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대한민국을 말하다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09.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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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OECD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25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연간 1인당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회원국 중 2위였죠.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효율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의 노동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각국의 노동문화와 한국의 노동문화를 비교해봤습니다. 더불어 5580원인 2015년 한국의 최저 임금에 대해 각국 20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예솔 :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정치국제학과 2학년이에요.
드로 : 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페드로입니다. 중앙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이번학기 건축학과 박사 1차 과정을 밟고 있어요.
드리고 : 브라질에서 온 로드리고입니다.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전공 석사수료생입니다.
명균 : 한국 학생으로 참여한 역사학과 3학년 정명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채의 : 안녕하세요. 말레이시아에서 온 황채의입니다. 신문방송학부 3학년이에요.
 
너도나도 알바몬
: 오늘의 주제는 ‘한국의 노동문화’인데요. 본격적인 얘기를 나눠보기 전에 각자 어떤 아르바이트(알바) 경험이 있는지 궁금해요.
: 군대 가기 전까지는 알바를 한 번도 안 했어요. 전역하고 나서 한 달간 전단지 알바를 했죠. 편의점에서 일한 적도 있어요. 시급은 5천원이었죠.
: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금액 아닌가요?
: 네, 그래도 매장이 작아서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 저는 마케팅 회사에서 1년간 전화 홍보 알바를 했어요. 브라질 현지에 한국제품을 알리는 일이었죠. 시급은 8천원 정도였는데 브라질과의 시차 때문에 저녁 9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전화를 걸어야 했어요.
: 힘드셨겠어요.
: 뭐, 그래도 밤늦게까지 일할 때는 야간 수당을 받았어요. 그리고 광고 촬영 알바도 한 적 있어요. 자동차 광고에 축구선수 역할로 출연했죠, 다리까지만.(하하)
일동 : (빵 터지며)역시 브라질!
: 저도 방송 촬영 알바로 ‘무한도전’에 출연한 적 있어요. 열심히 줄다리기를 했죠.
: 저는 방청객 알바 해봤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제과점에서 오래 일했었는데 그때는 한국어가 서툴다고 최저임금도 못 받았어요. 그 후에 일하게 된 곳에서는 한국어가 유창하다고 최저임금보다 더 주셨어요.(뿌듯) 그 밖에도 외국인들을 상대로 가이드 해주는 알바는 3시간 근무에 일당 7만원을 받았어요. 실제 일한 시간은 20분 정도였고요.
: (감탄)알바의 여왕이시네요. 다들 어떤 이유에서 알바를 시작하신 건가요?
: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시작했어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 달에 50만원으로 생활해야 했거든요. 방세, 교통비, 식비 등을 다 내려니 50만원으론 빠듯했었죠.
: 저도요. 틈틈이 알바를 해서 생활비에 보태고 있어요.
: 저는 전역하고 나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원비만큼은 스스로 벌어서 내고 있어요.
: 저도 대학원에 진학하며 부모님께 돈을 받기 죄송한 마음에 알바를 시작하게 됐어요.
: 그렇다면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은 5580원이에요.
: 생활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4시간 정도 일하면 그날 식비와 교통비까지 해결되잖아요. 말레이시아의 최저임금은 1200원 정도로 한 시간 일한 돈으로는 밥 한 끼를 사 먹을 수도 없거든요.
: 저도 부족한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영세업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 같기도 하고요. 
 
베짱이가 될 수 없는 한국 20대
: 한국 대학생들은 알바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브라질의 대학생들은 알바 대신 주로 전공과 관련된 인턴 활동을 해요. 임금이 적은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직원은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하죠.
: 의외네요. 한국에서는 흔히 20대들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하거든요.
: 말레이시아에서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이나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해요. 한국의 대학생들이 전공이나 진로와 관련이 없는 알바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어요.
: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 대학진학률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진학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대학생 신분이 엘리트층에 속하죠. 반면 대학진학률이 높은 한국에서는 인턴을 하는 것 자체가 경쟁이더라고요. 
: 또 한 가지 특이했던 것은 한국에서는 여행을 가기 위해 일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같이 살던 친구 중에 ‘유럽 배낭여행’을 목표로 열심히 알바하던 친구가 생각나요. 브라질에서는 20대 때의 여행은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 경제적 독립은 언제쯤 하는 편이에요?
: 브라질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는 학생이 많아서 보통 10대 후반에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요. 대학에 진학해도 보통 24,5살이면 독립하는 것 같아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 (아련하게)My 2 years.
: 남아공에서도 대부분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해요. 일찍 독립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 대학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국보다 경제적 독립 시기도 빠른 것 같네요.
: 말레이시아에서는 보통 18살이면 독립할 수 있어요. 부모님께 등록금이나 용돈을 지원받는 한국과는 달리 말레이시아 대학생들은 대부분 정부의 학자금 대출 제도를 이용해서 나중에 갚아나가요. 생활비도 자기가 벌어서 쓰죠.
 
