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입학보다 졸업이 가까운 조정호 기자입니다. 무더위가 끝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가을바람이 분다는 것은 고3 수험생에겐 결전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고, 입시 철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징표이기도 한데요. 중앙대도 지난 9일부터 수시전형에 대한 서류 및 인터넷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몇 년 전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이맘때가 되면 가장 많이 떠도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입학전형료에 관한 소문입니다. 과거 “저 학교 잔디도 내가 깔았지”, “입학전형료로 건물도 올리겠다”, “내가 벽돌 몇 장 기부한 셈이지”와 같은 우스갯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러한 입학전형료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지 기자가 한번 ‘팩트체크’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입학전형료로는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입학전형료에 관한 법률이 있으니 그것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죠. ‘고등교육법 제34조의4 제5항’에 따르면 입학전형의 모집을 마친 후 입학전형 관련 수입과 지출에 따른 잔액은 입학전형에 응시한 사람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교육부 대입제도과 유성석 사무관은 “이 조항이 신설되기 전엔 반환의 개념이 없어 각 대학이 입학전형료 잔액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몰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입학전형료의 지출 항목과 잔액에 대한 반환 의무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입학전형료의 잔액이 남아도 반환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는 딱 하나 있는데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3 제6항’은 금융기관의 전산망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반환할 금액 이상이면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앙대도 그 상황에 해당했습니다. 지난해 중앙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입학전형에서 58억5944만2000원의 수입을 냈고 58억334만3000원의 지출을 했습니다(‘대학알리미’ 공시자료). 중앙대는 5609만9000원의 차익을 냈지만 응시생들에게 반환하지 않았죠. 유성석 사무관은 “중앙대는 입학전형료의 잔액이 일부 남았지만 응시생 모두에게 나눠주려면 더 많은 금융 수수료가 필요한 경우로 반환을 안 한 사례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응시생들이 낸 입학전형료는 어디에 쓰일까요. 이것 역시 법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방법에 관한 규칙 제3조’에 따르면 입학전형료는 ▲수당 ▲홍보비 ▲회의비 ▲업무위탁 수수료 등 총 12개의 내용으로만 지출할 수 있는데요. 각 항목에 대한 규정도 깐깐한 편입니다. 수당은 실비로만 쓰여야 하고 성과급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입학정원에 따라 가용한 홍보비의 규모도 제한되죠. 중앙대의 경우는 입학정원이 2500명 이상인 대학으로 분류돼 전형료 총지출의 20%만을 홍보비로 지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입학전형료 잔액인 5609만9000원의 행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에 대해 예산팀 장우근 팀장은 “입학전형료 잔액은 다음해의 교비회계로 귀속시킨다”고 말했습니다. 교비회계의 경우도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라 세출 항목이 정해져 있어 다른 용도로 쓰이긴 어렵습니다. 반환하지 않는 입학전형료의 잔액으로도 대학의 건물을 올리는 것 역시 쉬워보이지는  않네요.
 
  지금까지 입학전형료에 대한 진상을 알아봤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입학전형료에 대한 몇 가지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몇 년 전 그날을 떠올려봅시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으로 중앙대의 입학시험을 치르셨나요. 독자 여러분도 요새 교복을 입고 캠퍼스를 찾는 수험생들처럼 설렘과 희망이 가득 차 있었겠죠.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의 모습은 어떤가요. 중앙대에 냈던 입학전형료는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여러분 하나하나가 중앙대를 만들어 갑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교복을 입었던 그때의 꿈과 희망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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