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를 규정한다. 소위 ‘나댄다’는 말이 한때 유행하면서 우리는 무의식중에 어떤 일에 나서길 주저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최근 생겨난 ‘관종’ 역시 마찬가지다. SNS에서 ‘나대는’ 사람을 관종이라 일컬으면서 언제부턴가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소소한 일상보다는 동영상이나 기사 등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 관심을 받으려는 사람에게 ‘종자’라는 단어를 붙이면서까지 혐오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드는 의문들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당신은 왜 관종을 욕하는가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튀는 것을 싫어합니다. 마치 강의시간에 과하게 질문하는 학생에 대해 좋은 시선이 가기보다는 께름칙한 감정이 드는 것처럼 말이죠.” 김성윤 강사(교양학부대학)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튀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튀는 사람은 다수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간주돼 관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것이다.

이민영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겸손이 미덕’이라는 사회 분위기에서 관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스스로 자기 자랑을 하면 외면을 받기 쉽잖아요. 어릴 때부터 겸손은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겸손과 겸양을 미덕이라 생각하고 자란 우리에게 온라인의 관종은 ‘꼴불견’이었다.
 
관심을 끌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진 욕망이지만
우리사회에선 참아야 된다

학생들이 관종을 욕하는 원인을 이장주 교수(심리학과)는 ‘스펙을 쌓는 세대’에서 찾았다. 남들보다 낮은 학점과 토익점수 등으로 인한 박탈감을 관종에게 퍼붓는다는 것이다. “인정과 관심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스펙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 사람의 탓을 못하지만 게시글 하나로 관심을 끄는 관종에 대해서는 쉽게 욕을 할 수 있죠. 즉, 스펙 사회로 인한 박탈감을 관종에게 푸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스펙 사회에서 뺨을 맞고 관종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다.
 

관종과 SNS의 연결고리
그는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로 ‘존재감’을 꼽았다. SNS에 글을 올리면서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는 것이다. “SNS에 글을 게시하면 댓글이나 ‘좋아요’ 등의 알림이 즉각적으로 울리잖아요. 그러한 반응을 보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는 것이죠.”

SNS는 관심을 끌기에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이장주 교수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관심을 끌기 쉽다고 말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명품을 사는 등 아무리 돈을 투자하더라도 튀는 데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온라인은 포토샵을 하거나 예쁜 사진을 퍼오며 또 다른 자신을 쉽게 만들 수 있죠. SNS는 시간, 노력, 돈 등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관심을 최대로 끌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종하면 SNS가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만큼 이들을 향한 혐오가 표출될 가능성도 같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준희 강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관종을 뒤에서 욕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SNS에서도 혐오를 표출합니다. 관심뿐만 아니라 혐오 역시도 SNS를 통해 쉽게 표현되고 있죠.”
 

‘관종’프레임이 위험한 이유
이장주 교수는 관종을 비난하는 사람도 관심을 바라는 관종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이 재벌을 욕하고 질투하는 이유는 돈과 권력을 얻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관종도 마찬가지예요. 관종이라 욕하는 사람들 역시 관심을 받고 싶기 때문에 관종이 싫은 것입니다.”
 
관종 보다는 혐오의 문제가 커
관종이라는 무차별적 비난은
폭력만큼이나 위험하다

이민영 교수는 관종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SNS 상에서의 모든 행위를 관종이라 매도하는 것은 위험해요. SNS에서 포스팅을 할 때 실제보다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러한 것까지 관종이라며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분별없이 관종을 혐오할 경우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행위까지도 ‘관종짓’으로 부풀려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준희 강사도 관종이 혐오의 문제가 되었을 때를 우려했다. “혐오란 무차별적으로 특정 집단을 미워하는 것이죠. 관종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입니다.” 도덕적, 윤리적인 정당성도 없이 불만을 조직화해서 특정 집단을 탄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종 문제의 해결은?
그는 이러한 현상이 혐오에 대한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혐오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혐오를 표출하는 행위가 문제라고 배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혐오를 표출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죠.” 즉, ‘혐오 표출’의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민영 교수는 관종을 욕하는 사람들도 관종과 비슷한 행위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관종이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때에 따라 관심을 구하는 행위를 하고 있어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반성하며 상대방을 관종이라는 단어로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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