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멀리서 가까이 보기
  • 신예솔 기자
  • 승인 2015.08.3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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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8만4000여명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만 해도 4100여명을 훌쩍 넘었다고 하는데요. 세계의 눈은 중앙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는 코너입니다.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학생들끼리의 친목도 도모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교육문화’인데요. 한국 대학교로의 진학을 결정한 이들에게 한국의 교육문화는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 넘고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온 세 명의 유학생 캠퍼스를 누비다
각기 다른 교육 방식 학벌이 가지는 의미도 달라
경쟁과열 한국, 만국 공통 환영받는 전문직
 
예솔 : 안녕하세요, 다들 북촌 한옥마을은 잘 구경하셨나요? 저는 오늘 진행을 맡게 된 중대신문 여론부 차장 신예솔입니다. 정치국제학과 2학년이에요.
민지 : 저는 중대신문 여론부 부장 박민지입니다. 국어국문학과 4학년이에요.
리사야 :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서 온 모리사야라고 합니다. 정치국제학과 2학년이고 예솔이랑은 동기예요.
문 : 저는 중국에서 왔고요. 국제물류학과 4학년 박택문이라고 합니다.
파엘 : (브라질 축구 유니폼을 입고 온) 다들 학부생이시네요. 저는 브라질에서 온 하파엘이고 이번학기부터 중앙대 대학원 동북아학과에서 북한개발협력을 전공하게 됐어요.
 
한국에서 시작된 나의 스무 살
신 : 개강을 맞아 이번 주는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개강호 주제치고는 좀 무거울 수 있지만 각국의 교육 방식을 비교해보고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세 분 모두 중앙대에 다니시는데,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하 : 북한의 정치, 경제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려고 왔어요. 브라질에서 학부 졸업논문도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썼었죠. 동북아 지역을 배우기 위해 한자도 따로 공부했어요.  
택 : 저는 입시가 끝나고 대학교수이신 아버지 친구분께 한국 유학을 권유받았어요. 한국에 가서 국제물류를 전공해 견문을 넓혀보라고요.
신 : 처음 경험해본 한국 대학수업, 어떠셨나요?
택 : 발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 중국은 발표나 토론수업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도 PPT 발표에 미숙한 경우를 여럿 봤거든요. 저는 한국으로 유학 오고 나서 신입생 때 한 PPT 발표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모 : 저도 발표나 토론수업 문화를 처음 경험했어요. 일본의 대학 수업은 대부분 교수님의 강의로만 이루어져요. 학생들에게 많은 참여 기회를 주는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함께 발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힘들더라고요. 다 같이 어울려서 동기 엠티를 즐기는 것만 보더라도 한국 학생들은 협동심이나 단체생활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경영학개론 59점, 탈락하셨습니다.
신 : 각 국가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요.
하 : 브라질에서는 6살부터 12년 동안 의무교육과정을 거치고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어요.
택 :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한국과 똑같지만 대학교육은 많이 달라요. 중국 대학교는 100점 만점으로 학점을 매겨요. 60점을 넘지 못하면 다음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따로 비용을 내고 재시험을 봐야 하죠. 또 한국 대학교에서는 출석이 중요하지만 중국은 결석률이 높더라도 시험성적만 좋으면 학점이 잘 나오죠.
모 : 일본 학점은 한국처럼 알파벳으로 등급을 매겨요. 일본 대학에서 F학점을 받기 더 쉬운 것 같아요. 한국은 수업을 아예 빠지거나 시험을 보지 않은 경우에 F학점이 나오지만 일본에선 학업에 조금만 소홀해도 F학점이 나올 수 있어요.
하: 브라질은 1년 단위로 학기가 나뉘어서 낙제하면 다시 1년을 다녀야 해요. 다시 보기 싫은 교수님과 또 만나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죠.  
박 : 한국 대학교 시스템과는 많이 다르네요.
택 : 그리고 중국은 학년마다 학생과 관련된 일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학교 직원이 따로 있어요. 학생의 생활적인 부분을 지도하고 진로나 우울증 상담을 해주기도 하죠. 수업에 빠진 학생을 조교가 직접 찾으러 가기도 해요.
 
