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동정은 창피해’입니다. 사람은 항상 남들과 비교를 합니다. 비교하다 보면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에 기가 죽곤 하는데요. 고사양의 스마트폰, 고가의 메이커 옷 등이 그렇죠. 그런데 과연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관계’도 남들과 비교할 수 있는 걸까요. 스마트폰이나 옷은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런데 ‘아직 하지 못한 나’는 어쩐지 주눅이 들게 됩니다. 관계가 특별한 경험이긴 하지만, 으쓱하거나 자랑할 수 있는 사치품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경험 없는 동정남, 동정녀를 삐딱하게 보는 걸까요. 그리고 왜 경험 못 한 사람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걸까요. 부끄럽지만 한번은 얘기해볼 만한 이야기, 이번 쿠키살롱에서 가감 없이 이야기해봤습니다.

동정이라는 사실만으로 조바심 느껴

외적 조건에 따라 동정에 대한 시선도 다르다

 사회자 : 오늘의 주제는 ‘동정을 부끄러워하는 사회’인데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오늘은 익명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쿠키살롱이니 이름을 과자 이름으로 사용해 보도록 하죠. 각자 소개해주세요.
갈치 : 안녕하세요. 저는 자갈치입니다.
니버터칩 : 안녕하세요. 허니버터칩이에요.
토스 : 치토스 입니다.
빼로 : 중앙대 다니고 있는 빼빼로에요.
쵸 : 저는 칸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성에 관한 이야기
  더 이상 음담이 아니야
사회자 : 본격적인 얘기를 해보기 전에 성적인 얘기를 친구들과 편하게 하는지부터 알아보고 싶어요. 다들 어떠세요?
치 : 여자들끼리 있으면 다 하죠. 특히 술 마시면 대부분 성을 주제로 하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죠. 그런데 막 하는 건 아니에요. 서로 얼마나 친한지,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지죠. 저 같은 경우 상대방의 연애 패턴을 다 알고 있을 만큼 친한 경우에는 성관계 같은 얘기도 할 수 있어요. ‘뭐 요즘은 어때?’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편이죠. 자연스럽게.(흐흐)
빼 : ‘섹드립’(성적 농담)은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자유분방하게 하는 편이에요.(쏘쿨) 지긋이 쳐다보다가 “너는 안 돼, 인마”하고 툭 던지는 거죠.(일동 폭소) 물론 더 진솔한 이야기는 여자들끼리 있을 때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칸 : 저도 치토스랑 비슷한데요. 친하지 않으면 성적인 얘기는 하지 않아요. 그런데 친하면 자주 하는 편이에요. 성별을 가리지 않고요. 남자 친구들과도 술 좀 들어가면 진솔한 얘기를 하는 편이죠. 장난칠 때도 많아요.
사회자 : 민감한 얘기를 다들 일상적으로 편하게 하시는 것 같아요.(때마침 지나가는 선비)
자 : 최근에는 무슨 얘기 했어요?(짓궂게)
빼 : 어제도 친구의 고민을 듣고 같이 얘기했어요. 친구가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다시는 남자를 못 만나겠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었더니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을 때 질외사정을 하건 콘돔을 끼건 불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임신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니까. 결혼 전까지 이런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칸 : 얼마 전 친구가 유학에서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소위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친구예요. 이번에도 귀국한 다음에 ‘일주일 만에 원나잇을 세 번 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요. 그러면서 ‘이 남자는 이렇더라’, ‘저 남자는 저렇더라’ 웃으면서 얘기하던데요?
자 : 더 이상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성관계를 맺는 것도 하나의 일상이고 즐길 것이 된 거죠. 친구들이랑 여행가고, 술 마시고 하는 것처럼요. 자유롭게 얘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죠.
치 : 사실 혼전 성관계가 스마트폰처럼 지금 생긴 건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 아빠 때도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거죠. 마녀사냥이나 SNS만 보더라도 성에 관련된 사연이 수두룩하잖아요.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좋아요’ 누를 수 있으니까요. 공론화가 쉽게 되는 것 같아요.


