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서촌(西村)
  • 중대신문
  • 승인 2015.05.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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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명소로 효자동·창성동·통인동·누상동·누하동·옥인동·청운동 등 경복궁 서문 주변의 서촌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 유적지, 세월을 담은 골목길,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 기름 떡볶이로 유명한 통인시장, 분위기 좋은 카페 등은 사람들이 서촌을 찾는 이유이다. 서촌은 조선시대에 청계천 상류 지역(지금의 청운동·효자동~덕수궁 인근)이어서 ‘웃대’라고 불렸다. 왕족과 권력층의 세거지(世居地)가 주로 웃대의 북쪽에 자리 잡았던 반면, 중인들의 거주지는 인왕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옥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경복궁 서쪽 지역이라고 하여 서촌이라고 부르지만 공식 지명은 아니다. 서촌이라 부를 수 있는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최근에는 세종이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세종마을이나 서쪽 지역의 옛 명칭인 상촌(上村·웃대)으로 부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논란과 이견이 있고 앞으로 지속해서 고증과 연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서촌’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서촌에 가면 겸재 정선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의 작품 배경이 된 수성동 계곡, 세종대왕 탄생지, 광해군 때 궁궐인 자수궁(慈壽宮) 터, 백사(白沙) 이항복의 집터인 필운대(弼雲臺), 현재는 구립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박노수미술관, 보안여관, 60년 넘게 운영되었던 헌책방,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양품점, 미장원, 이발관 등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인물인 겸재(鄭敾) 정선, 추사(秋史) 김정희, 송강(松江) 정철의 집터와 근대의 인물인 화가 이중섭, 시인 윤동주 하숙집터, 작가 이상의 집 등 과거의 흔적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이러한 장소는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이상의 집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사랑방으로 운영되고 있고, 오래된 헌책방은 그 모습을 유지한 채 카페로, 80년간 여관으로 사용되던 곳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한옥이 밀집된 북촌과 달리 서촌은 한옥뿐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기부터 현대까지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있다.
 
  일부에서는 서촌이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기나긴 세월을 견뎌온 삶의 공간이 빠른 변화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간 것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촌 역시 추억의 장소는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바뀌고, 역사의 흔적은 개발과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사람들이 서촌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 한옥에서 커피를 마시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를 동시에 접하며, 기나긴 역사가 머물다간 자리에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서촌이다. 과거를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역사를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과거의 공간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미라 강사
교양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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