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글쓰기에서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글의 유형이 바로 자기소개서, 즉 ‘자소서’ 쓰기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만큼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싶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자신에 대해 치명적인 정보의 빈곤감을 느끼게 된다. 자기소개서 쓰기는 이력서 쓰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객관적인 근거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이력서와는 달리 자기소개서는 잘 써야 한다. 바로 이 잘 써야 한다는 부분이 여러 대학생들의 어깨에 부담을 얹어준다.

 자기소개서 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예전에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나름대로 안타깝고 절박한 사연들이 겹쳐 떠오르곤 한다. 거기에는 놀라울 만큼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글을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안타까운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소개서 안에 들어있는 ‘무엇이든 잘 합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와 같은 표현들은 결코 본인을 드러나게 만들 수 없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안에는 무엇이든 잘 하는 사람보다 특정한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보여줄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정말 잘 쓴 글이어야 하지만,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나 문체가 세련된 명문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본 어법은 최대한 지켜 써야 하고, 읽는 이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문장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정해진 자기소개서 분량 안에서 주어와 서술어는 반드시 호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으로서’는 신분이나 자격을 나타낼 때, ‘-으로써’는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낼 때 써야 한다는 점을 잔소리하기에 갈 길이 너무 멀다. 

 입시 위주의 국어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도 외국어나 자격증 같은 취업 위주의 ‘스펙 쌓기’에 매달리다 보니 한국어문규정 학습이 다소 부족하다. 일부 대학생들이 글쓰기 훈련이나 독서가 탄탄하지 못해 우리말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까?

 자기소개서를 자기 자신만큼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는 자기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다만 문제는 그 글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련할 만큼 수없이 고쳐 쓰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준비된 인재를 만들어가야 한다. 「남태평양 이야기」의 작가 미치너(James A. Mi-chener)는 자신의 명문장에 대해 이런 표현을 남겨 세상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였다. “나는 별로 좋은 작가가 아니다. 다만 남보다 자주 고쳐 쓸 뿐이다.” 미치너의 글쓰기 경지에 이르도록 고쳐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을뿐더러, 또 그럴 필요도 적다. 다만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다시 써야 한다. 인사 담당자의 눈에 쏙 드는 맞춤형의 인재로.

신현규 교수
교양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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