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산 그녀의 밤
  • 안지연 기자
  • 승인 2015.09.06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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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2(裏)면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신가요? 수업을 듣고 동기들과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지는 않으신지요. 하지만 그 하루를 돌아보면 미처 보지 못 했던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이번학기 중대신문 심층기획부는 바쁜 일상에 치여 마주치지 못 했던 모습을 조명하려 합니다. 두 면의 지면으로 ‘일상의 이면’을 보는 것이죠. 이번 주제는 조금은 민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실이죠. 오늘의 이면은 바로 ‘대학생들의 성매매 실태’입니다. 수면 아래에 있던 청춘의 성매매 실태를 일상의 이면을 통해 만나보시죠.
 
 
 
 
 

성 구매자 남성 현황
 
 

 

 

 

 

본 기사와 '돈과 바꾼 나의 밤' 기사는 각각 성매매 구매자 남성 11명과 성매매 판매자 여성, 수서경찰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한터전국연합회 등 여러 주체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한 이름은 가명이며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소설 형식으로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가진 친구와의 술자리.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정신이 알딸딸해진다. 몽롱해지는 기분에 잠기운이 오는 순간, 친구 석우의 한 마디가 귀에 꽂힌다. “야, 아는 형이 여기 근처 좋은 업소 알려줬는데, 한 번 가볼래?” 영등포 근처 사창가야 주변에서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막상 실제로 가보려 하니 좀 두렵다. 벙 쪄 있으니 따끔하게 돌아오는 석우의 한 마디. “안 해봐서 어려운 거야. 한 번 해보니까 별거 아니던데?”

 
 석우의 한 마디에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더 커진다. 동영상을 보면서 가졌던 환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밀려오는 두려움에 한두 잔 더 들이켠다.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빨간 불빛으로 가득 찬 거리 위로 향한다. 처음이라는 두려움보다 평소 성매매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이 더 컸던 모양이다. 물론 술기운에 충족시키고 싶은 호기심이겠지만.
 
 1시간 뒤. 술이 깨고 나니 희미해졌던 정신이 점점 돌아온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도 누구나 다 하니까 딱히 죄책감은 들지 않았지만 허무했다. 술기운에 올라온 호기심이었을 뿐.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상상 그 이하’였다. 그 ‘순간’만 좋았기 때문이다. 지갑을 보자 엊그제 받은 용돈 20만원 중 5만원만 남아있다. “남자들이 돈 아끼는 방법이 뭔 줄 알아? 컴퓨터 모니터 옆에 10만원 두고 동영상 보면서 자위행위 하면 되는 거야. 어차피 성매매도 그 순간 때문에 하는 거잖아.” 평소 친구 놈이 버릇처럼 하던 농담이 뇌리 속에 맴돈다.
 
호기심과 욕망에 들어간 업소
돈을 냈는데 뭐가 문제인가
 
지호 녀석이랑 한두 잔 한다는 게 어쩌다 보니 성매매 업소까지 가게 됐다. 술이 좀 들어가니 습관처럼 여자 생각이 절실했나 보다. 여자친구에게 들키지 않게 카드 사용내역 문자를 지운다. 성관계 시 여자친구가 부담스러울까봐 요구하지 못 했던 것들을 성매매를 통해 해소한다. 나는 당당하다. 대학생인 내게 다소 큰 액수인 10만원을 지출했으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자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복학해서 이제 처음 업소를 간 ‘쫄보’ 지호와 나는 다르다.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성매매를 찾지 않는다. 과제와 팀플에 찌들어서 지칠 때도, 여자 친구와 싸워서 짜증 날 때도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성매매 업소다. 언제 한번 일진이 사나운 날이 있었는데 기분을 전환해 줄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아는 형이 알려줬던 성매매 업소 번호가 떠올랐다. 그 번호는 전에 갔던 사창가가 아닌 흔히들 ‘오피’라 부르는 형태의 성매매였다.
 
 사실 밖으로 노출된 사창가는 무섭다. 여자 친구가 있는 나에겐 특히나 더. 친구들 중 몇몇은 모이기만 하면 성매매를 한 게 마치 자랑이나 되듯 허세를 부리지만 성관계는 낯 뜨거운 그런 거 아닌가. 그래서 택하게 된 것이 조건만남이다. 조금 비싸긴 해도 익명이 보장된다.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다.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니까.
 
 친구가 준 성매매 업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실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는다. 그 실장의 안내에 따라 강남의 한 오피스텔로 들어간다. 문을 열자 한 여자가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그 여자가 끓여준 차를 마시며 언제나 그랬듯이 이야기를 꺼낸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요구하는 게 싫어도 어쩌겠어. 저 여자가 원하는 돈을 줬잖아. 쉽게 벌어서 쉽게 쓰는데 이 정도 요구쯤은 감수해야지.’
 
 문을 열고 나서려 하는데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다. 그 여자, 어디서 많이 본 것만 같다.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나간다. 지하철역을 들어가며 SNS 프로필을 넘기는데, ‘창의와 소통 팀플 유현숙’의 프로필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아, 이제야 기억이 난다. 새내기 때 잠깐 만난 여자애였던 것이다. 평범한 여대생인 줄만 알았던 그녀가 오피스텔에서 몸을 파는 여자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치와 허영에 못 이겨 결국 저런 일까지 하는구나. 나랑 친한 동기가 저런 일을 한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한 달에 한 번, 나처럼 혈기왕성한 나이대 남성들의 욕구를 위해 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동영상과 여자친구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암암리에 주변에서 많이들 하는데…. 뭐 그리 문제 될 게 있나.
 
 한 가지 문제 되는 것이 있다면 ‘돈’이다. 용돈이 거의 떨어지고 있었던 찰나에 ‘딩동’하며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 지난달 아르바이트 급여가 입금됐다는 문자다. 바로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조건만남 사이트를 켠다. “오늘은 얼마짜리를 할까. 돈도 부족한데 알바비 안 아깝게 다 요구해야지.” 모니터 한편에 성매매 혐의로 누군가 붙잡혔다는 기사가 뜬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 주위에서 걸린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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