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을 끊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나? 타짜가 되기보다 열 배나 더 어려운 거야!” 도박판의 실체를 드러낸 만화 ‘타짜’에 나온 대사다. 타짜는커녕 이미 도박판의 수렁에 빠져버린 학생들은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단순한 ‘놀음’으로 시작한 도박은 ‘노름’이 돼 그들의 삶을 헤집는다. 그들이 쉽게 놓지 못하는 도박 중독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진단해봤다.

 
도박을 멈출 수 없다

길어진 술자리에서 눈이 반쯤 풀린 채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며 벌컥벌컥 술을 마시는 친구는 주변에 한 명쯤 꼭 있다. 도박에 빠진 첫 신호도 ‘통제력의 장애’라는 점에서 술과 비슷하다. 최윤정 교수(간호학과)는 도박을 하다 보면 통제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도박도 여느 중독과 마찬가지예요. 한두 번 돈을 따면서 희열을 느끼다 보면 도박에 몰두하고 집중하게 되죠. 자연스럽게 도박에 투자하는 시간과 금액은 많아지고 결국 도박 없이 생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도박에 빠지게 되는 원인은 우리의 뇌 속 ‘도파민’에 있다. 도파민은 뇌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도박을 하며 느끼는 짜릿함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최윤정 교수는 정상적인 도파민 체계가 혼란스러워지는 경우,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된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도박을 하면서 과다 분출된 도파민의 짜릿함을 기억하고 있어요. 이때의 자극을 끊임없이 원하게 되죠. 소량의 도파민으론 만족이 안 되니 더더욱 도박 행위가 반복되고 중독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즉, 다량 분비된 도파민이 주는 희열에 취해 자제력이 상실되면서 도박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내 인생을 바꾼 도박
도박에 중독된 삶은 마약에 중독된 삶만큼이나 위험하다. 중독 행위를 하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져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 도박에 빠진 A학생은 “돈을 건 경기가 새벽 3시에 하면 그 결과가 궁금하고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밤을 새는 것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에 최귀순 교수(간호학과)는 도박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독이 되면 하루 종일 도박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지죠. 밤늦게까지 도박을 하다 보면 다음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더 심각한 것은 도박에 빠지면 성격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섭 교수(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는 중독의 특성상 인격을 황폐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도박으로 돈을 잃게 되면 ‘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나 사회를 탓하죠. 그러다 보면 우울함 등의 무거운 감정이 격해집니다. 심해지면 분노만 남게 돼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거나 사이코패스가 될 수도 있죠.” 착하고 온순한 성격의 사람도 도박 중독으로 뻔뻔한 악질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파민 속 각인된 도박의 기억
자꾸만 손이 마우스로 향한다
 
유혹에 약한 청춘
대학생들은 성인이 되며 자유로워졌지만 도박의 유혹에선 자유롭지 않았다. 부모님과 각종 제도의 규제 속에서 공부만 하며 자라온 학생들은 만 19세가 되면 음주, 흡연 등과 같은 각종 유혹을 맞이한다. 최윤정 교수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성인 인증 절차 역시 그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부모님들의 통제가 줄어들게 되죠. 허용되는 것들이 많아지니 성인 인증만 거치면 되는 도박에도 쉽게 빠질 수 있어요. 미성년의 신분에서 벗어나며 느끼는 해방감도 일조합니다.”

덧붙여 최윤정 교수는 대학생 시기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도박에 중독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학생의 경우 경제적, 심리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성인보다 약 2배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즉, 대학생만의 특성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가는 중간에 놓여있다는 것이죠.” 완전한 성인이 아닌 대학생은 미숙한 부분이 많아 중독에 취약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도박판에서의 탈출 방법
“2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뇌의 재생력이 좋은 편이에요. 빨리 도박을 끊기만 한다면 도파민 경로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죠. 쉽게 중독될 수 있지만 도박 중독에서도 빠르게 벗어날 수 있어요.” 최귀순 교수는 회복이 빠른 대학생의 특성에서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도박을 끊기 위한 도박 중독자들의 가족모임인 ‘한국 단도박가족모임’의 관계자는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모임’에서 찾는다. 도박에 중독됐거나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워요. 비슷하면서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의지할 수 있는 모임의 역할 또한 증대돼야 합니다.”

한편 애초에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윤정 교수는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불리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는 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 한가지씩은 개발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시다시피 운동, 요가, 명상 등이 흔히 추천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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