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흡연구역

 
 1969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치안이 불안정한 특정 골목을 지정해 두 대의 중고 자동차를 일주일간 방치한 후 변화를 관찰했죠. 두 자동차에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대는 보닛만 열어둔 상태였고 다른 한 대는 창문도 살짝 깨 놓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 후 두 자동차의 상태는 천지 차이였습니다. 보닛만 열어놓은 자동차는 일주일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지만 창문도 조금만 깨 놓았던 자동차는 더욱 심하게 파손돼 완전히 폐차 상태가 돼 있었는데요. 자동차의 깨진 창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차가 버려졌다고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차를 훼손해도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죠. 단지 유리창을 조금 깨 놓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후 짐바르도 교수는 ‘깨진 유리창 법칙’을 발표합니다. 처음엔 조그마했던 문제나 차이도 방치하면 어느새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다는 것이 이 법칙의 핵심이죠.
 
 서두부터 깨진 유리창 법칙을 제시한 이유는 바로 303관(법학관)을 맴돌고 있는 매캐한 담배 연기를 설명하기 위해섭니다. 지난 2012년 서울캠 총학생회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울캠 내 무분별한 흡연을 줄이기 위해 11개의 흡연구역을 지정했습니다. 2013년엔 법학관 지하 1층 외부에도 흡연부스를 설치해 법학관 건물 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들은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흡연자들은 다시 법학관의 테라스를 꿰찼습니다. 법학관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이라면 각 층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다수의 흡연자를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법학관 1층과 지상 6층에 흡연구역이 버젓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금연구역에서 라이터 불을 댕기고 테라스의 잠긴 출입문을 슬그머니 열곤 합니다. 비흡연자들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죠.
 
 법학관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도 처음에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사이, 금연구역을 드나드는 흡연자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어때…’하는 마음들이 하나둘 더해졌고 결국 어느새 법학관 테라스는 흡연구역‘화’ 되고 말았죠.
 깨진 유리창에서 떨어진 파편 더미가 쌓여가듯 담뱃재와 담배꽁초도 법학관 테라스에 쌓여가고 있습니다. 짐바르도 교수는 실험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폐차 지경까지 가버린 자동차를 목격해야 했죠. 법학관은 어떨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법학관의 ‘비공식’ 흡연구역으로 함께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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