나라마다 다른 배움의 무게
신 : 올해 발표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인데요. 각 국가에서 대학 교육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는 어떤가요?
모 : 일본 사회에서도 대학의 중요성은 매우 커요. 간호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명문대를 나와 대학원 과정까지 마쳐야 하죠. 하지만 입시 경쟁은 한국이 더 치열한 것 같아요. 일본 고등학교는 오후 3-4시면 모든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나 야외 활동이 주가 되거든요. 4년제 대신 2년제 대학교인 전문대를 가는 경우도 많고요.   
택 : 중국도 한국처럼 학벌을 중요시해요. 입학시험 등급에 따라서 갈 수 있는 대학교가 나뉘고 학벌이 낮은 대학교에 간다면 취업이 잘 안 돼요. 그러다보니 중국의 고등학생들은 입시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아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나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꼬박 공부만 하죠.
신 : 최근에는 바뀐 추세지만 중국 정부는 인구를 감소시키기 위해 ‘한 가정 한 아이’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그 영향으로 늘어난 외동 자녀들에 대한 교육 투자도 남다를 것 같아요. 
택 : 자녀의 수가 줄어든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교육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예요. 옛날과는 다르게 영어나 피아노 학원은 기본으로 다니죠.
하 : 제가 만난 중국 친구들도 다재다능했어요. 특히 상해나 북경에서 온 친구들은 첼로, 프랑스어 등 수준 높은 교육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신 : 반면 브라질은 대학 진학률이 20%도 안 된다고 들었어요.
하 : 맞아요. 한국에 비하면 브라질은 교육열이 낮은 편이에요. 한국 드라마에서처럼 학부모들끼리 모여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죠. 경쟁하지 않아도 충분한 복지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신 : 대학 교육이 취업이나 사회진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건가요?
하 : 대학 졸업자 자체가 많지 않아서 대학 졸업만 해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어요. 취업보다도 본인이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편이죠. 반면 한국은 학벌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서 자살했다는 얘기는 충격적이었어요.
박 : 그럼 브라질에선 어떤 기준으로 대학교를 선택하나요?
하 : 주로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에 가요. 학교에 다니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리가 먼 곳으로는 가지 않죠. 대도시로 갈수록 집을 구하기도 힘들고요. 멀어지면 여자친구랑 헤어질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교육에서 적당한 경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박 : 한국식 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시네요?
하 : 네, 배울 점이 아주 많아요. 브라질 사람들은 경쟁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 같아요. 철광석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보니 국가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경쟁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죠. 자원도 언젠가는 고갈되는데 말이에요.
 
유학생도 눈치챈 ‘스펙 사회’
신 : 하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시야가 좁아지기도 해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학점 관리와 자격증 준비 등 각종 스펙 쌓기에 열중하죠.
중 : 중국도 명문대일수록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요. 다른 것보다도 학업에 열중하는 분위기죠.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으려고 해요.
하 : 브라질 대학생들도 인턴과 봉사활동 등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아요. 저는 빈민촌에 가서 사람들을 도운 활동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모 : 일본에서는 학업 외에도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해요. 주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고요.  
신 : 반면 저희는 취업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해요.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서 한국의 젊은이를 ‘7포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마련·희망·꿈을 포기한 세대)’라고 부르기도 해요.
모 : 한국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보통 3학년이면 인턴 활동을 하면서 다들 취업 준비를 시작하더라고요. 반면 일본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느긋하게 취업 준비를 해도 늦지 않아서 ‘한국 학생들은 참 열심히 산다’고 느꼈어요.
박 : 공무원 준비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친하게 알고 지내던 언니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 전 고시원에 들어갔어요. 업무량이 많고 고용이 불안정한 기업 취직 대신 안정적이고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 : 브라질에서도 공무원은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에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에서죠.
모 : 일본도 비슷한 분위기예요. 의사나 변호사처럼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이거나 특별한 꿈이 없다면 공무원 준비를 많이 해요. 안정적인 직업이니까요.
하 : 실제 실력보다도 스펙에 많은 비중을 두는 사회 같아요. 한자, 영어, 컴퓨터 자격증들이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원어민도 잘 모르는 영어단어의 뜻은 알아도 정작 기본적인 자기소개도 못하는 경우가 많던데요.
신 : 능력을 스펙이 담긴 한 장의 서류로 평가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시죠?
하 : 네, 잘못된 것 같아요.
택 : 저는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스펙을 대신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없잖아요.
 
 
콘니치와!  니하오!  봉 지아!!
 
모리사야(정치국제학과 2)
사물놀이 세계 1위에 빛나는 꽃다운 일본 처자. 일본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며 한국어와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활동한 풍물놀이패에서 장구를 맡아 활동해왔으며 지난해 출전한 ‘세계사물놀이대회’에서는 외국인 부문 단체전 1위를 했다. 풍물패와 함께 장구를 칠 때면 자신도 모르게 흥이 난다고 한다.    
 
박택문(국제물류학과 4)
한국 생활 5년 차에 접어든 중국 유학생. 식당 종업원,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력의 소유자이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던 아르바이트는 ‘추어탕 끓이기’라고 한다. 한여름에 12개의 솥에서 추어탕을 끓여내야 했다고. 어느덧 마지막 학기를 앞둔 그의 목표는 ‘취업 성공’이다.
 
하파엘(일반대학원 동북아학과 북한개발협력전공 석사 1차)
남북통일을 꿈꾸는 브라질 남자. 웬만한 한국 사람들보다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매년 바뀌는 사계절에 적응하는 것 빼고는 한국의 모든 것이 잘 맞는다는 그. 특히 ‘김’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잘 먹을 정도로 한국 김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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