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남긴 말이다. 그의 명언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SNS를 애용하는 오늘날 학생들도 인생을 낭비한다며 ‘관종’이라는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셀카와 감성글로 타임라인을 채워가며 ‘관심’을 받는 것이 과연 헛된 일일까. 적어도 취재 중 만난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남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우리의 타임라인을 공개합니다
‘오늘 또 넘어졌다ㅠㅠ 왜 난 자꾸 넘어지는 걸까?’ A학생(서울과기대)은 SNS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가끔 엄청 힘들 때 ‘누군가 말을 걸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쉬운 방법이 SNS 아닌가요?” 이른바 ‘감성 돋는’ 글을 올리면 하나둘씩 댓글이 달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물론 그중에는 ‘오글거리게 왜 이러냐’는 시큰둥한 반응도 있지만 친한 친구 몇몇은 ‘무슨 일 있냐’며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걱정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고궁과 민속촌을 견학하는 것이 취미인 B학생(사과대). 찾아다니는 만큼이나 사진 찍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루에 최소 한 번은 SNS에 사진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백 장 정도 찍는데, 그중 예쁘게 나온 사진 몇 장은 SNS에 올려요. ‘좋아요’ 개수가 많아질수록 만족감도 높아지죠.” 여기에 재치있는 글까지 추가하면 더 생기있는 사진이 완성된다.

“셀카를 찍었는데 예쁘게 나오면 저만 보기 아깝잖아요. 자연스레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여기에 포토샵으로 여기저기 손대서 사진이 더 예뻐지면 기분이 뿌듯해져요.” 셀카봉에 셀카 렌즈까지 필수품으로 들고 다니는 C학생(인문대)은 사진이 잘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SNS를 켠다. 친한 친구들은 ‘얘 누구냐’며 장난을 치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도 ‘좋아요’ 정도는 눌러주는 편이다. 가끔 ‘예뻐졌다’는 소리라도 듣는 날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진다.

“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진이 잘 나오면 자랑하고 싶어서 SNS에 사진을 올리죠. 친구들이 연애한다고 떠벌리는 것이나 제가 SNS에 사진을 자랑하는 것이나 다를 게 있나요?” D학생(공대)의 타임라인은 자신만의 작은 갤러리다. 본인이 찍은 사진을 보고 부러워할 누군가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한다. 칭찬은 물론 아쉽다는 댓글까지, 그는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나를 드러내는 창구 SNS 

관종이라 비난하지 마라

너도 관종일지 모른다

E학생(인문대)은 SNS를 하나의 공론장이라 생각한다. 감정이나 사견이 담긴 글을 올리며 SNS 친구들과 의견을 공유한다. “댓글을 보면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을 알 수 있죠. 남들과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좁았던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요.” 그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은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가 관종이라고?
“타임라인을 ‘눈팅’하다가 심금을 울리는 글이 있으면 SNS에 공유하고 싶죠. 근데 요즘 사람들이 그런 행동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A학생은 최근 SNS에 글을 올리는 횟수가 뜸해졌다. 조금이라도 감성적인 글을 올리면 대놓고 ‘관종이냐’는 반응이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공유할 때 전체 공개가 아닌 친구 공개 버튼을 조심스레 누른다. 평소 ‘멘탈’이 강한 그에게도 관종이라는 단어는 상처였기 때문이다.

“힘들고 우울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걱정은커녕 관종이라는 비난을 받았죠. ‘너 왜 관심받고 싶어서 우울한 척, 힘든 척 하냐?’는 식이었어요.” F학생(사과대)은 진심으로 쓴 본인의 글이 ‘관종’이라는 단어로 폄하돼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물론 친구 사이에 금이 가는 게 싫어 웃고 넘겼지만 당혹스러운 마음은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관종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
혹자는 관종도 일종의 병이 아니냐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말처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감수해야 할 일일까.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한 법인데도 말이다. G학생(극동대)은 남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관종이라는 단어로 문제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받기를 원하잖아요.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걸 관종 짓이라 칭하면서 비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A학생은 SNS상에서 관종이라고 비난을 퍼붓는 행위 역시 남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관종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숨은 관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 공개적으로 관종을 저격하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따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죠. 어떻게 보면 관종으로 몰아가는 사람들도 또 다른 관종이 아닌가 싶어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