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서점 앞을 지나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를 보았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바로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마침 중대신문에 실을 글을 생각하던 차에 이 문구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좋은 실마리가 되리라 생각했다.

 사랑과 호기심이 삶을 더 풍성하게, 더 넓게 만든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말이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사랑과 호기심을 품고 살아가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느낄까? 같은 또래인 아들이 있어서 요즘 대학생들이 얼마나 바쁘고 고민이 많은지 알고 있다. 7포 세대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지난 세대보다 조금 더 빨리 꿈과 낭만을 빼앗기고 현실에 내몰린 젊은이들이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과 호기심 같은 무형의 가치를 이야기하다니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하게도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것이 정석(定石)이기 때문이다. 정석에서 벗어나 눈앞의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기책(奇策)을 묘수, 혹은 꼼수라고 부른다. 묘수 세 번이면 그 바둑은 진다고도 한다. 논어에는 ‘멀리 생각하는 헤아림이 없으면 가까운 장래에 근심이 있게 된다(人無遠慮 必有近憂)’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우리가 장래를 준비하고 결정하는 데에는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못지않게 건전한 가치관과 긴 안목의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미국의 전문경영인 상당수가 학부에서 사학·철학·미학 같은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윈은 지금도 『영웅문』 등을 쓴 무협지 작가 김용(金庸)의 소설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학문에도 추세가 있다.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서 이 분야가 떴다가 저 학문이 뜬다. 이렇게 본다면 소위 기업들의 요구에 맞는 전공도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뿌리를 단단히 하는 것이다.

 대학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의 몇 배가 되는 시간을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을 온축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 여러분이 사는 동안 앞으로 몇 번이고 사회의 흐름이 바뀔 것이다. 변화의 박자는 우리 기성세대가 살아온 세상보다 빨라지면 빨라졌지 절대 느려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어쩌면 앞으로 종사할 업계에 따라 열 번 이상의 변화를 겪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우리가 대학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당장 구미에 맞는 교육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 번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여러분을 폭넓은 교양과 사고의 깊이를 겸비한 지성인으로 키워내는 곳이 대학이라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 여러분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으로 더욱 풍요로운 한 학기를, 나아가서는 앞으로의 삶에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대학생활을 보내고 가치관과 통찰력을 키워나가기 바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래 보겠는가?

노인숙 교수
중국어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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