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남’보다 ‘꽃미남’ 소리를 듣고 싶다
  • 최승민 기자
  • 승인 2015.09.06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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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얼간이의 문화체험기’는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지면입니다. 문화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언어를 간접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자들의 솔직 담백한 경험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죠. 이번 주에는 ‘그루밍’에 도전했습니다. 짙은 화장부터 라인이 들어간 패션까지, 남성들은 여성의 것으로만 여겨지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기존 남성성에 배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남성들이 꾸미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런 남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자신을 꾸미는 데 망설임이 없는 남성들, 직접 그루밍족의 세계로 들어가 봤습니다.

 

 

 

●체험기

 

미모를 향한 남성의 열망
남자, 화장에 도전하다
 
  남성에게 민낯이 두렵지 않다는 것은 옛말인 듯하다. 자신이 바를 화장품은 직접 고르고 집 밖을 나설 땐 풀메이크업으로 중무장을 한다. 그간 근육만 단련해 온 남자들이 달라진 것이다.
 
  이경수 학생(패션디자인전공 2)의 아침은 분주하다. 집을 나서기 전 화장을 하기 위해서다. 눈썹 손질, 스킨, 로션, 그 위에 자외선 차단제, BB크림, 밤(balm)까지. 그가 시간을 투자해 꾸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화장을 하면 생기는 자신감 때문이다. “화장하면 얼굴의 윤곽이 잡히고 깔끔해 보여 자신감이 생겨요.” 자연스러운 화장을 마친 이경수 학생은 어느 곳에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김광현 학생(가명·서울대 자연과학대)은 1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피부의 결점을 가리는 데 화장이 필요해요. 여드름이나 기미 같이 보기 싫은 부분을 감춘 얼굴에 만족하며 생활할 수 있죠.” 다만 김광현 학생은 사람들이 화장한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까 두렵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든 안 쓰든 두 학생이 공통으로 말했던 것. 바로 화장을 통해 더 매력적인 남성으로 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화장을 통해 매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얻은 남성.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아직까지도 화장하는 남성에 대해 ‘동성애자 같다’, ‘광대 같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기 때문. 화장하는 남자를 향한 불편한 시선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화장에 도전해봤다. 
 
색조화장이라는 무거운 건축물을 쌓아올리기 전 기초화장으로 토대 공사를 진행했다. 세안 후 보습크림을 바르고, 스며들 때 즈음 자외선 차단제를 피부 위에 고루 문질렀다. 
 
  기초화장에 이어 메이크업이라 불리는 색조화장에 들어섰다. 메이크업하기 전 헝클어진 눈썹부터 다듬기 위해 눈썹 미용칼을 손에 쥐었다. 평소 수염 외에 얼굴의 털을 다듬어 본 적이 없는 기자는 어색할 따름이다. 메이크업을 위한 밑바탕은 완성. BB크림을 사용해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을 진행한다. 평소 기자는 얼굴의 홍조 때문에 피부과를 수차례 찾았을 정도로 열등감이 심했다. 하지만 피부 톤을 잡아주는 BB크림을 얹으니 새빨간 피부가 파스텔 톤으로 옅어져 놀랍다. 여기에 고체 컨실러를 얼굴에 덧발라주니 발그레한 홍조가 자취를 감춘다.
 
  이제 눈 화장으로 돌입했다. BB크림까지는 가볍게 바를 수 있지만 남성의 눈 위에 아이라인이라니, 뭔가 께름칙한 느낌이다. 눈 딱 감고 아이라인에 도전. 아이라이너를 이용해 눈 위쪽을 살짝 칠했다.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눈매를 위해 꾹 참았다. 눈에 라인을 잡아주니 평소 멍하다고 핀잔을 듣던 눈매가 한층 또렷해진다. 
 
  화장을 마친 후 외출에 나섰다. 아무렇지 않은 듯 걷고 있지만 오늘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을 좀 했을 뿐인데 말이다.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기자는 고개를 푹 숙인다. 
 
  학교 앞 카페에서 선배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기자의 얼굴을 놀라운 듯 바라본다. “너 새내기 티 좀 벗었다? 이제 좀 대학생 같네!” 눈썹 정돈은 물론이고 아이라인까지 그린 기자의 얼굴이 예전보다 또렷하다고 말한다. 보일 듯 말 듯한 눈 화장이 얼굴까지 또렷하게 해줄 줄이야, 따가운 눈 화장을 견딘 보람이 있다.
 
  살짝 번진 화장을 정돈하기 위해 잠깐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는 동안 옆을 지나친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탐탁지 않다. 마치 벌거벗은 듯 부끄럽다. 땀으로 지워진 BB크림을 덧바른 후 얼른 화장실을 뛰어나왔다. 
 
  정문에서 마주친 지인은 화장한 기자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챘다. 평소와는 다른 눈매와 입술 색깔 때문이다. “남자도 화장할 수 있지 뭐. 더 깔끔한걸.” 놀릴 줄 알았던 그녀가 예상 밖의 호의를 보여준다. 강한 색조화장은 부담스럽지만 적당한 화장은 괜찮다는 그녀. 남자의 화장을 응원해주는 그녀의 한 마디에 힘을 얻는다. 남자에게 화장은 어색하지만 용납받지 못할 행동은 아닌 듯하다.  
 
  화장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얻게 된 기자의 하루. 본래의 얼굴로 돌아오려는 세면대 앞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바라본다. 창피하면서도 자신감이 생기는 묘한 감정이 얼굴에 묻어있다. 어느 감정이 우세한 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은 채 비누거품과 함께 미묘한 감정을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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