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이다. 이처럼 흡연에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흡연은 신체를 파괴하는 행위지만 흡연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만 성립하는 권리일 뿐이다. 흡연자들의 ‘성립될 수 없는’ 권리 행사 실태를 중대신문이 파헤쳐봤다. 
 
▲ 지하 1층에 흡연부스가 있지만 많은 흡연자들은 여전히 2층 테라스를 이용한다.

 오후 1시 15분, 303관(법학관) 계단을 오르던 중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담배 냄새였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8층 테라스를 내려다봤다. 역시나 담배 냄새는 테라스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서너명의 흡연자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테라스 밖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이 열었던 출입문이 닫히기도 전, 이미 담배 냄새는 복도까지 침입해 인상을 찡그리게 했다. 강의가 끝난 후 흡연자들이 자주 모인다는 2층 테라스로 발길을 옮겼다. 대강당에서 빠져나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테라스로 향했다. 긴 강의 시간 동안 참아왔던 니코틴을 충전하려는 듯, 각자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뱃갑을 꺼내는 그들의 모습은 해맑았다. 그러나 테라스 문이 열린 후 복도까지 넘어온 담배 냄새 때문에 주위를 지나는 비흡연자들의 표정은 한껏 일그러졌다. 흡연자의 행복이 비흡연자의 불행이 되고 있었다. 이에 중대신문은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그 실태를 잠복취재 해봤다.

흡연자에겐 너무 먼 흡연구역
 법학관에서 가까운 흡연구역은 지하 1층의 흡연부스와 지상 6층의 야외 쉼터다. 이 두곳의 흡연구역을 제외한 법학관 건물 전체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법학관에서 강의를 듣는 흡연자는 두곳의 흡연구역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 원칙을 지키지 않는 흡연자들이 많았다.
 
 법학관 흡연자들의 건물 내 흡연 수법은 저층과 고층으로 구분된다. 저층의 흡연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는 법학관 2층 테라스와 3층 쉼터다. 해당 장소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개방하고 있으나 현재는 흡연자들만의 쉼터가 돼버렸다.
 
 비흡연자들은 테라스와 쉼터를 찾지 않게 됐다. 불쾌한 담배 냄새로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홍성준 학생(경영경제대·가명)은 “2층 테라스는 모든 학생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새 흡연자들만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며 “2층 법학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바람을 쐬고 싶어도 더 이상 2층 테라스를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층의 흡연자들은 주로 5,7,8층의 테라스를 이용한다. 주목할 점은 항상 개방돼 있는 2층 테라스 및 3층 쉼터와 달리 5,7,8층 등 고층의 테라스는 안전문제로 인해 항상 폐쇄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고층의 테라스에서도 출입문 우측 창문을 통해 몸을 욱여넣었다. 창문을 통해 테라스로 들어간 흡연자는 함께 온 흡연자들이 테라스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폐쇄돼 있는 출입문을 열어줬다. 이와 같은 수법 때문에 5,7,8층의 테라스에는 수업시간을 전후로 다수의 흡연자가 몰리고 있었다.
 
 피해를 보는 것은 5,7,8층 테라스 앞 복도를 통행하거나 해당 층 강의실을 이용하는 비흡연자 학생들이다. 테라스에서 흘러나온 담배 냄새가 복도와 강의실에 퍼지고 테라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어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이다. 테라스 옆 801호에서 수업을 듣는 한주선 학생(경영경제대·가명)은 “흡연자들이 테라스 밖으로 나올 때면 담배 냄새가 복도에 풍겨 불쾌할 때가 있다”며 “6층에 흡연구역이 버젓이 있는데도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편을 겪는 것은 비흡연자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흡연자들이 바닥에 담뱃재와 담배꽁초를 버리고 있어 미화원들이 불필요한 청소업무까지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학관 3층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정순옥 미화원(가명)은 “3층 쉼터에는 쓰레기통도 없어 학생들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다”며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고 학생들이 뱉은 가래침을 지우느라 청소량이 많아지곤 한다”고 말했다. 담배꽁초를 계단에 버리는 흡연자도 있었다. 7층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이복수 미화원은 “아침에 출근하면 계단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할 때가 있다”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담배꽁초를 줍는 작업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호원들의 업무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흡연자들이 열어놓은 5,7,8층 테라스의 출입문을 잠가야하기 때문이다. 오성훈 방호원(가명)은 “순찰하면서 열려있는 테라스 출입문을 잠그지만 흡연자들이 곧 다시 열어놓는다”며 “심지어 미화원들이 담배꽁초를 치우기 위해 출입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할 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일부 방호원은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것을 발견해도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장석정 방호원(가명)은 “처음엔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흡연자들을 타일렀지만 효과가 없어 지금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법학관 근처 지정된 흡연구역으로는 지하 1층, 지상 6층 외부가 있다. 그러나 법학관 내부에서의 흡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주로 흡연 장소로 오용되고 있는 법학관 내부는 지상 2,3,7,8층이다.
 
범행을 아는 가해자, 모르는 피해자
 취재 결과 ▲2층 테라스 ▲3층 쉼터 ▲5,7,8층 테라스를 이용하는 흡연자 중 상당수는 해당 구역이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 구역을 흡연 장소로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흡연자들은 동조심리와 번거로움을 이유로 들었다. 이미 많은 흡연자가 해당 구역을 흡연 장소로 이용하고 있고 지하 1층과 지상 6층에 있는 흡연구역까지 이동하기는 번거롭다는 것이다. 송원준 학생(사과대·가명)은 “2층 테라스가 금연구역인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흡연자가 거리낌 없이 그곳에서 흡연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문제의식을 느끼진 못한다”고 말했다. 장수현 학생(법학전문대학원·가명) 또한 “흡연구역까지 이동하기 번거로워 흡연구역인지 가리지 않고 사람이 적은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편이다”고 말했다.
 
 해당 구역이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다수의 비흡연자가 모르고 있었다. 이미 많은 흡연자가 해당 금연구역에서 흡연하고 있어 그곳이 당연히 흡연구역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김동하 학생(경영경제대·가명)은 “2층 테라스가 금연구역인지 몰라 복도를 지날 때 담배 냄새로 불쾌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연구역을 흡연구역으로 착각하고 있는 미화원도 있었다. 방지호 미화원(가명)은 “옛날부터 2층의 테라스들에서 학생들이 자주 흡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이 금연구역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흡연자의 자발적 노력 필요
 이에 대해 서울캠 총무팀과 총학생회(총학) 측은 법학관 건물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제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건물 내에서의 흡연이 위법이지만 대학본부가 이런 흡연자들을 일일이 적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캠 총무팀 최웅규 팀장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처벌할 방안은 딱히 없다”며 “교직원들이 항상 법학관을 순찰하며 금연구역의 흡연자들을 적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총학 역시 흡연자들이 흡연구역을 이용하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으며 이를 준수하게 만들 방법은 흡연구역을 재조정하거나 늘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캠 한웅규 총학생회장(아동복지학과 4)은 “207관(봅스트홀)과 103관(파이퍼홀) 쪽 흡연구역이 부족해 보여 서울캠 학생지원팀과 총무팀 측에 흡연구역 확대와 관련된 비품 증원을 요청해놓은 상태다”며 “하지만 법학관 근방에 있는 기존 흡연구역을 늘리거나 재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총무팀 측은 캠퍼스 내 흡연 문제의 해결은 흡연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최웅규 팀장은 “모든 학생이 즐거운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흡연구역을 준수하려는 흡연자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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