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제보가 신문사로 날아들었습니다. 쓰레기 더미가 1년 가까이 치워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악취도 나고 미관상 보기 안 좋아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거였죠.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바로 현장으로 갔습니다. 문제가 된 장소는 307관(구 여자기숙사) 뒷공간이면서 후문에서 중문으로 내려가는 언덕 길목이었습니다.

 현장에는 어디서 나온 지도 모를 만큼의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경에 끝난 구 여자기숙사 리모델링 공사 이후에 나온 산업 폐기물과 집기류 쓰레기 등이었죠. 건물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 당시의 발주처에서 치워야할 것 같은데 어디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이에 관련부서 A에 치워달라고 요청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관련부서 A로 전화를 걸었죠. 관련부서 A에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나온 쓰레기는 이미 치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사가 완료되고 관련부서 B에서 집기를 교체하면서 버려진 쓰레기인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처리 문제로 관련부서 B와 몇 차례 논쟁도 이뤄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죠. 최종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치우겠다는 답변도 얻어냈습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한 산업 폐기물과 집기류 쓰레기가 함께 있었습니다. 또한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버린 일반쓰레기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쌓여있는 쓰레기에 또 다른 쓰레기를 버렸던 거죠.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소유권이 없는 공유지는 모든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파괴돼 결국 공동체 전체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거죠. 모두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그 순간에 쓰레기는 그렇게 쌓여만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 간의 책임 공방이 이뤄지고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지나가는 학생들도 무관심했던 거죠.

 결국 쓰레기가 곧 치워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번 기사는 신문에 싣지 않기로 결정됐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금요일의 취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거죠. 하지만 그 취재의 씁쓸한 뒷이야기만은 이렇게 지면을 빌려 고백합니다.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유권이 형성되면 됩니다. 주인이 있으면 해결되죠. 나아가 누군가에게 명확히 책임지게 하면 더 빨리 처리됩니다. 하지만 1년 이상이 지나버린 지금 쓰레기의 출처를 일일이 추적해 책임소재를 따지기는 이미 힘들어졌습니다. 이에 기자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흔한 말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기자부터 학교에 대한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고 관심을 가졌다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쓰레기가 방치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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