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상상보다 비참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주 기자는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을 경험해야 했죠. 그것은 현실의 위태로움을 절감하게 했습니다.

 중대신문은 매주 모든 전공 및 학과, 학부의 학생회장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학생회장들로부터 학과의 행사 일정, 사건 등의 정보를 받기 위해서죠. 그러나 개강 이후 일부 학생회장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고 취재 결과 기자는 그들이 어학연수·교환학생 등을 가기 위해 학생회장직에서 사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전공의 학생회장이 사퇴한 이유를 묻기 위해 A전공의 학생회장직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는 대리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죠. 해당 전공의 학생회장직 대리인은 “저희 전공에서 학생회장의 중도 사퇴는 특별히 문제시되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후 취재한 B전공의 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죠. 기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할수록 스러져가고 있는 학생자치의 초상을 맞닥뜨리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학생 대표자는 그들이 학생들과 맺은 ‘1년의 약속’을 충실히 지켜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뽑은 학생 대표자가 중도에 사퇴하기를 바라며 투표소에 가지는 않죠. 그들은 학생 대표자가 1년 동안 자신의 학과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에 표를 던집니다. 그리고 당선된 학생 대표자는 그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면서, 1년의 약속은 이뤄지죠.
 
 그러나 일부 학생 대표자들은 개인적인 사정을 빌어 약속을 저버렸고 학생들은 약속을 어긴 학생 대표자를 너무 쉽게 용서해줬습니다. 깨기도 쉽고 용서도 쉬운 약속은 더는 의미가 없죠. 현재의 학생자치가 위태로운 것은 그 약속의 무게가 가벼워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거의 단일 후보로만 치러지는 요즘 학생 대표자 선거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동아리연합회에서는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에 개입하는 사태까지 있었죠. 또한 어떤 학생 대표자는 학생회장이 임기 도중에 사퇴해도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학생은 학생자치에 여전히 무관심합니다. 투표에 시간 쓰기가 귀찮은 학생은 많고 학생 대표자의 역할 수행을 감시하는 학생은 적죠. 이런 현실에서 학생자치는 대학본부가 주점과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제재할 때나 외치는 허울뿐인 구호가 됐습니다.
 
 ‘민주주의는 화분 속의 화초다’라는 말은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비유입니다. 국민은 정치인이 화초에 물을 잘 주는지 감시하고 화초의 성장에 무관심한 정치인을 견제해야,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다는 뜻이죠. 학생자치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은 학생 대표자를 감시하고 학생 대표자는 감시의 눈초리에 얼굴이 뜨거워서라도 열심히 화초를 키워야죠. 물론 모두가 바라는 것은 학생 대표자가 학생들과의 약속을 잘 지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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