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글
적발보다 예방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리포트 표절을 근절하기 위해 과학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대학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표절검사 프로그램으로는 ‘카피킬러 캠퍼스(카피킬러)’, 턴잇인, 밈체커 등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리포트 파일을 올리면 프로그램에 저장된 문서 데이터와 비교하여 표절률이 도출된다. 표절의 기준은 교육부의 표절 지침에 따라 6어절 이상을 무단으로 인용한 지 여부다.
 
 카피킬러는 표절 분석 전문 기업인 ‘무하유’라는 회사에 의해 운영된다. 대학이 도입해 사용하는 서비스는 ‘카피킬러 캠퍼스’로 학교 계정으로 회원가입만 하면 교수는 물론 학부생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카피킬러의 비교 데이터베이스는 국내외 학위·학술논문, 인터넷 자료, 대학 내 사용자 문서 등이 있으며 자료 수집은 데이터의 최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작업인 웹 크롤링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중앙대도 학부생의 표절검증을 위해 카피킬러를 활용하고 있다.
 
 동국대는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동국대 e-Class’를 통해 카피킬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교내에 있는 교육관리 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에 카피킬러 서비스를 API 연동방식으로 탑재했기 때문이다. 교수가 리포트 공지 게시글을 올리면 게시글 내의 과제 제출 기능을 통해 학생들이 과제를 제출하게 된다. 제출된 과제는 마감일로부터 최대 2일 안에 자동으로 표절검사가 완성되며 결과는 교수만 확인이 가능하다. 동국대 정보운영팀 배용규 팀원은 “학내에 올바른 학습윤리를 정착시키기 위해 e-Class에 카피킬러를 적용했다”며 “재작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 e-Class를 통해 표절검사를 진행한 건수가 총 212,151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피킬러 서비스만으로 표절을 근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앙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측은 “단어 하나를 바꾸는 식의 표절행위까지 프로그램이 알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이 어순 변경, 동의어 대체 등 여러 수단을 통해 표절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피킬러 영업마케팅 본부 장샛별 대리는 “프로그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글의 특성에 맞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표절 결과는 검사 목적에 따라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표절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에 표절검색 솔루션인 턴잇인과 밈체커는 핑거프린트 기술을 이용해 표절을 잡아낸다. 해당 기술은 사람의 지문을 인식하듯 파일을 이미지화해 사진 파일로 저장한다. 해당 과제를 문서로 비교하는 것과 이미지로 비교하는 것의 차이점에 대해 턴잇인 유영재 대표는 “단순히 단어를 비교하는 것을 넘어 문맥이 동일한 경우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핑거프린트 기술은 단어를 섞어 쓰는 등의 표절 행태까지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연세대가 두 표절검색 솔루션을 교육관리 시스템에 연계해 사용하고 있으며 표절을 검증하기 위한 사용절차는 동국대와 동일하다.
 
 하지만 표절검색 솔루션 역시 정확한 출처가 아닌 다른 출처가 잡힐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두 표절검색 솔루션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출처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유영재 대표는 “기계는 모사율만 나타내줄 뿐이며 표절 여부의 판단은 사람의 몫이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을 통한 예방”이라고 말했다.
 
 표절을 검증하는 프로그램과 달리 주석과 참고문헌을 자동으로 입력해주는 서비스인 ‘스칼라스에이드 서비스(스칼라스에이드)’는 국내 최초로 시행됐다. 이는 사전에 표절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칼라스에이드 나일영 대표는 “표절검사 프로그램은 단어 바꾸기 식과 같은 표절까지잡아낼 수 없다”며 “기존의 표절을 잡아내는 부정적인 방식이 아닌 인용표기를 독려하는 긍정적인 방식의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스칼라스에이드를 도입했지만 학부생 과제를 대상으로 한 이용은 미비하다. 현재 학부생 리포트 표절을 예방하기 위해 스칼라스에이드 프로그램을 도입한 국내 대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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