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진심이 필요해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09.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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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시를 썼습니다. 섬처럼 홀로 떠 있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시인은 군중 속의 고독을 달래줄 수 있는 섬의 존재를 동경하는데요. 이는 많은 인간관계를 맺지만 저마다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일 겁니다. 타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은 어떨까요. 이번주 세계의 눈에서는 ‘친구(인간관계)’라는 주제를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풀어보았습니다. 

 

예솔 : 안녕하세요. 저는 세계의 눈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단 : 다들 반갑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왔고요. 국어국문학과 석사 1차입니다.
임스 : 반가워요. 케냐에서 온 제임스라고 합니다. 경영학부 4학년이에요.
엔 : 저는 베트남에서 왔고요. 정치국제학과 석사 2차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 이번 주제는 ‘친구’인데요. 친구 및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다들 한국인 친구는 잘 사귀셨는지 궁금해요.
: 중앙대에 중국 학생들이 많다 보니 저는 주로 중국 친구들과 어울려 다녀요. 한국 학생들을 사귈 기회는 별로 없었죠. 대신 한국어를 가르쳐주신 어학당 선생님들이 한국에서 만난 가장 좋은 친구 같아요. 대학원에 지원할 때나 한국 생활을 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 많은 힘이 되었거든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고요.
: 예쁨 받는 학생이었나 봐요. 나는 어학당 선생님들한테 연락 안 오는데.(하하) 저는 외국인 친구보다도 한국 친구들이 많은 편이에요.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학생 수가 적어서 모임이 많지 않거든요.
: 저는 같은 학과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학교생활도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평소에도 함께 공부하고 봄에는 다 같이 벚꽃 구경도 가고.
: 한국 학생들과 정말 잘 어울리고 계시네요.
: 한국 친구들이 호의적으로 대해줬어요. 참 고맙죠.
: 제가 느끼기에 한국 학생들은 영어를 잘하는 편인데도 막상 외국인을 보면 피하더라고요. 제가 한국말을 하고 나면 그제야 훨씬 친근하게 다가와요.
: 한국 학생들이 먼저 다가오지 않아서 친해지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알고 나면 적극적으로 도와줘요. 부끄러움이 많은 것이더라고요. 
: 중앙대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진짜 친한 친구는 두 명이 있어요. 중국인 친구, 한국인 친구, 저까지 3인방이죠. 1학년 때 처음 만난 후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셋이서 중국이랑 제주도로 여행도 다녀 왔고요. 한 명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이유를 불문하고 다 같이 모여요. 돈 없으면 서로 용돈도 보태주고.
: 와, 진정한 친구네요.
: 우정은 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것 같아요.
: 그래도 낯선 땅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다 보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을 텐데요.
: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말은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사고방식이 다를 때는 ‘아, 여긴 어쩔 수 없는 타국이구나’라고 느꼈죠. 한동안 집에만 있기도 했어요. 학교 수업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밖에 나가지 않았죠. 좋은 교수님을 만나서 상담한 뒤로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쪽을 택하게 됐어요.
: 사실 유학생들은 진짜 외로워요. 저는 중앙대에 처음 왔을 때 몇 년간 혼자 흑인이었어요. 케냐에 대해 잘 아는 한국 사람도 없었고요. 친구들과 다 같이 어울려 놀 때는 즐겁지만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나 진짜 혼자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졌죠. 밤만 되면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이랄까. 특히 이번학기는 두 친구가 각각 취업을 하고 휴학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참에 그냥 23학점을 수강하며 바쁘게 살고 있죠.
: 저는 다행히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고 베트남 학생회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학과 인원이 20명이 채 안돼서 동기끼리도 친하게 지내고요.
: 20명이라니 부럽다. 경영학부는 인원이 많아서 반별로 나뉘어 있거든요. 주로 같은 반 학생끼리 밥을 먹고 수강신청도 함께 해요. 

