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 최근 전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이 말 기억하시나요? 바로 강제로 징용됐던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우토로 마을’을 방문한 유재석씨가 강경남 할머니께 드린 말입니다. 아직까지 하수도 시설이 없어 비가 오면 마을 전체가 물에 고이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어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죠.

 이처럼 아픈 기억을 담고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 형태를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부릅니다. 비극적인 사건을 잊지 않고 다시는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죠. 특히나 한국에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우여곡절의 역사가 있었기에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많습니다. 이번주 세얼간이들은 서울의 다크 투어리즘 장소 3곳을 직접 방문해봤습니다.
 
▲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관광도 즐기는 ‘다크 투어리즘’은 수학여행의 프로그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문화 돋보기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논란을 빚고 있는 ‘하시마섬’. 일제강점기 많은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던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하시마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극의 장소를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높아지는 관심에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전쟁과 재난·재해같이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방문하는 관광 형태를 말한다. 유대인 400만명이 학살된 ‘아우슈비츠 수용소’,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그라운드제로’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장소를 방문하는 기존 관광과는 다른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승구 교수(강원대 관광경영학과)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등의 비극을 겪게 됐다”며 “이때부터 사람들은 대량학살과 죽음 등 상처의 현장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한 것 또한 다크 투어리즘이 등장하는데 한몫했다. 박종구 교수(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는 “과거에는 치욕의 장소나 부끄러운 기억들을 잊어버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치부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관광업계 역시 기존에 이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장소인 다크 투어리즘 명소에 주목하면서 많은 관광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방문하면 일반적으로 기분이 즐겁기보다는 우울해지고 슬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아픔이 서린 장소를 찾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교육적인 측면에 있다. 송광인 교수(전주대 관광경영학과)는 “사람들이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는 것은 안전이나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자 하는 취지가 크다”며 “가족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자녀를 위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더 나아가 안전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관광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는 발길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연구나 제도적 장치 마련이 미진한 상태다. 현재 국내에는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장소나 기념물을 선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역사적 배경이나 스토리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종구 교수는 “장소에 대한 선정 기준이 없고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방치된 장소들이 있다”며 “또한 특정 사건과 연관된 장소들을 연결하거나 시간순으로 나열할 수 있는 곳들을 묶는 등의 연계 프로그램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다크 투어리즘이 성립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는 그 장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아니라 원형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해요. 치욕의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야만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죠.” 김영규 교수(계명대 관광경영학전공)는 원형을 파괴하면서까지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관광 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미 만들어진 다크 투어리즘 장소의 체계적 관리만큼이나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잠재적 장소의 개발 방법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이념적 접근과 해석 역시 문제시되고 있다. 이념대립으로 인해 희생이 일어났던 곳에 대한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구 교수는 “다크 투어리즘의 목적은 생명과 평화, 그리고 인간의 존엄적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다”며 “좌·우의 이념적 색채를 버리고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의 다크 투어리즘.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연구와 제도 등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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