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성매매 실태 진단
 
웹툰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에서는 대학생인 주인공 미우가 운동선수인 동생 시우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성매매 업소에 발을 들인다. 꼭 미우와 같은 사정이 아니더라도 밤의 거리에 표류하는 여대생들이 있다. 그 거리에는 이 여대생들을 찾는 남자들도 존재한다. 깜깜한 밤 캠퍼스를 떠나 붉은 빛으로 수놓아진 거리를 찾는 대학생들. 이러한 청춘의 실태를 진단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청춘, 밤을 거닐다
“업주들이 자신의 업소에 대학생들 많이 있다고 해요. 방학 때 와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돈을 벌어가는 경
우도 있죠.”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 심선진 소장은 적지 않은 20대 여성들이 성매매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13년 성매매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 판매 여성 중 2,30대가 무려 77.1%나 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성매매 업소를 찾는 것은 여성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20대 남성들 또한 성매매를 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2,30대 남성 51.2%가 성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평균 24세에 최초로 성구매를 했다고 답했다. 이제까지 숨겨져 왔던 청춘의 성매매는 우리의 현실이었다.
 
 성매매의 형태는 과거와 다소 다르다. 익명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에 맞게 변했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집장촌이 밀집된 거리에서 성매매가 이뤄졌지만, 요즘은 온라인 사이트나 메신저를 통한 조건만남이 성행하고 있다. 수서경찰서 유인희 경위는 “현재 성매매는 오피스텔이나 모텔 등을 통해 은밀한 방식으로 거래된다”며 “남들 모르게 숨어서 성매매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매자나 구매자나 성매매를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성매매는 남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범죄다. 이에 성매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단속에 걸려도 다른 범죄보다 죄책감이 덜하다고 유인희 경위는 설명한다. “보이는 피해가 없으니까 단속에 걸려도 ‘내가 뭘 잘못했냐’면서 당당하게 따지는 사람도 있어요.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니 걸려도 다시 성매매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하는 여성도 있죠.”
 
 변종된 형태의 유사 성행위 업소도 또 다른 골칫거리다. 성관계를 직접적으로 갖지 않기 때문에 잡기도 힘들뿐더러 걸려도 당당하게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업소만이 아니라 키스방, 안마방 등 새로 생긴 유사 성행위 업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대생을 향한 성매매의 유혹
“인터넷은 모든 범죄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인터넷 접속만 하면 성매매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죠.” 유인희 경위는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전화 한 통이면 충분히 다음 날 바로 성매매 업소에 출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취재 결과 실제로도 많은 여성이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변종 아르바이트 사이트 등을 통해 여대생들은 쉽게 성매매의 늪에 빠지고 있었다.
 
 그녀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유인희 경위는 “성매매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성관계를 한 번 가지면 보통 10만원을 벌 수 있으며 유사 성행위의 경우에도 최저 시급보다 약 10배나 높은 5만원을 벌 수 있다. 빠르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보니 성매매의 유혹에 빨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에 접근하게 되는 이유를 개인적 동기가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배은경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성매매를 불러일으키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다. 젊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남성들에게 이를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사회구조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고객의 입장에서 남성의 성욕을 강조하며 그 욕망을 풀어주기 위한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어요. 한편 젊고 어린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는 비싸게 팔리죠. 성매매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 맥락을 파악해야 해요.”
 
유혹에 이끌린 그의 발걸음
남성들도 인터넷 접속 한 번이면 쉽게 성을 살 수 있다. 배은경 교수는 남성들이 성을 구입하는 원인 중 하나로 ‘군대 문화’를 꼽는다. “군대는 말 그대로 남성적인 조직이죠. 조직의 유대를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기초적인 욕구 분출 행위를 다 같이 하는 것입니다. 함께 나쁜 짓을 하는 것만큼 유대관계가 잘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어요.” 성매매와 같이 사회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함께 하면서 그들만의 유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결과,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술을 먹다 함께 성매매 업소를 찾았다. 게다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단체로 손님이 올 경우 할인해주는 업소도 있다.
 
 하지만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대학생 남성들을 취재하면서 ‘왜 성매매를 하게 됐냐’고 물었을 때 ‘호기심 때문에’라고 답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자립지지공동체 김미령 소장은 여성의 몸은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의 몸을 호기심으로 보는 순간 성관계는 진지해질 수가 없죠. 호기심에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상대방을 자신의 욕구 해소를 위한 도구로 본다는 것과 같아요.”
 
청춘, 이제는 각성할 때
김미령 소장은 ‘성(性)’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을 돈을 받고 팔게 되면 판매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박탈된다는 것이다. “성관계는 1:1의 평등한 관계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성매매는 구매자 남성이 돈으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산 후 2:0으로 이뤄지는 관계죠.” 심선진 소장 또한 “몸을 팔겠다는 마음을 먹고 돈을 받는 순간 판매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져 버린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올바른 성관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성 구매자와 판매자 대부분은 성이 거래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성을 사고파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성 구매자 남성 대부분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성매매 행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었다. 다시함께상담센터 이현주 팀장은 대학생들이 제대로 된 성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는다. “한국은 그릇된 성문화가 만연해있지만 성 의식은 부재하죠. 성에 대한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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