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생이 된지도 벌써 1년하고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입시라는 막중한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것들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선입견’에 관한 것이다. 선입견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을 의미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나와는 관계없는 타자에 관련된 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 대한 선입견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스파이>라는 코미디 영화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깔깔 웃으면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마음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주인공인 수잔 쿠퍼는 CIA요원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뛰지 못한다. 다른 현장 요원들의 임무 수행을 돕는 내근 요원으로만 근무한다. 그녀의 뚱뚱한 외모를 보고 직장 동료 모두 그녀가 현장 요원으로 활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 대한 다른 사람의 선입견은 그녀가 자신을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잔 쿠퍼는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CIA요원이 되었음에도 자신이 현장요원으로 일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스파이>의 주인공 수잔 쿠퍼와 같이 나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다. 다만 수잔 쿠퍼와 차이가 있다면 나의 선입견은 외모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의 선입견이 외모에 대한 타인과 자신의 시선에서 파생되었다면 내 선입견은 과거의 경험에 비롯되었다. 내가 나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주로 나의 능력과 관계된 것이다. 어렸을 때는 내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보다 긍정적인 선입견이 더 많았다. 실패를 경험해 본적이 적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오기 전에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았거나 좋은 성적을 내는 등의 긍정적인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은 그와 유사한 일에서 내가 언제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선입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선입견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끌어내진 않았다. 때때로 긍정적인 선입견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으로 이어졌다. 오만은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연결되었고, 수많은 실수와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오만에서 비롯된 실패의 경험들은 나의 능력에 대한 회의와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남았다. 실패했던 경험과 유사한 일이라면 내가 과연 이것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앞섰고, 나는 점점 작아졌다. 나는 이것을 핑계 삼아 쉽게 일을 포기했으며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일도 내 능력의 한계로 치부하기도 했다. 나에 대한 선입견으로 남은 과거의 경험들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나에 대한 선입견이 쌓이면서 나는 더는 나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꿈의 크기도 계속해서 작아졌다. 주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 대한 선입견에 얽매여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며 소시민이 되어가고 있었다.
 
  과거의 경험은 그저 과거일 뿐이다. 긍정적인 경험이라면 교훈과 자신감을 얻고, 부정적인 경험이라면 잘못된 점을 찾고 고친 뒤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지금 나는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되뇌려 한다. 이제 나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의 노력과 능력을 믿어보고 싶다.
 
 
한주경 학생
정치국제학과 2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