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으로 만난 그대, 인연이 되다
  • 최승민 기자
  • 승인 2015.09.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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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갓 전역한 A는 무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군대에서 얻은 패기로 세상과 부딪쳐 보기 위해서다. 오로지 배낭 하나에 자신을 의지한 그는 걷기도 하고 차도 얻어 타며 한적한 시골에 도착했다. 예전엔 큰 배낭을 멘 사람이 보이면 밥도 주고 재워주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마음의 문조차 열어주는 사람이 없다. 각박한 사회에서 낯선 이에게 호의적일 리가 없던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시대 속에서 새로운 무전여행 방법이 등장했다. 바로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다.

카우치 서핑은 ‘집주인(호스트)’이 ‘여행객(서퍼)’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퍼는 호스트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 집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심지어 호스트로부터 집 열쇠를 얻은 서퍼는 자유롭게 집 안팎을 이동할 수도 있다. 이는 한 미국인의 획기적인 시도로 탄생했다. 케이지 팬튼은 적은 비용으로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 위해 현지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숙박 요청을 받아들인 학생들 덕분에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케이지 팬튼은 이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2004년 홈 셰어링(home sharing)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공동 설립했다. 네트워크를 구축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약 230개국의 사람이 카우치 서핑에 동참하고 있다.

카우치 서핑에 등록한 나라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병윤 학생(경영학부 3)은 카우치 서핑을 통해 100만원의 경비로 42일 동안 11개국을 여행했다. 러시아, 터키를 포함해 11개국을 여행하면서 각국의 호스트에게 얻어먹은 끼니만 해도 수십 끼. 음식을 제공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는 설거지가 제격이다 말할 정도로 카우치 서핑에 익숙해졌다. 그가 카우치 서핑을 이용한 횟수는 12번으로 만난 사람만 50명이 넘는다.
 
▲ 카우치 서핑에서 만난 그리스 친구. 그를 통해 살아있는 그리스를 만났다.

그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 중 그리스 친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한번에 10명 정도를 자신의 보금자리로 초대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서퍼들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만났던 친구인데 만날 때마다 서퍼들에게 많은 것을 줬어요. 맥주 파티도 열고 여행도 시켜주고 말이죠.” 그 친구의 배려로 여러 국적을 가진 서퍼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여행도 하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난 이병윤 학생은 카우치 서핑이 문화를 이해하는 창이라고 말한다. “호스트들은 자신을 방문한 서퍼가 가진 독특한 이야기와 그 나라의 문화를 소개받고 싶어 해요. 호스트는 서퍼를 통해 일종의 간접 여행을 하는 셈이죠.” 자신의 푹신한 소파를 제공하는 호스트와 그 소파에 누운 서퍼는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으며 새 인연을 맺는다. 언어만으로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낀 이병윤 학생은 여행을 가기 전 복주머니, 태극기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 호스트들에 대한 보답이자 동시에 한국의 문화를 함축할 수 있는 작은 기념품인 셈이다.

이제 카우치 서핑은 더 이상 저렴한 여행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틀에 박힌 외국의 문화를 접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제 그 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카우치 서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아 서로 다른 문화의 교류에 이바지해요.” 카우치 서핑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얻은 이병윤 학생은 앞으로 자신을 위한 여행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가 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카우치 서핑을 활용해 여행을 다녀온 그의 주머니는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찼다. 돈을 아껴서라기보다 마음을 채워서 올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카우치 서핑, 자칫하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멋진 인연으로 만들어주는 뜻깊은 여행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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