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홀과 법학관 사이 주점(위)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불이 다 꺼진 중문 주택가(아래)에 그대로 전해진다.

소음에 고통받는 사람들

 
수업이나 시험준비에 방해받아
소음민원이 다수 접수되기도 해
 
캠퍼스 한편이 흥겨움으로 왁자지껄한 동안에 다른 한편에서는 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부하는 자, 고통받아라
  주점 소음은 204관(중앙도서관), 팀플실, 303관(법학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번졌다.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 주점은 조용히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실제로 주점이 한창이던 지난달 29일 밤 방문한 중앙도서관에서는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 김혜진 학생(가명·인문대)은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일찌감치 귀가하는 길”이라며 “주점의 가장 큰 문제는 도서관까지 들려오는 소음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지훈 학생(가명·경영경제대) 또한 “귀마개를 꽂아도 소음이 그대로 들려온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취업 및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소음은 치명적이다. 특히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주점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안 그래도 힘든 취업준비를 더더욱 힘들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오는 4일 CPA 2차 시험에 응시하는 강민우 학생(가명·경영경제대)은 “울리는 소음이 계속 들려서 열람실을 옮기기도 했다”며 “시험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시험준비에만 집중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주점이 너무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주점이 마무리되는 시간이 보통 새벽까지 이어져 지나치다는 것이다. 황계훈 학생(가명·공대)은 “새벽 2시가 넘는 시간까지 군가를 부르며 고성방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음에는 교수도 예외 없다
  주점의 소음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부 교수들에게도 고역이다. 주점이 주로 열리는 107관(교양학관) 앞, 법학관과 203관(서라벌홀) 사이, 법학관과 305관(교수연구동 및 체육관)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서라벌홀, 법학관, 교양학관에 위치한 연구실에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일부 연구실의 경우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거나 수업을 준비하는 데 지장이 될 수밖에 없다. 주점을 즐기던 학생들이 연구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큰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어 건물 안팎에서 동시에 소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라벌홀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A교수는 “만취한 학생들이 연구실을 거쳐 화장실로 가는데 이때 시끄럽게 떠드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야간수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수업의 질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교수가 마이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육성으로 진행하는 수업의 경우 뒤에 앉은 학생은 교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곤욕을 치른다. 학생들이 토론하거나 발표해야 하는 수업의 경우 진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교양학관에서 야간수업을 진행하는 B교수는 “강의실 바로 앞에서 주점이 열려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수업을 진행하고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소음의 주범은 앰프에서 발생하는 저음이다. 주파수가 낮은 저음역은 회절률이 높아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뚫고 들어온다. 302관(대학원)에서 야간 수업을 진행하는 C교수는 웅웅거리는 울림을 ‘지축이 울리는 소음’이라고 표현했다. 법학관과 같이 강의실에 에어컨 가동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지 못해 소음과 더위 속에서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자체적인 활동을 제지하기란 쉽지 않다. D교수는 주점을 진행하는 학생에게 소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주점은 소음을 유지했다.
 
  소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연구·수업 장소와 떨어진 곳에 주점을 여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 교내에 여분의 가용 공간이 없어 한정된 장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주점 측과 피해 받는 측의 적당한 타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부 교수들은 주점 활동에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근 3주간 이어지는 주점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주점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C교수는 “축제에서 주점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며 “술만 마시기보다는 축제의 본질에 더 부합하는 생산적인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늦은 밤 잠 못 이루게 하는 주점 소음
  교내에서 발생한 소음은 밤공기를 타고 근처 자취방까지 퍼졌다. 특히 쪽문 옆 법학관과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주거단지는 서라벌홀과 법학관 사이에 열리는 주점의 소음에 전면적으로 노출돼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15분경 소음측정기로 측정해본 결과 중문 쪽 주거단지의 소음은 75.3dB을 기록했다. 이는 ‘전화벨 소리’나 ‘시끄러운 사무실’ 정도의 소음으로 환경부의 야간 법정소음 한도인 60dB을 훌쩍 넘는 수치다.
 
  실제로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은 주점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과제를 하거나 발표를 준비하는 저녁 시간에 주점에서 트는 음악 소리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쪽문에서 자취하는 김민수 학생(가명·인문대)은 “다음 주에 중요한 발표가 있어 준비하는데 소음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시립 동작도서관까지 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대체로 학생들은 일정 정도의 소음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학생자치활동의 자율성이라는 점에서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음악 소리와 마이크 소리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쪽문에 위치한 주거단지의 경우 어떤 노래인지 식별이 가능한 정도의 소음이 새벽 1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스트라다 옆 주택가에서 자취하는 박수연 학생(가명·사과대)은 “늦게까지 앰프에 연결된 마이크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짜증이 나서 운동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캠 총학생회 측은 앰프 사용시간을 잘 규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총학생회는 앰프 사용의 시간을 자정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캠 한웅규 총학생회장(아동복지학과 4)은 “주점의 소음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주점의 기간을 압축·축소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 관공서 등에도 민원 넘쳐나
  매년 축제 및 주점이 활성화되는 이맘때쯤이면 대학본부, 관할 지구대, 동작구청 등 관련부서 및 관공서는 빗발치는 소음민원으로 몸살을 앓는다.
 
  축제기간에 소음민원을 담당하는 대학본부의 부서는 총무팀, 학생지원팀 등이 있다. 관련부서 모두 해당 기간에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캠 총무팀 최웅규 팀장은 “지난주에는 근처 주민 신고로 구청에서 찾아오기까지 했다”며 “축제기간임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무팀 측은 문제가 되는 주점들을 찾아가 지나친 볼륨 자제를 요청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캠퍼스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민원은 근처 지구대나 구청에도 다수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중앙대 지역을 관할하는 지구대는 노들지구대로 매년 중앙대 축제기간이면 관련 민원이 접수되곤 한다. 노들지구대 관계자는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잘 수 없다는 민원이 여러 차례 접수된 바 있다”며 “축제기간에는 중앙대 관련해서 소음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노들지구대 측은 축제기간이면 특히 중앙대에 역점을 두고 주변 순찰을 하고 있다.
 
  특히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과 103관(파이퍼홀) 사이, 후문 근처 등 학교와 가까운 원룸이나 주거단지에서 제기되는 민원이 많았다. 동작구청 맑은환경과 강용구 주무관은 “중앙대 근처에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민원이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며 “지난주만 해도 특정 단대의 주점에서 늦은 밤까지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민원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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