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만 명’. 뉴스에서 본 듯한데, 무슨 숫자일까. 바로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청년 실업자 수다. 울산광역시 인구와 똑같다. 울산시에 사는 이들이 통째로 백수라는 얘기다. 무섭다. 저 수치보다 청년 실업자 수가 훨씬 낮았을 때 필자도 ‘청년 실업’의 한 귀퉁이에 있던 대학 졸업반 또는 대졸 백수였다. 당시에도 자괴감이 들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저 지경이니, 취업을 고민하는 후배님들의 마음은 오죽하랴.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이럴 때 성공한 이들을 보고 영감을 얻는 것도 한 방법 일게다. 다만, 필자가 얘기해보고자 하는 ‘성공한 이’는 사람이 아니다. 지구 상에만도 1경 마리가 살고 있다는 가장 번성한 사회적 동물, 바로 개미다. 그중에서도 개미 박사로 유명한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 주목했던 아즈텍 개미가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대표적인 잘 사는 이다.

 아즈텍 개미는 중남미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 기이한 나무, 트럼핏 나무 속에 산다. 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어서 층층이 나눠져 있는 트럼핏 나무는 개미 입장에선 아파트다. 이 나무가 속을 비운 이유는 아즈텍 개미한테 집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집을 얻은 아즈텍 개미는 다른 곤충들이 나무를 갉아먹는 등의 위협 행위를 못 하도록 막아 준다. 훌륭한 공생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아즈텍 여왕개미는 어린 트럼핏 나무의 각 층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데, 이들이 계속 삶을 영위하려면 빨리빨리 일개미를 낳고 길러 다 자란 나무껍질을 뚫고 나가야 한다. 못 뚫으면 먹이가 없어 죽는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몇 명의 여왕개미들이 한 집에 자리 잡고 같이 일개미를 키우는 식의 협력이다. 쪽수가 많을수록 생존에 유리해서다. 심지어는 같은 아즈텍 속이지만 아예 종이 다른 노란 여왕개미와 검은 여왕개미가 같이 살기도 한다. 같은 영장류인 사람과 원숭이가 함께 자식을 키우는 것 정도의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나무에 자리 잡기 전, 즉 일자리를 찾는 각각의 여왕개미가 어떤 집을 선호하느냐다. 사회생활 이전 단계의 얘기다. 최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여왕개미들은 주로 위층에 자리를 잡는 경향이 있다. 즉, 협력에 나서기 이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층을 미리 생각해 본다는 것. 어떤 직업을 찾을지 고민하는 취업 준비생의 심정과 뭐가 다를까.

 다만 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층을 분명히 선택하고 어린 나무 속을 파고 들어간다. ‘내가 어디 살겠다’라는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노력한다는 얘기다. 각각의 여왕개미인 예비 취업자들도 일단은 뭘 하고 싶은 지부터 확실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116만 명 중 ‘뭐든 취업만이라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아즈텍 개미처럼 분명한 목표를 정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문제는 선호하는 층이 한정돼 있을 때다. 좁은 취업문과 비슷하다. 이때는 다른 나무를 찾아보면 어떨까. 나무가 없다면 심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여왕개미보다 더 뛰어난 인간이니 추천할 수 있는 생각이다.
 
신준섭 동문
정치외교학과 9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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