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거침없는 행보, 그 발자국을 좇아
  • 김석철 기자
  • 승인 2015.05.24 0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점령과 개혁』 아메미아 소아치 저, 유지아 역 | 어문학사 238쪽
 아베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아베는 69년간 유지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무력행사, 군대 보유 금지 등을 담고 있는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만행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12년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 지명된 후 1년 뒤에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이밖에 한국·중국과의 과거사 왜곡 문제, 위안부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 등 아베의 일본은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현 아베 정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의 보수 세력은 이미 1955년부터 장기 집권해왔다. 소위 ‘55년체제’라 불리는 이 시기는 ‘자유민주당’이 38년간 정권을 잡은 시기다. 1993년 자유민주당을 제외한 연립내각이 들어서 일시적으로 붕괴되기도 했지만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1996년 자유민주당이 다시금 정권을 장악하면서 일본 정부의 우경화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보수 세력들이 오랜 기간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메미야 쇼이치의 『점령과 개혁』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쇼이치에 따르면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의 주도로 실시된 일본의 개혁정책은 이후 일본사회가 보수화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일본에 대한 개조를 시작한다. 초기에 미국이 실시한 개혁정책은 일본의 비군사화와 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군국주의자들을 색출해 약 20만 명을 공직에서 추방했다.

 그러나 냉전체제는 미국의 점령 정책을 급속도로 전환시켰다. 미국은 일본의 정치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점령정책의 방향을 비군사화에서 경제재건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국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중국이 공산화된 상황에서 아시아에 공산주의가 퍼지는 것을 막고 자신의 우방국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에 미국은 공산주의자들을 공직에서 몰아내는 것을 의미하는 ‘레드퍼지’를 각 정부기관에 권고했다. 결국 일본 내 공산주의자들의 상당수가 공직에서 추방됐고 빈자리는 축출됐던 군국주의자들이 메우게 됐다. 일본사회가 우경화되는데 큰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경제 안정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경제가 안정되면 일본에서 공산주의 혁명은 일어나지 않 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일환으로 연합군 총사령부(GHQ) 재정금융정책 고문 ‘도지’는 단일환율설정, 임금인상 억제 등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정책을 단행했다. 강력한 국가 개입은 혼란스런 일본 경제를 안정화시켰다. 저자는 이후 55년체제가 도지의 경제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55년체제에서 일본은 도지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강한 개입을 바탕으로 한 경제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져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성장은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고 자유민주당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졌다.

 최근 일본에서는 20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55년체제와 함께한 경제성장은 끝났다. 경제침체와 맞물려 자유민주당이 실각하면서 55년체제 역시 종말을 맞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일본은 여전히 보수 세력들이 권력을 장악한 채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강력한 정부의 개입을 바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다시 한 번 경제 부흥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55년체제에서 거둔 눈부신 성공을 그리워하는 일본 국민들에 의해 용인되고 있다. 2012년에 이어 2014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둬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정권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일본 국민의 염원으로 55년체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