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고객 비중의 증가
업계는 지금 그루밍족 앓이 중

 
▲ 신림동에 위치한 바버샵. 남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진 최승민 기자
 
‘너 어디까지 예뻐질래.’ 최근 방영된 남성용 화장품의 광고 카피다. 스킨을 손바닥에 덜어 얼굴을 사정없이 문지르는 거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던 기존의 광고와 다르게 피부가 좋고 꾸며진 남성이 모델로 전면에 나선다. 광고의 인기가 보여주듯 기존의 남성성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뷰티업계에서도 꾸미는 남자, 그루밍족을 사로잡기 위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그루밍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이들을 잡기 위한 뷰티업계의 모습들을 살펴봤다.

 이발소가 촌스럽다고? NO!= 허름한 건물, 낡은 간판, 그리고 나무로 된 선반과 딱딱한 의자.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곳,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이발소의 모습이다. 더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미용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발소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발소가 허물을 벗었다. 젊은 이발사를 고용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설계하더니 마침내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이발소로 재탄생했다. 바로 ‘바버샵(Barber Shop)’이 그 주인공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재탄생한 이발소, 즉 바버샵은 그루밍족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진다. 3,4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바버샵이 추구하는 헤어스타일은 정갈한 ‘포마드 스타일.’ 여기에 면도를 더해 깔끔한 느낌을 주는 바버샵의 스타일링은 평범한 중년 남성을 꽃중년으로 탈바꿈시킨다. ‘밤므바버샵’ 백순식 대표는 “멋을 아는 남자는 본인을 꾸미기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며 “남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장소로 바버샵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족이 증가하면서 바버샵을 이용하는 연령층도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니 꾸미고 싶은 젊은 남성도 주저 말고 바버샵의 문을 두드리자.

 대중에게 한발 다가가는 데 성공한 바버샵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헤어스타일만을 담당하던 바버샵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패션 스타일링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클럽모나코 멘즈샵’은 세계 최초로 남성복 매장과 바버샵이 결합한 형태다. 기존에는 남성복 브랜드와 바버샵이 전략적 제휴를 맺는 데 그쳤지만, ‘클럽모나코 멘즈샵’은 아예 한 매장 안에 남성복 매장과 바버샵이 함께 들어섰다. 패션브랜드와 바버샵의 콜라보레이션은 그루밍족에겐 희소식이다. 한 곳에서 헤어와 의상, 소품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를 스타일링할 수 있다는 점은 바버샵이 그야말로 그루밍족의, 그루밍족에 의한, 그루밍족을 위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패션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그루밍족= 남성 패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업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남성 편집샵’ 시장의 확대. 편집샵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총망라한 곳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제품들을 조금씩만 들여와 제품에 대한 희소성도 높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남성복 매장이 편집샵 형태로 탈바꿈하고 남성용 악세서리 전문샵도 생기고 있다”며 “그루밍족의 출현으로 패션 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점점 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점점 금남의 영역까지 진출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어그부츠, 하이힐이 남성들을 위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어그부츠, 하이힐을 신고 있는 남성들이 명동 같은 패션의 중심지에 자주 출몰하는 이유다.

 화장품 업계, 그루밍족을 잡아라= 그루밍족에게 화장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맑고 매끄러운 피부는 자신이 그루밍족이라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수단이다. 선크림만 발라도 답답해하던 남성들이 이제는 외출 전 피부트러블을 가리기 위해 ‘BB크림’을 바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에 발맞춰 업계는 이미 남성용 BB크림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남성용 BB크림의 한 제품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올해 3분기에 47%의 매출액 신장을 보였다. 기초화장품을 넘어 아이라인과 쉐이딩 등의 색조 화장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남성용 화장품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2014년 국내 남성용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1조원 이상. 2009년 6,130억에 비해 약 60% 정도나 증가한 수치로 세계 1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그루밍족을 위해 최초로 남성만을 위한 ‘뷰티페어’도 개최됐다. 지난달 말 영등포에서 열린 뷰티페어는 남성 화장품부터 제모기 등의 미용 관련 제품까지 그루밍족의 관심을 보일만 한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피부톤 보정과 눈썹 다듬기 등을 받는 남성들이 가득 찬 생소한 경관이 펼쳐진 것이다. 그루밍족을 잡기 위한 뷰티업계의 계속된 움직임, 길거리에서 파운데이션으로 화장을 고치는 남성이 익숙해질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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