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판매자 여성 현황

오후 9시. 낮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해가 떨어지는 순간, 나에겐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늘 그랬듯이 화장을 고치고 짧은 치마를 입는다. 그 후 며칠 전 새로 산 핸드백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메신저 앱을 켠다. 조건만남을 원하는 남성들을 찾기 위해서다. 익명의 남성들에게 ‘조건 만남 하실 분^^ 언제든 환영♡’이라는 홍보 메시지를 보낸다. 번진 마스카라를 지우려는 그 때, 예약 가능하냐는 한 남성의 답장이 온다. 부랴부랴 손에 쥔 마스카라를 놓고 휴대폰 버튼을 누른다.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물어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내일 저녁 8시 왕십리의 A모텔에서 보자는 약속으로 마무리 한 뒤 며칠 전 예약한 성 구매자 남성을 만나러 집을 나선다.

 그렇게 3시간이 흐르고 가벼웠던 지갑이 현금 20만원으로 두둑해졌다. 돈을 받고 떠나려는 찰나에 그 남자가 말을 건넨다. ‘제법이네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칭찬이다. 가벼운 눈짓인사를 한 뒤 방을 나선다. 아슬아슬하게 지하철 막차를 타고 창가에 비친 밤하늘을 보니 처음 성매매를 시작하던 때가 떠올랐다.
 
 집안 형편이 딱히 어렵진 않았지만 성인이 돼서까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싫었다. 과제와 팀플로 빡빡한 일과에 등록금 360만원과 용돈까지 벌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 여러 곳을 뒤적이다 눈에 띄는 한 문구를 발견했다. ‘돈 욕심 있는 언니들 드루와~ 월 3~400만원. 터치 없어요.’ 다름 아닌 강남의 한 토킹 바 광고였다. 몇 시간 말 상대만 해주면 등록금 값이나 되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니. 광고에 혹해 적혀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중후한 목소리의 남성이 일단 면접을 보러 오라고 말한다. 걱정되는 마음을 눈치챘는지 남자는 간단한 업무라며 안심시켰다.
 
 면접을 본 다음날 바로 토킹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장은 손님 옆에 앉아서 이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시급이 괜히 높은 게 아니었다. 퇴근 시간 즈음부터 늦으면 새벽 2시까지도 일을 하는 것은 기본. 술에 취한 ‘진상 손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술을 마시며 웃음을 팔아야 했다. 일로 생긴 피곤함은 퇴근한 뒤 집까지 이어졌다. 술기운에 못 이겨 쓰러지듯 잠이 들면 다음날 전공 수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고된 토킹 바 업무로 지쳤던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언니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우알바’ 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어디에도 없는 ‘꿀 알바’라며 권해 준 것이다. 언니가 알려준 사이트로 들어가니 ‘근무시간 완전 자유. 당일 최저 80만원 이상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광고들이 쏟아져 나왔다.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자극적인 광고에 점점 빠져들었다. 토킹 바에서 술을 마시며 다음날 고생하느니 차라리 잠깐만 일하고 바짝 벌자는 생각이 들었다. 좀 과장된 광고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등록금 마련은 물론 넉넉한 용돈까지 금방 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슴없이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를 차례로 누르기 시작했다. ‘010-2xxx-xxxx.’
 
 그렇게 일하던 토킹 바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화류계(花柳界)에 입성했다. 처음 입성한 날은 엄청난 후회로 밤을 지새웠다. ‘내가 몸까지 팔다니…. 진짜 막장이구나, 내 인생.’ 하루에도 여러 명의 남성을 상대하면서 없던 근육통까지 생겼다.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을까. 하루는 손님이 성관계를 끝낸 후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이 X년아. 이거 불법이라 신고하면 넌 끝이야. 돈 안 주면 신고할 거니까 있는 돈 다 내놔.” 결국 지갑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 건네줬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일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할 수 없다. 소위 ‘몸이나 파는 년’으로 생각해 주변사람들을 하나 둘 씩 잃을 것만 같았다. 힘들고 서러워도 참고 버텼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점차 돈을 쓰기 위한 일로 변했다. 버는 돈이 많아지자 씀씀이도 커졌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눈이 작은 것만 같고 코도 유난히 낮아 보인다.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더 진하게 화장을 하고 화려하게 옷을 입는다. 로드 숍 화장품으로 채워져 있었던 수수한 화장대는 면세점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로 채워졌고 인터넷 쇼핑을 통해 샀던 옷과 가방도 ‘신상’ 명품으로 바뀌었다. 값싼 화장품과 옷이 방구석에 파묻혀 잊혀가듯 죄책감도 점차 무뎌져 갔다.
 
 나는 몸 파는 여자가 아니라 근처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감정 노동자’다. 남성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 그 자체가 노동아닌가. 때로는 자부심까지도 느껴졌다. 남성들이 만족해하며 칭찬해줄 때 어쩐지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어쨌든 쾌락을 창출해내는 일이니까. ‘걸레’나 ‘창녀’라는 남들의 손가락질은 토킹 바 때나 지금이나 숱하게 받는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반문한다. ‘내가 너희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니잖아?’
 
 조금씩 이 일에 익숙해지자 업주들이 떼어가는 돈이 아까웠다. 업소에서 일하면 장소 제공은 물론 광고를 통해 손님까지 끌어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건만남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엔 업소가 해줬던 모든 것들을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 벅찼다. 하지만 차츰 익숙해져 조건만남으로 버는 수익이 늘었다. 이제는 능숙하게 고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전보다 더 많은 고객을 받는다. 모텔부터 남성의 집까지. 여기저기를 오가며 일을 하니 점차 단골손님들도 늘었다.
 
 대학교 등록금에 연연해 하던 이전의 나는 어디에도 없다. 360만원이 적힌 등록금 고지서를 보며 쩔쩔매지도 않는다. 주변 또래들은 엄두도 못 낼 만큼의 큰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부끄럽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야, 너 이거 진짜 비싼 거 아니야? 대박…’ 비싼 옷과 가방을 매며 학교에 다니는 나를 부러워하는 동기들도 생겨났다. 이미 씀씀이도 옷차림도 다른 아르바이트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버렸다. 오후 8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보다 좀 더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고 좀 더 짧은 치마를 입는다. 평소와 같이 가방에 있는 스마트 폰을 꺼내 메신저 앱을 켠다. 때마침 예약이 가능하냐는 한 남성의 답장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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