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대신문 인터넷뉴스팀
“끼이익” 쇠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잠시 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흐아악…” 그리고 주위에 모든 불빛이 꺼지고 만다. 한맺힌 절규. 그리고 힘없이 당하는 조국의 자식들. 11월 5일 서대문 형무소에서는 쌀쌀한 날씨와 함께 그당시 암울했던 역사적 사실을 영혼들의 원한 속에서 경건하게 재현했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이곳의 역사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제1회 서대문형무소 민족문화예술제의 행사를 가리킨다. 지난 5~7일, 3일동안에는 유진규 마임단의 마임극 ‘서대문 형무소’, 택견무, 총체극, 일본인과 한국인이 연계한 무용작품 ‘벽-물질’ 등이 공연되었다. 또한 음악·무용

·미술·연극·마임·굿·조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폭넓게 참여했다.
공연 첫날인 5일에는 억울하게 죽었던 원혼들을 달래는 해원굿, 김매물만신을 사형장 앞에서 진행했다. 서대문 형무소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전시장에서는 그 당시 잔인했던 상황들을 3차원적인 조형시설물과 불빛, 그리고 다양한 음향시설 등으로 구비해, 보는 이에게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갖게 했다.

이번 행사의 대표공연은 총체연극 ‘살’을 뽑는다. 5~6일 이틀간 공연되는 이 작품은 시인 황지우가 대본을 쓰고 윤정섭씨가 연출을 맡았다. 일제에 의해 서글픈 운명을 겪어야만 했던 그들의 한을 춤, 노래 등 예술적인 매개물로써 관객들에게 와닿을 수 있게 표현했다.

이날 윤정섭(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이번 공연이 다양한 장르의 총체적 예술을 갖는 예술만으로 끝나기보다는 이곳에 참여하는 마음과 관객들과의 의사소통이 더 중요함을 말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국내 마임계의 대표주자로 불리우며 중앙대 마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유진규씨(49)도 자신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가 이곳에 어울리기 힘든 일본인과 같이 연계함으로써 예술적으로 승화한 점을 강조해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아야 할 것임을 말했다.

3일간 화려하게 공연을 마친 민족문화예술제측은 내년에는 제3세계 민족 독립운동과 예술을 주제로 아프리카지역 지도자들을 초청할 계획이라며 예년과 다름없이 특화된 주제인 우리 민족문화의 먼 미래상에 대해 제시했다.

서대문형무소. 일제시대 수많은 애국열사들을 비인간적으로 가둬 갖은 고문과 사형을 자행했던 아주 악명 높은 곳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대체된 이후 원한이 담긴 독립투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예술적인 영감으로 승화시킨 의식은 보아 바스티유감옥에 못지않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예술적 문화공간이 될 수있는 신호로 볼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