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에서 주인공 뽀빠이(이정재)는 자신의 보스였던 마카오 박(김윤석)을 이렇게 설명한다. “걔가 스물네살 때 막 군대를 제대하고 단돈 80만원만 가지고서 마카오에 갔거든. 하룻밤에 걔가 88억을 땄어. 그러니까 마카오 박이지” 하지만 마카오 박은 3일 만에 88억을 잃는다. 이는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대학생들도 도박에 빠져 빚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도박의 미끼를 쉽게 무는 것일까. 그 이유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손쉽게 접하는 도박
스마트폰 하나면 웬만한 것은 다 해결되는 세상. 하지만 스마트폰,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의 위험성도 같이 높아졌다. 김영호 교수(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는 도박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그 접근성이 더해졌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통한 도박은 참여하기 훨씬 수월하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더 쉽게 빠질 수 있어요. 굳이 도박장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클릭 한 번이면 충분하죠.”


인터넷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도박 사이트의 홍보도 도박에 빠질 위험을 높였다. 사용자 연령대가 주로 20대인 인터넷 방송 대화나 sns 댓글 중에는 사행성 도박 사이트 홍보 글이 많다. 김영호 교수는 이러한 홍보로 인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도박에 참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방송으로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대화창에 수십개나 뜨는 도박 사이트 홍보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죠.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도박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끊지 않는 한 대학생들은 사행성 도박 광고를 일상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돈은 걸었지만 도박은 안했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도박에 빠진 학생들의 인식에 있었다. 그들은 도박을 하면서도 그것이 도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윤성 교수(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는 도박의 경우 다른 범죄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죄책감을 덜 느끼는 범죄라고 설명한다. “불법의 소지가 있는 것을 알더라도 도박이 범죄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없어요. 강도와 같이 남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조현섭 교수(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도 학생들이 도박을 일종의 ‘주식 투자’로 본다고 꼬집었다. “스포츠 도박의 경우 경기의 흐름을 분석한 정보를 가지고 돈을 걸죠. 그러다 보니 운이 작용하는 도박이라 생각하지 않고 일종의 투자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취재 결과 도박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스포츠 도박을 통해 ‘딴’ 돈을 자신의 실력으로 ‘번’ 돈이라 생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박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를 제도적 측면에서 바라봤다. 조현섭 교수도 도박에 엄격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학생들로 하여금 도박이 범법행위임을 자각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사행산업의 종류가 7개나 됩니다. 이는 외국에 보통 2,3개의 사행산업이 있는 것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죠.” 즉, 제도적으로 허용된 도박의 범위가 넓은 만큼 도박에 대한 경계심도 흐려진다는 것이다.


도박의 지름길, 합법 도박
몇몇 학생들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합법적인 도박에서 시작해 불법 사행성 도박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신행호 센터장은 합법적인 경로로 시작해도 자연스럽게 불법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합법 도박 사이트의 배너 등을 통하면 바로 불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어요. 직접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찾는 수고 없이도 들어갈 수 있죠.”


하지만 합법이 아닌 불법 도박을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빠른 환급으로 인한 중독과 자극성이다. ‘한국 단도박가족모임’의 한 관계자는 중독의 특성 중 하나로 즉각적인 반응을 들었다. “빠르게 결과를 보여줄수록 도박의 매력은 더 커지죠. 돈의 액수가 아무리 크더라도 바로 주지 않으면 흥미가 덜해질 수밖에 없어요.” 불법 도박은 돈을 따는 순간 바로 환급이 되기 때문에 그 희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도박이 큰 범죄 만든다
전문가들은 도박이 사회의 심각한 범죄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호 교수는 “도박 문제 고위험군인 대학생들은 음주, 흡연, 약물 사용, 자살사고 등에도 고위험군인 것으로 보고됐다”며 “불법 스포츠 도박 자체 또한 승부조작 문제, 당첨금 미지급 등의 범죄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도박의 이면에는 사기, 절도, 횡령 등의 범죄가 가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생들은 도박으로 인해 빚이 생기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액수를 베팅하며 도박에 중독되죠. 공부를 해서 사회에 기여해야 할 대학생들이 그 목표와는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윤성 교수는 도박이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데 방해가 된다고 봤다. 학업을 통해 직업을 구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직장은커녕 빚을 갚기 위해 절도와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박 문제, 그 해결책은?
도박이 계속되는 이유를 신행호 센터장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도박을 줄이기 위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하죠. 처벌받을 위험이 크면 그만큼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불법 도박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면 도박에 대한 접근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동시에 그는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평소 중독의 원인이나 증상에 대해 알고 있다면 도박을 하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가르쳐야 해요. 스스로 도박을 하지 않도록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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