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핵심 산업, 문화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인문학의 진가 드러나


 최근 대한민국은 ‘창조경제’ 열풍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업 패러다임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지식경제에서 상상력과 창조성을 중시하는 창조경제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창의력에 기반을 둔 인문학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스토리텔링연구소가 주관한 강연에서 이병민 교수(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는 미래의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른 문화콘텐츠에서의 인문학의 역할에 주목했다.

 인문학과 문화콘텐츠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냉장고가 필요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에 나오는 셰프들은 냉장고에 있던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지고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낸다. 셰프의 손을 거치면 단순한 재료들도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결과물로 재탄생한다. 문화콘텐츠는 ‘냉장고가 필요해’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과 비슷하다. 전혀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재료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콘텐츠에 상상력과 창조성을 불어넣고, 재탄생 된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켜 소비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문화콘텐츠는 인문학과 다른 학문이 융·복합해 탄생한 일종의 ‘응용 인문학’의 결과물인 셈이다.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세상은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변화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는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콘텐츠의 소비가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기여한 것은 인터넷의 발달이다. 인터넷은 온라인을 통한 문화콘텐츠 소비를 촉진했다. 이제 사람들은 드라마 시간에 맞춰 TV 앞에 모이지 않고 음악을 듣기 위해 MP3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IPTV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스트리밍 음원을 통해 검색 한 번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접속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발달은TV나 컴퓨터 등의 메모리에 있던 콘텐츠를 모바일로 이동시켰다. 문화콘텐츠가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의 문화소비 패턴도 변화됐다. 사람들은 긴 콘텐츠보다는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향유할 수 있는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졌다. 이에 따라 10분 내외의 짧은 영화나 드라마, 웹툰과 같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쳐(Snack Culture)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됐다.

 문화콘텐츠와 함께하는 현재와 미래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기존의 반도체, 정보통신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사업으로 떠올랐다. 2012년에는 이미 문화콘텐츠 교류를 통해 8,55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해외 각지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가수뿐 아니라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도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 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2,000억원 규모의 ‘한·중 콘텐츠 공동펀드’ 조성, 드라마·영화 등에서의 한·중 공동제작 확대 등 우리의 콘텐츠 산업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한류열풍은 소비재 산업의 활성화를 불러왔다. 하나의 문화콘텐츠를 수출할 시 소비재의 수출은 콘텐츠를 수출하기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다. 대표적으로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으로 수출됐을 당시 주인공 ‘천송이’가 입은 코트, 착용한 액세서리 등이 완판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류 팬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쇼핑몰 매장이 연이어 개장하고 있어 한류 콘텐츠의 후방효과는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불러오는 중이다.
 
 미래의 삶 속에서 문화콘텐츠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들과 콘텐츠들이 결합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가상현실과 콘텐츠의 접목을 들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발표한 ‘홀로렌즈’라는 기기는 현실에 가상현실을 접목한 증강현실 기기다. 이 기기는 눈 앞에 펼쳐진 가상현실이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게임, 디자인 분야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새로운 트렌드는 빅데이터다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콘텐츠의 활용방향은 무궁무진하다. 각 분야에서 문화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지난 1월 19일 ‘2015년 콘텐츠산업 10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문화콘텐츠 산업과 빅데이터의 결합이다. 인터넷이 개발된 후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콘텐츠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콘텐츠가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다. 데이터 마이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는 잠재적 소비자 정보를 분석해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방영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데이터 마이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드라마다. 감독과 주연배우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호도, 정치드라마의 소비층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해 드라마에 반영했다. 이 드라마는 인기에 힘입어 계속해서 속편이 제작되는 중이다. 데이터 마이닝과 콘텐츠의 결합이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이다.

 
 데이터 마이닝과 함께 ‘콘텐츠 큐레이션’도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콘텐츠 큐레이션이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에게 ‘최적의 콘텐츠’를 선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 서점이나 소셜커머스업체 등에서 콘텐츠 큐레이션을 적극 활용 중이다.

 인문학이 가진 기획력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점점 발전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인문학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문화콘텐츠 생산에서 인문학의 역할은 기획과 창작에 있다. 기존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기획하는 일, 혹은 아예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 있어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는 인문학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통해 역사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철학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여기에 콘텐츠를 제작할 만한 외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문화콘텐츠 산업과 인문학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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