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식회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식’을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과연 학생들은 학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한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각 식당들을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와 품평회를 실시했으며 각 식당 영양사를 만나 식당의 운영 및 메뉴 선정, 식자재 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양캠 식당 분석
서울캠에는 학내 끼니를 지배하는 세 개의 세력이 있다. 일명 ‘학식’, ‘법식’, ‘긱식’으로 불리는 학생회관 식당(학식), 법학관 식당(법식), 생활관 식당(긱식)이 바로 그것이다. 점심 통일을 향한 야욕을 감추지 않는 것이 일견 삼국지를 연상시킨다. 점심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한다. 오늘도 내일의 끼니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준비하는 ‘삼식지’ 이야기를 다뤄봤다.

배산임수의 지리적 요충지 법식
<식당 운영 방식>
법식을 운영하는 ‘정오아카데미’는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법식의 경우 점심에는 다섯 개의 푸드 코트에서 18개의 메뉴가 학생들을 기다린다. 이용자수가 줄어드는 저녁에는 ‘옛향’만이 남아 고군분투한다. 교직원식당의 경우 점심 메뉴는 배식형으로 한 가지만 운영된다. 누구든 5,000원 한 장만 내면 고품격 식단과 맞바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저녁이 되면 교직원식당은 변신한다. 외부 식당처럼 육개장을 비롯한 8개 고정 메뉴를 서빙형으로 판매한다.

<메뉴 선정 전략 >
치열한 삼식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오아카데미 박세라 점장의 메뉴 선정 전략을 들어봤다. 점장은 “남학생들이 많이 이용해 샐러드보다 고기 위주로 식단을 짠다”며 “다양한 메뉴를 시도하면서 반응이 안 좋았던 메뉴는 다시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직원식당의 경우 그 이름에 맞게 보편적인 어른의 입맛을 고려한다. 지난해부터 부쩍 학생 이용이 많아져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식단을 짜고 있다.

<난제 및 극복 방안>
법식이 가진 최대 난제는 재료비 충당이다. 2,800원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를 빼고 나면 재료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버려지는 재료 없이 운영하기 위해 ‘배치쿠킹’을 활용한다. 확실한 이용자수에 맞춰 우선 준비한 후 점장이 적절한 상황 판단을 통해 수요가 있을 때 추가적으로 조리하는 방식이다. 법식의 가장 큰 강점은 접근성이다. 정문과 후문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한 만큼 유동인구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든다면 삼식 통일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깔끔한 하드웨어를 갖춘 긱식
<식당 운영 방식>
긱식을 운영하는 ‘삼성웰스토리’는 308관(블루미르홀)의 생활관 식당과 309관(제2기숙사)의 델라코트를 운영하고 있다. 긱식의 경우 조식, 중식, 석식을 모두 운영하며 점심에는 뚝배기와 같은 특식을 운영하기도 한다. 분식은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특이한 점은 샐러드 팩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식사가 부담스러운 학생은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까지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델라코트의 경우 점심, 저녁, 야식을 운영한다.
 
<메뉴 선정 전략 >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삼성웰스토리 최병기 점장의 말을 들어봤다. 생활관 식당의 경우 한식과 양식이 동시에 운영돼 두 메뉴가 서로를 미묘하게 보완하도록 짜는 것이 핵심이다. 두 메뉴 모두 인기만을 고려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각자 다른 날로 짜야 더 많은 학생이 즐길 수 있다. 델라코트의 경우 기존 학생식당들보다 한층 격상된 중식, 양식, 일식 메뉴를 제공한다. 여러 메뉴를 내놓기보다는 적은 메뉴를 전문화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난제 및 극복 방안>
긱식이 가장 불리한 점은 지리적으로 산세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공사가 진행되고 통행이 불편해지면서 이용자수가 확실히 줄었다. 공사가 끝난다 해도 310관 식당에 어떤 업체가 들어올지 확정된 바가 없어 델라코트의 학내 입지를 확실히 해 독창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활관에 상주하는 학생들이 조식과 석식의 고정 손님으로 있는 만큼, 일반 학생들의 점심을 지배해 활로를 열어야 할 것이다. 

터줏대감, 학식
<식당 운영 방식>
학식의 경우 학교 직영으로 운영된다. 학기 중에는 슬기마루에서 한식과 양식, 참마루에서 특식을 제공한다. 토요일엔 슬기마루에서 양식과 특식을 판매한다. 아침, 점심 식사시간에는 1,500원 원가로 라면도 먹을 수 있다. 방학 중에는 참마루가 운영하지 않는 대신 슬기마루에서 한식과 특식 또는 양식과 특식을 번갈아 가며 운영한다.
 
<메뉴 선정 전략>
터줏대감의 여유일까, 별다른 전략이 없었다. 학식 메뉴의 양 자체가 강점이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주찬으로 넣고 학생들이 많은 월요일~수요일 점심에 주로 인기 있는 메뉴가 들어갔다.
 
<난제 및 극복 방안>
학식에는 난제가 없다. 임대료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식자재에 쓰이는 매출의 비중이 삼식 중 가장 높다. 따로 지원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익을 남겨야 하는 구조가 아니므로 모든 매출을 식당 운영에만 쏟을 수 있다. 하지만 삼식 통일의 동기가 가장 적다. 이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지지도 않는다.
 
공생관계, 안성캠 식당
안성캠에는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이 있다. 서울캠 식당들이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면 안성캠은 학생식당과 교직원 식당이 공생한다. 두 식당을 한 업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직영 방식을 택하고 있는 서울캠과의 단순 비교는 불가하다.

<식당 운영 방식>
현재 학생식당과 교직원식당에는 ‘(주)두메푸드바스켓’이 입점해 두 식당을 함께 관리한다. 학생식당의 경우 아침에는 조식과 간편식을 운영한다. 간편식은 바쁜 아침에 앉아서 먹을 시간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테이크아웃 메뉴다. 그러나 간편식이라고 해서 절대 간편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샌드위치든 김밥이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든다. 중식은 한식·중식·양식·특식·라면까지 5개 코너가 있으며 석식은 한 가지 메뉴로 운영된다. 반면 교직원식당은 조식·중식·석식 모두 한 가지 메뉴다.

<메뉴 선정 전략>
학생식단에서는 ‘고객만족도 시스템(KIOSK)’을 2013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메뉴별 1인 1회 참여를 원칙으로 설문을 제출하면 이는 메뉴 선정에 적극 반영된다. 이외에도 정기적으로 설문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기도 한다.

반찬을 선정하는 방식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안성캠 학생식당 윤희숙 점장은 “두 개 이상의 반찬에 단백질이 포함돼야 하고 칼로리도 고려한다”며 “학생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넣고 영양사가 각 영양소의 균형을 고려해 편성한다”고 설명했다.

<난제 및 극복 방안>
3,000원 남짓한 금액으로 질 좋은 식단을 짜기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5개 거래처끼리 경쟁을 부추겨 같은 품질의 식자재를 더 싸게 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쌀과 돈육만 품질을 위해 예외적으로 동일 업체가 제공한다. 또한 분업이 잘 돼 있어 튀김 담당과 부침 담당, 기타 조리, 배식, 설거지 담당이 따로 존재한다. 이 방식대로라면 인건비를 더 절감하면서도 식당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윤희숙 점장은 “인건비를 낮출지언정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식자재의 질이다”며 “맛을 내기 위해 멸치와 다시마를 우리고 고기는 안성에서 바로 신선하게 공수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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