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대학 우수 사례 점검
 
그린캠퍼스 전담부서를 한 체계적인 캠퍼스 자원 관리
학생 중심 캠페인부터 대학본부의 과감한 투자까지

대학에 에너지 적신호가 켜졌다. 2010년 에너지관리공단이 대학을 에너지 다소비기관으로 선정하고 지난 1월부터 전국 14개 대학이 의무적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제 대상에 포함되는 등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학 캠퍼스에는 녹색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주요 대학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전력 소비를 효율화·절감하기 위한 노력, 수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그 사례다. 서울지역 내 대학들의 그린캠퍼스를 향한 시도와 노력을 집중 조명해봤다.

가장 시급한 문제, 전력 사용량
 대학 에너지 소비량의 대부분은 전력에서 발생한다. 고려대의 경우 2012년 ‘에너지위기관리대응팀’을 신설해 2011년부터 진행된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이어갔다. 총 46억 규모로 ▲LED 조명 교체 ▲화장실·주차장 자동 센서 설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구축이 진행됐다. 현재는 에너지위기관리대응팀과 기존의 ‘안전관리팀’을 합쳐서 ‘에너지·안전팀’이라는 전담인력을 배치·운영 중이다. 에너지·안전팀에서는 기존의 환경·보건·소방·실험실 관리 외에 그린캠퍼스 관련 업무가 추가됐다.

 BEMS는 캠퍼스 내 에너지를 통합 관리하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계획과 실적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BEMS의 도입으로 고려대는 연간 약 6억 9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고려대 에너지·안전팀 백완종 팀장은 “많은 대학이 에너지효율화사업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저한다”며 “하지만 정부 방침이 전기료를 올리는 상황이라 투자비용 회수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짧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서울특별시(서울시)가 주최한 ‘2013년 에너지절약 실천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보조금으로 방학마다 그린캠퍼스 홍보대사를 선발해 캠페인을 벌였다.

 서울시립대는 2012년 대비 2014년 전력 사용량을 17.3% 감축했다. 신축 공사나 리모델링으로 인해 매년 전력 사용량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서울시립대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LED 조명 설치 및 교체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립대의 LED 조명 설치율은 90% 이상이고 교내에 총 353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전기팀 이용진 주무관은 “LED 조명 사업과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는 단순히 경제성만 따진다면 투자비용 회수 기간이 10년이 넘는다”며 “서울시립대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국가 에너지 절약 정책에 부응하고자 에너지 절감 사업을 선도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35동, 수자원 활용의 비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35동) 건물 옥상은 빗물을 활용해 휴식과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13년 서울시 ‘옥상녹화사업’에 선정되어 옥상녹화를 진행한 결과다. 옥상녹화를 통해 텃밭을 만들고 30구획으로 나눠 교수, 교직원, 학생, 지역주민 등에 분양한다.

 옥상녹화는 빗물을 활용하는 사업이다. 옥상녹화 사업은 비가 올 경우에 최대한 물을 저류시켜 도시 홍수와 열섬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35동 옥상녹화의 면적은 840m²(약 254평)로 420m²(약 127평)은 꽃을 키우는 정원, 나머지 420m²은 텃밭으로 조성돼 있다. 35동 옥상녹화는 기존의 ‘볼록형 옥상녹화’ 대신에 ‘오목형 옥상녹화’를 선택했다. 녹화 면을 볼록하게 해 바깥으로 물이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 대신 녹화 면 주위 외벽을 10cm 정도 높여 물이 더 오래 고이도록 한 것이다.

 건물 내부에서도 절수를 위한 노력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35동 건물의 물 사용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절수 변기 교체 작업이 진행됐다. 절수 변기는 건물 4·5층 남녀화장실의 8개가 먼저 교체됐다. 회당 12L의 물이 사용되는 기존의 변기를 회당 4.5L의 물이 사용되는 절수 변기로 교체해 소음과 막힘 현상을 줄인 것이다. 이와 함께 절수형 걸레 세척기도 4층과 5층에 각각 1대씩 총 2대를 배치했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가 35동에 절수형 대·소변기 및 세면기, 걸레 세척기를 설치한 후 물 사용량을 측정한 결과 절감 효과가 입증됐다. 측정한 절감 효과를 토대로 35동 전체에 절수형 제품을 설치한다고 가정할 때 투입될 비용은 약 2200만원이다. 반면에 연간 절수량은 2900톤으로 약 64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약 3년만 있으면 교체비용의 회수가 가능한 것이다.

참신한 아이디어, 작은 실천부터
 학생들 중심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실천도 진행 중이다. 서울여대는 2009년 에코캠퍼스를 선언하며 ‘에코캠퍼스추진단’을 만들었다. 이후 50명의 학생들을 단원으로 선발했다. 에코캠퍼스실천단은 조별로 지도교수를 두고 3~4개 조로 활동한다. 그 중 텃밭 조는 지렁이 퇴비장에서 나오는 분변토를 비료로 활용해 교내 텃밭을 가꾼다. 이렇게 자란 상추 등을 학생식당에 제공해 ‘에코비빔밥데이’를 추진해 로컬푸드, 유기농 식품의 중요성을 알린다.

 이은희 에코캠퍼스추진단장(서울여대 교수)은 “학내 전체에 유기물처리용 지렁이 퇴비장을 건설하려면 설치비용의 부담이 크다”며 “서울여대는 우선 일부 지역과 기존의 비닐하우스 시설을 활용해 자원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고 말했다.

 ‘앗! 지렁이가 쏜다!’라는 서울여대만의 독특한 행사도 마련됐다. 지렁이 퇴비장을 통해 음식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절감된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1년 10월부터 매 학기 한 번씩 진행됐고 지난 4월 29일 8회째를 맞았다. 행사에서는 에코캠퍼스실천단학생들이 ‘음식물 쓰레기 감량화 사업’을 홍보한다. 또한 에너지자원절약 동참 서명을 받으며 간식을 나눠준다. 현재 약  4000명의 서명이 확보된 상태다.

 상명대는 2015년 서울시 ‘그린캠퍼스 조성사업’에 선정돼 ‘Green Story’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reen Story는 교양대학을 중심으로 올해 4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장기 그린캠퍼스 사업이다.

 지난 5월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 위해 선발한 24명의 학생 서포터즈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10일 진행된 ‘너의 식판을 보여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다. 학생식당 앞에 부스를 설치해 음식을 남기지 않은 학생 150명에게 간식을 제공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그린캠퍼스 만들기에 동참,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자신의 지장을 새긴 서약 배지를 제공했다. 그 결과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약에 동참했다.

 실무를 담당했던 김태은씨(상명대 소비자학전공 박사수료)는 “종이 서명의 경우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지장을 찍는 방식으로 서약을 받자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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