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지락편에 나오는 바닷새 이야기를 먼저 소개할까 한다. 바닷새 이야기는 노나라 임금이 날아온 바닷새를 궁궐로 데려와 키우는 이야기다. 하지만 비극은 노나라의 임금의 엇나간 사랑 때문에 생긴다. 바닷새가 마음에든 노나라 임금은 바닷새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술과 고기를 권하며 극진한 대접을 하지만 바닷새는 술과 고기는 입에도 대지 못한 채 사흘 만에 죽고 만다. 바닷새에게 맞지 않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줬기 때문이다.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사업)’에 접근하는 대학본부의 모습도 노나라 임금과 유사하다. 중앙대는 현재 ACE사업에 선정된 후로 1년 3개월이 흘렀고 사업이 만료되는 시점인 2018년 2월까지는 2년 5개월 정도가 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ACE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체감도가 낮은 것이 아쉽다. 중대신문이 중앙대 학생 199명에게 설문한 결과 ACE사업을 알고 있는 학생은 약 13.1%(26명)에 불과했다. 105명에게 물었던 세부사업에 대한 내용도 대부분 학생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부사업 중 ‘교양교육과정 개선’, ‘전공교육과정 개선’, ‘학사구조 등 학사지도 개선’ 등 4가지 사업의 내용에 대해선 과반이 넘는 학생들이 ‘부정적이다’는 의견을 남겼다.
 
  1년 3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은 홍보의 부족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점이 이 문제의 근본원인이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양캠 총학생회도 ACE사업에 대해 대학본부로부터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다고 하니 말이다. 만약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이 생각을 반영한 계획이 나왔더라면 지금쯤 학생들이 체감할 만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서두에 꺼낸 바닷새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자. 노나라 임금의 지극한 대접에도 바닷새는 사흘 만에 죽고 만다. 이 비극의 원인은 노나라 임금이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고 싶은 사랑을 주는 것이다. 만약 바닷새에게 술과 고기대신 바닷새가 먹을 수 있는 먹이를 줬다면 바닷새는 더 오래 노나라 임금과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대중심의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대학본부 역시 그동안 ACE사업에 쏟은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라도 학생과 조금 더 소통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대학본부는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을 알고 사업의 방향을 바르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2년 5개월의 시간이 남았기에 희망은 있다. 대학본부 또한 만족도 조사와 학생모니터링위원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만족도 조사와 학생모니터링은 단순한 피드백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학부교육 선도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학본부는 대표자회의, 사업설명회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중앙대 학생이 바닷새가 되는 비극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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