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직을 맡아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일면식도 없는 제가 이사장님께 공개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 대학이 처해 있는 비정상 상태를 종식시키고 대학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앙대학교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전 총장의 구속과 전 이사장의 기소, 총장 불신임을 겪으며 교수와 학생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은 김철수 이사장님에게 대학을 조속히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 대학이 오늘의 위기에 빠져들게 되었을까요? 중앙대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박용성 전 이사장이 대학을 상호 존중과 신뢰의 정신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지배와 통제의 방식으로 경영해온 데에 기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수들을 오직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총장과 대학본부에 대한 교수들의 불신도 깊어졌습니다. 특히 교수와 학생을 용의주도하게 분열시킨 것은 박 전 이사장이 우리 대학에 남긴 최악의 유산입니다. 이에 많은 교수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고, 진정한 교육은 실종되었습니다.

 중앙대 정상화의 첫걸음은 대학본부와 교수 사이에, 교수와 학생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본부가 교수들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92.4%의 교수들이 <학사구조 선진화 개혁안>에 반대한 사유는 무엇일까요? 94%의 교수들이 총장에게 불신임을 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성찰이 상호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현재 중앙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총장이 교수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불신임 총장이 대학의 발전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이용구 총장에 대한 신속한 해임이 대학 정상화의 출발점입니다.

 교수들은 우리 대학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교수들을 존중하여 교육과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붓도록 격려하고, 교수들의 총역량을 하나로 모아간다면 우리 대학은 분명 큰 발전을 이룰 것입니다.

 저는 법인이 최근에 보인 행보에서 처음으로 변화의 징후를 봅니다. ‘밀실행정의 트라이앵글’이던 법인사무처-미래전략실-홍보실과 대학운영위원회에서 나타난 새로운 변화는 법인과 교수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법인이 교수들에 대한 불신과 적대의 태도를 버리고 존중과 화해의 자세를 보인다면, 교수들도 대학 발전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모습으로 화답하리라고 믿습니다. 법인은 이제 ‘통제’에서 ‘신뢰’로 교수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 통제가 성과를 낳기도 하지만, 신뢰는 기적을 낳습니다.

 이제 공은 김철수 이사장님께 넘어갔습니다. 이사장님께서 고질적인 불신의 악순환을 끊고, 신뢰와 존경이 넘치는 활기찬 학문공동체를 되살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길 기대합니다.

김누리 교수
독일어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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