  나 혼자 경험 못 했어
사회자 : 다들 친한 친구들끼리는 성에 대해서 편하게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동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친한 친구가 동정이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빼 :  친구가 그렇게 말한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같아요.
칸 : 저도 크게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아요.
사회자 : 그럼 만약에 다른 친구들은 다 경험을 했는데, 나 혼자 경험을 못 했다면요?
치 : 저는 조바심 느낄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내가 정말 늦는 건가’ 라는 생각을 계속해요. 친구들끼리 성관계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냥 듣고만 있죠. 그럴 때는 더욱 조바심이 느껴져요. ‘이 나이가 되도록 뭐 했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사회자 : 사실 남자들은 ‘누가 빨리 하느냐’에 연연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능력인 것처럼 여겨지는 거죠. 연애도 하고 진도도 나가야 하는데 어디 연애가 쉽나요. 연애도 능력이잖아요. 나 혼자 경험이 없다고 하면 ‘나는 연애도 못 하고 성관계도 못 하는 능력 없는 놈이네’ 하면서 열등감이 생기게 되는 거죠.
자 : 저도 23살에 첫경험을 했어요. 친구들보다 조금 늦은 편이었는데, 연애는 그전에도 계속했거든요. 연애하니까 친구들은 당연히 제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마치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나 아직 동정이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빼 :  조바심보다는 처음 시작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처음 하는 경험인데 늦게 하고 이르게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정을 바라보는 시선
사회자 :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친한 친구가 아니라 그냥 동정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치 : 친한 친구한테 경험이 없는 40대 여성이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대박, 미친 거 아니냐’고 하는 거에요. 성욕도 엄연한 욕구인데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해결 못 했다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더라고요.
칸 : 40대는 좀 오버긴 해요.
빼 : 잘은 모르지만, 그 여자 분은 자기합리화를 한 것 같아요. ‘나는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만족하며 살 수 있어’ 같이요.
사회자 : 안 해본 사람은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빼 : 이상한 구석보다는 ‘쓸데없는 고집 부리네’라는 생각?(일동 폭소)
칸 : 그 사람의 가치관에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그 여자분이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 : 만약에 아는 남자가 25살, 26살인데 동정이라고 말하면 어떨 것 같아요?
칸 : 그냥 놀리죠.
일동 : (서로 놀릴 것 같다고 아우성)
칸 :  솔직하게 ‘뭔가 하자가 있나’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남자가 그 나이까지 동정이기 쉽지 않잖아요.
빼 :  저는 친구가 성 경험이 없다고 하면 막 놀려요.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 못 한다니까 더 놀리고 싶어지는거 있죠.(악마본성)
자 : (웃음) 뭐라고 놀려요?
빼 : ‘너 5월 안에 한다며 연락처는 땄냐.’ ‘요새 어떻게 돼가고 있어?’ 이런 식으로 능글맞게 놀리죠.
허 : 제 주변에도 동정인 친구들이 많아요. 전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거죠. 그런데 그거와는 별개로 놀림을 많이 당하긴 하죠.
칸 :  저와 동갑인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 성 경험이 있어요. 근데 경험이 없는 애가 한 명 있으면 “야, 너는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 너는 베이비니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직 모르니까 얘기하지 말라는 식이죠.
자 : 비슷한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군대 동기들과 만나는데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대학생이거든요. 우리가 대학생활에 대해 얘기하면 그 친구는 모르니까 상대적으로 무시당하고 소외되는 거죠. 성관계도 비슷한 것 같아요.


  동정도 외모, 경제적 요건이 중요하다
사회자 : 동정을 오랫동안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치 : 질문을 들으니까. ‘골드미스’란 단어가 떠올라요. 요즘 여성들은 연애할 시간도 없을 만큼 굉장히 바쁘잖아요. 직업적으로 전문직 여성들도 많고요. 사회적으로 일정한 지위를 얻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면, 동정이야 늦게 깨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자 : 골드미스가 아닌 여자가 30살까지 동정이라면요?
치 : (망설임)잘 모르겠어요.
허 : 동정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려요. 바쁘게 살았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성공했으니까 동정이어도 괜찮다는 거잖아요. 
칸 : 저는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안 한다고 하면 상관없는데 성 경험을 못 할 것 같은 사람이 안 한다고 하면 괜히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싫어요.
사회자 : 사람 유형에 따라 다르다는 건가요?
자 : 아는 선배 오빠가 있는데, 멋있는 오빠가 연애 하기 싫어서 연애 안 한다고 하면 믿고 싶은 거고, 외모가 별로인 오빠가 똑같이 말하면 어이없게 느껴지는 거 맞죠?
칸 :  네, 비슷한 것 같아요. 동정인 사람을 바라보는데도 외모지상주의나 물질주의 같은 것들이 개입하는 것 같아요. 판단을 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지위나 외모를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허 : 저는 반대의 사례인데요. 고등학교 때 키가 작고 외모가 별로인 친구가 있었어요. 근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 여자 친구라고 하는 거예요. 솔직히 믿지도 않았고 ‘얘가 뭔데 이렇게 예쁜 애랑 사귀지’라고 생각해서 조금 어이없었어요. 저보다 못났다고 생각하는 애가 연애도 하고 관계도 가지니까 못마땅했던 거죠.
사회자 : 어떤 사람이 ‘동정이다 아니다’ 할 때 외적인 것을 보고 평가한다는 말씀이죠? 빼빼로는 어떻게 생각해요?
빼 : 외적인 모습도 아주 중요하죠. 저도 허니버터칩이랑 비슷한데요. 제가 아는 친구 중에 외모가 별로인 남자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평소에 그 친구가 혼전순결을 주장했어요. 그리고 몇 달 후 만났는데 걔가 ‘나 이제 혼전순결 아니야’라고 말하고 다니더라고요. 근데 태도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자랑스러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애매했어요. 태도도 애매한 데다 외적으로도 별로여서 오히려 비호감으로 보이더라고요.
치 : 솔직히 외적으로 별로인 친구가 ‘동정이 아니다’라고 하면 안 부러운 게 사실이에요.
사회자 : 사회 안에서 약점으로 인식되는 ‘동정’이란 사실을 가리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외적, 경제적 스펙이 필요한 것이네요. 반대로 동정이 아니란 것을 떠벌리기 위해서도 그에 걸맞은 스펙이 필요한 거고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동정이다 아니다 말하기 어렵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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