하는 것은 서포터즈가 아니라 무보수 아르바이트 같아요.” 박경익 학생(신문방송학부 2)은 기업의 실무활동을 경험하는 것 없이 온라인상으로만 기업을 홍보하는 것은 ‘서포터즈다운 활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음의 서포터즈와 관련된 내용 중 부당하다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서포터즈에 대해 알고 있는 응답자 87명 중 40.2%(35명)가 ‘실무 경험이 아닌 sns활동’이라고 답했다.

지켜야 할 선으로 ‘활동비’를 꼽는 학생들도 있었다. 서포터즈 활동 중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39%(34명)의 응답자가 ‘활동미 미지급’을 꼽았다. 서포터즈를 할 계획이 있는 정동욱 학생(사회복지학과 2)은 활동비를 주지 않는다면 서포터즈를 할 생각이 없다. “서포터즈 활동에 대한 대가로 활동비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나요?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알려줬는데 뭐가 문젠가?
한편 기업 홍보활동이나 활동비 미지급에 관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보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다. 4.59%(4명)의 응답자가 서포터즈의 활동이나 대가에 대해 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집 시 미리 명시했으므로’가 75%(3명)로 가장 많았다. 한 응답자는 “활동비 미지급이나 활동에 관한 내용을 미리 기업에서 공지한다”며 “애초에 학생들도 알고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강혜린 학생은 서포터즈 활동이 기업뿐만 아니라 학생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포터즈를 하면서 기업을 홍보하는 활동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손해 볼 것은 없죠. 홍보도 기업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오히려 서포터즈를 하며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즉, 홍보도 그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는 것이다.

결국은 기업을 위한 것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서포터즈를 주최하는 취지나 의미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서포터즈를 주최하는 취지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중복응답)’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81.6%)가 ‘비용 없이 기업을 홍보할 수 있어서’를 꼽았다. 유미나 학생(인문대·가명)은 기업에서 서포터즈를 주최하며 내거는 명분과 그들이 취하려는 실리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서포터즈 공고 내용을 보면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SNS 이웃이나 팔로워 수예요. 스펙을 바라는 청년세대의 심리를 이용해 기업을 홍보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이죠.”

서포터즈가 실제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학생도 있었다. 최신영 학생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포터즈에 지원하려 하지만 실제로 서포터즈가 취업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서포터즈를 하면 자기소개서에 한두 줄 정도 적을 수는 있겠죠. 서포터즈의 활동이 회사의 실무를 직접 배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