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아름답다는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문화·사회적 측면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이동호 교수(교양학부대학)에 따르면 그보다 근본적인 것이 있다. 인간을 500만년동안 변화해온 생명체로서 이해하는 진화론의 시각이다. 이성의 선택을 통해 종을 보존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결국 잘생기고 예쁘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성에의 어필에 관한 고민을 이동호 교수의 진화론적인 시각을 통해 풀어봤다. 
 
▲ 진화론의 자연선택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이동호 교수.                   사진 정석호 기자
 

생존을 위한 선택의 과정
살아남기 위해
이성을 유혹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남자주인공 승민은 전공 수업에서 만난 여대생 서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아직 풋풋한 스무 살, 그는 짝사랑하는 서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고 친구 납득이에게 고민을 상담하기도 한다. 이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현실 속의 대학생들도 화장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우리는 왜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걸까. 이동호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진화론과 일부 연관돼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왜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일까요.

 “진화론에 따르면 이는 자연선택의 개념과 관련이 있어요. 자연선택은 특정 유전형질을 가진 개체가 선택적으로 번식에 성공하고 그 유전형질이 계속해서 후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말합니다.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짝을 찾아야 하죠. 개체들은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다른 개체를 짝으로 삼으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후손이 조금이라도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채 태어나길 바라는 것이죠. 이를 위해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가 우월하다고 뽐내며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바로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인 거죠.”

 -번식을 위해 이성에게 잘 보인다는 소리인가요.

 “생명체는 본래 종족의 번성을 위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심리는 생식 본능에 의한 것만은 아니에요. 생식의 방법과도 관련이 있죠. 진화론의 한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유성생식(有性生殖)을 하기 때문에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행동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유성생식과 매력 어필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요.

 “본래 원시 생명체는 무성생식(無性生殖)을 했어요. 세포 하나에서 시작했던 초기 생명체는 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전물질을 두 배로 증가시키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이성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었죠. 그러나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유성생식을 하게 돼요. 유성생식의 경우 후손에게 자신의 유전자와 상대방의 유전자가 반씩 전달되기 때문에 이왕이면 좋은 형질의 유전자를 가진 짝을 찾으려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우월한 유전자는 어떻게 드러나나요.

 “외모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물론 문화적인 부분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문화가 다양하지 않았던 옛날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습니다. 원시시대에 인간은 사족보행을 했었는데 이 당시 여성들의 성적신호기관은 둔부였어요. 가장 노출이 많은 부분이었기 때문이죠. 남성들은 둔부가 큰 여성을 선호했고 이에 따라 여성의 둔부가 발달했습니다.”

 -성적신호기관이란 무엇인가요.

 “성적신호기관이란 생식을 목적으로 발달한 기관을 말해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인 셈이죠. 이는 각 개체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개구리를 예로 들어보죠. 개구리의 경우 암컷이 수컷에 비해 몸집이 1.5배가량 큽니다. 인간과는 다르게 수컷의 큰 덩치는 암컷에게 전혀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개구리의 성적신호기관은 울음소리인 거죠.”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 여성의 성적신호기관은 가슴 아닌가요.

 “여성들의 가슴이 발달한 이유는 보행 방식과 관련이 있어요. 사족보행을 하던 인간은 사주경계를 위해 점점 이족보행을 하게 됩니다. 인간이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남녀가 정면에서 마주 보는 일들이 잦아졌습니다. 성적신호기관이 바뀔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 결과 여성은 둔부를 대체하기 위해 가슴을 발달시키게 된 겁니다.”

 -성직신호기관의 이동은 과학적 근거가 있나요.

 “가슴의 발달이 단순히 모유를 수유하기 위한 목적의 결과였다면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가슴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비슷한 수의 유선을 가지고 있거든요. 즉 크기는 실제로 모유 수유량과는 관계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이는 결국 여성의 가슴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성적신호기관으로 발달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남자는 마른 체형의 여성을 선호하기도 하잖아요.

 “물론 가슴과 둔부가 발달하더라도 동시에 허리가 잘록한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많죠. 이를 ‘S라인’이라고 하잖아요. 이 역시 자연선택과 관련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마른 사람이 뚱뚱한 사람보다 더 날렵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렵한 사람은 외부의 위협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아지죠. 원시 사회의 불안정한 환경이 남성들에게 마른 여성들을 선호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얼굴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인간들은 성행위를 주로 마주 보며 하게 됩니다. 이를 대면성관계라고 하죠. 대면성관계는 몇몇 종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많은 동물들은 성행위를 할 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면성관계를 가지면서 인간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얼굴의 생김새가 중요하게 된 것이고 결국 성적신호기관으로써 얼굴도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얼굴도 가슴과 마찬가지로 번식 그 자체에는 상관이 없어보여요.

 “성행위의 목적은 자손을 번식시키는 데 있지만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성행위를 하기도 하니까요. 대표적으로 인간과 보노보 원숭이 등이 해당돼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겐 얼굴도 중요한 성적신호기관으로 작용하는 거죠. 특히 일부 개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동성애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동성애가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나타난 현상인건가요.

 “진화론에서 동성애는 자연스럽기보단 어떤 목적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목적도 있지만 동성애는 기본적으로 생식이나 자손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잿빛기러기는 수컷 2마리가 함께 다니는 경우가 잦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동성애처럼 보이는 거죠. 그러나 수컷 2마리는 다른 무리에 비해 세력 확장이 용이해서 같이 다니는 거예요. 세력 확장이 용이하게 되면서 암컷을 차지하기에도 유리하게 되는 거죠. 또한 이들은 새끼를 키울 때 다른 무리보다 두 배의 노동력을 가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새끼를 키울 수 있어요.”

 -진화론에 따르면 결국 ‘유혹의 완성은 외모’인 것 같아요.

 “능력만 갖춘다면 외모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지겠죠. 그렇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권력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권력이란 경제력, 강한 힘 등 자신이 가진 능력을 포함합니다. 인간들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후손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무래도 먹을 것을 잘 구할 수 있거나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 되는 건가요.

 “능력은 곧 권력으로 이어지니까요. 대표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도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있습니다. 말을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순발력이 필요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치 있게 말을 해야 하니까요. 순발력이 있다는 것은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이성에게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어요. 유재석이 바로 말을 잘해서 성공한 사례가 아닐까요. 잘생기진 않았지만 미녀를 얻었으니 말이죠.”

 -자칫하면 허세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능력을 과시하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상대방은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미래의 권력을 어필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나는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 미래에 권력을 잡을 거야’라는 다짐을 보여주는 겁니다. 노력하는 모습은 그 어떤 요소보다 강력한 성적 어필이 되지 않을까요. ‘일하는 사람이 가장 멋있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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