서울에 가면 서울법을 따르라 
: 한국에서만 느낀 인간관계의 특징이 있다면요?
: 한국 학생들은 보기에는 모두 친구 같아 보여요. 단체로 어울리는 일도 많고요. 중국에서는 단체 모임이 많지 않거든요. 반면 한국 학생들은 두루두루 다 같이 친한 느낌이에요.
: 술자리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일도 많은 것 같아요.
: 보통 친한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는데 한국은 술을 마시면서 친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시지만 한편으로는 다 같이 어울리는 술자리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보이기도 해요.
: 그래도 저는 별로 안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불편해서.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술자리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기는 힘든 것 같아요. 순간적인 분위기에 취해 친해지기는 쉬워도 막상 다음날 술이 깨고 나면 다시 연락하기 애매하더라고요.
: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예의가 참 바른 것 같아요. 그래서 진심으로 하는 행동인지, 예의상 하는 행동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말 친절하고 여러모로 고마운 언니가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면서도 자주 연락하고 꼭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그 이후로 결국 못 만났어요. 일이 바빠 미안하다며 매번 약속을 미뤘죠.
: 다들 만나자는 말은 잘해.(하하)
: 이제는 한국 문화를 알게 되면서 그런 점들도 이해하고 마음만으로 인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 특이했던 건 한국 친구가 자신이 먹으려고 사온 음료수를 저한테도 권하더라고요. 케냐였다면 처음부터 친구를 줄 목적으로 음료수를 두 개 샀을 텐데. 그때는 진짜로 주는 건 줄 알고 덥석 받았어요. 케냐에서는 상대방이 주는 건 받는 게 예의거든요. 특히 먹을 거. 근데 받고 나니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어, 진짜 받았네’하는 눈치.(하하) 이럴 때 거절하는 것이 한국의 방식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 외국인 입장으로서 머리 아플 때가 많겠네요.
: 사회적 맥락을 모르니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어려워요.
: 예의상 하는 행동은 인간관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진정한 친구라면 그런 것 상관없이 편해야죠. 그러고 보면 특히 서울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살지만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것 같아요. 각박한 환경 때문이겠죠.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도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 인간관계가 끈끈해요. 같은 지역 사람끼리는 누가 어느 집 아들인지, 각자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서로 다 알고 지내죠.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층에 살면서도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놀라웠어요. 

가깝고도 먼 우리
: 어른이 되면서 피상적인 인간관계가 늘어가는 듯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 친구는 다르다고도 하고요. 그런 것 같나요?
: 어릴 때는 어떤 친구를 사귈 것인가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쉽게 사귀는 것 같아요. 자라면서 좋은 친구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죠.
: 중국도 비슷한 분위기에요. 대부분 고등학교 때는 입시공부를 하느라 다른 것에는 관심을 가질 수가 없죠. 그때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대학에 입학하며 자신의 관심사, 목적에 따라 점점 순수한 인간관계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 고등학교 때 친구는 같이 노는 관계잖아요. 그런데 20대가 되면 책임감도 생기고 고민이 많아지면서 사람을 사귀는 데에도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 친구를 사귈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 한국에서 3인방이 친해지기 전에 함께 어울리던 미국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저랑 가치관이 너무 달랐죠.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새로 산 명품을 자랑하기 일쑤였어요. 같이 수업을 들을 때도 옆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만 하니까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연락을 하지 않고 관계를 끊었죠.
: 서로 본받으며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하신 거네요.
: 맞아요. 어떤 친구는 집이 부자라서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이 있는 거니까요.
: 저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요. 마음이 통하고 편하면 그게 제일 좋은 거죠. 물론 서로 방해가 된다면 애초에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 가끔 그 친구를 떠올리면 ‘내가 이기적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나를 친구로 생각했을 텐데, 내가 참았어야 했나 싶고요. 참 복잡한 문제 같아요. 
 
평생 친구의 조건
: 모두가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된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마음이 통하는 서로의 짝은 따로 있는 걸까요?
: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친구가 되려면 서로 자신에 대해 알려줘야 하죠.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좋고 싫음, 자신의 성향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편한 관계를 맺는 방법인 것 같아요.
: 제 생각에 친구는 일부러 ‘만드는’ 존재가 아니에요. 의식적으로 친구가 된다면 서로 지켜야 할 게 많아지죠. ‘나는 친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얘는 왜 그만큼 하지 않지?’라고 생각하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저와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우연히 만난 그 친구의 친구와 더 친해졌죠. 결국 목적이 있던 친구와는 연락이 끊겼어요. 준비 없이 자연스럽게 맺어진 친구가 더 오래가더라고요.
: 의도적으로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관계는 이유나 목적이 사라지면 금방 깨지기 쉽죠.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이 통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다가도 생각날 때 전화를 걸어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여야죠.
: 맞아, 그게 진짜 친구지.
: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친구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사람끼리도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진정한 우정은 자주 보지 못해도 그 친구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그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하하)
: 쿠엔씨 낭만적이다.
: 저는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 잡지를 봤어요. 그 후에 오랜 대학 친구가 저한테 연락도 없이 그 잡지를 선물해줬죠. 사소한 것에도 제 생각을 한 것을 보며 ‘역시 내 친구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단
(국어국문학과 석사 1차)

한중일 3개 국어에 능통한 중국 인재. 학부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일본이 아닌 한국 유학을 결정했다. 한국 사람의 열정적이고 편안한 매력을 느낀 그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문채원이다. 극 중 역할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작품에 임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쿠엔
(정치국제학과 석사 2차)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사랑하는 베트남 대학원생. 한국어를 전공하고 베트남에 주재하는 한국 대사관에서 6년간 일한 그녀는 현재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훗날 베트남으로 돌아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제임스
(경영학부 4)
어느덧 한국생활 5년 차의 베테랑. 케냐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던 20대 후반 무렵, 큰 뜻을 품고 한국행을 택했다. 개발도상국에서 고도성장을 이룩한 한국처럼 케냐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경영학과 더불어 정치학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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