수요>공급의 문제
: 혹시 ‘열정페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뜻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을 무급 혹은 저임금 인턴으로 고용하는 관행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어요.
: 말레이시아에서도 인턴은 돈을 받지 않거나 적게 받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에서는 경험을 제공하니 임금이 적어도 배 째라는 식이죠. 그나마 한국의 인턴은 말레이시아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요.
: 브라질에서도 인턴은 경험을 쌓는 것으로 생각해요. 배워가는 입장이기에 임금이 얼마인지는 신경 쓰지 않죠.
: 의외네요. 한국의 열정페이 문제를 지적해주실 줄 알았는데. 물론 인턴이 경험을 쌓는 기회라는 말에는 동의해요. 또한 인턴이 주로 하는 일이 ‘Coffee&Copy’라고 할 만큼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최저임금 정도의 금액은 당연히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다니는 것처럼 인턴 활동도 많은 돈을 받지는 못해도 배우는 게 많다면 감사해야한다고 봐요. 말레이시아에서는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 것 같아요.
: 제 생각에는 이것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 것 같아요. 대학 진학에 대한 수요가 많으니 등록금이 비싸지는 것이고, 인턴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거죠.
: 말레이시아는 금융권의 인기가 높은데요. 연봉이 많은 만큼 노동 강도가 높고 술자리가 잦아요. 제 친구도 힘들지만 인턴을 계속하고 있어요.
: 취업 후 현실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죠. 드라마 ‘미생’에서 보듯 경쟁을 뚫고 취직해도 또 다른 차별, 스트레스와 마주하는 일들이 많아요.
: 한국은 브라질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것 같아요. 한국의 여성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브라질은 출산 후에 자연스럽게 회사로 복귀해요. 
: 한국은 외모에 따른 차별도 심한 것 같아요. 말레이시아에서 지원자의 얼굴이나 몸매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 브라질에서는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부터 외모에 따른 차별을 경계해요. 지원자의 외적 조건이 당락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애초에 이력서에 사진 넣는 칸이 없죠.
: 한국의 일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유학 오기 전에 일본과 한국에서 야근을 가장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매우 힘든 분위기 같아요.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제 친구도 의무적으로 야근하고 있어요. 말레이시아에서는 할 일이 남아있으면 가끔 야근하는 정도죠.
: 브라질도요.
: 한국 기업에서는 할 일이 남아서가 아니라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서 눈치 보는 경우도 있어요.
: (질색)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나 먼저 갈게’하고 가면 되죠.
: 문득 지금 생각해보니 브라질이나 말레이시아와 다르게 한국의 일하는 분위기에는 ‘군대 문화’의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현재 회사의 중역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온 4~50대 남자들이죠.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 같네요.
 
한국의 노동문화는? No!
: 마지막으로 한국은 일하기 좋은 나라인지 묻고 싶어요.
: 음, 평생 일하라면 싫을 것 같아요. 야근도 많고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일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일보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참아야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죠. 보다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에서 일하고 싶어요.
: 한국 사람들은 근무 시간이 길고 회식 자리가 잦아 개인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바쁘게 생활하지만 행복해 보이지는 않아요. 
: 여러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일하기 좋은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 쉬운 구조니까요.

황채의(신문방송학부 3)
말레이시아에서 온 다재다능한 그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안무를 배우며 K-pop과 한국문화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유학기간 한국어와 문화를 확실히 배워가자고 다짐한 그녀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야무진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로드리고(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전공 석사 수료)
해운대의 멋을 아는 브라질 사나이.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앙코르’라는 SF영화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이다. 
 
페드로(건축학과 박사 1차)
한국의 버스환승제도를 사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청년. 건설경영을 전공하는 그의 목표는 건축 기술을 통해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명균(역사학과 3)
경제 신문을 읽는 생각 있는 남자다. 부족한 경제지식을 극복하기 위해 신문을 읽은 후로 기업의 동향, 환율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겼다고 한다. ‘노래방 가기’가 취미라는 그는 가수 조항조의 ‘사랑 찾아 인생 찾아’를 부르며 반전매력을 뽐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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