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낙인’입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죠. 과거의 행적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현재를 평가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낙인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죠. 그러나 종종 낙인을 통해 내 맘대로 다른 사람의 한계를 짓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모든 인간관계에 필요악처럼 존재하는 ‘낙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봤습니다.

 
과거의 잘못으로 각인된
부정적인 낙인


낙인을 피하지 말고
부딪쳐 보자

 
성우 : 안녕하세요. 이번 주 쿠키살롱 진행을 맡은 시사기획부 차장 서성우입니다.
김다 : 저는 시사기획부 정기자 김다혜입니다.
김상 : 안녕하세요. 신문방송학부 12학번 김상희입니다.
인 : 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5학번 김수인입니다.

주고받는 낙인의 기억
: 여러분은 특정 인물에 대해 낙인을 찍어 그 사람을 안 좋게 생각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하고 방송에서 사라졌다가 충분히 자숙한 후에 복귀한 연예인을 보고 과거의 행적을 떠올리며 ‘음주운전을 한 범법자’라고 부르는 식이죠.
: 얼마 전 컴백한 빅뱅을 보면서 대마초가 떠올랐어요. 이런 것이 낙인을 찍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 방송인 강용석씨가 생각나요. 과거 국회의원 시절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도 지금 방송을 잘하고 있더라고요. 아나운서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됐는데도 지금은 아주 다른 이미지로 변신했죠. 저는 그분을 볼 때마다 과거 행적이 떠올라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아요.
: 그렇다면 공인 말고, 여러분들이 직접 낙인 찍히거나 아니면 낙인을 찍어본 적이 있나요?
: 학과 내에서 한 후배가 잘못한 일을 들었어요. 조별과제에서 무책임하게 맡은 역할을 하지 않고 연락도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걔가 그랬어? 진짜 못됐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그 후배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해도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것 같아요. ‘선배를 우습게 보는 후배’로 낙인을 찍어버린 셈이죠.
: 그거 누군지 알 것 같은데.
: 더 이상 말하면 안 되겠다. 다혜씨도 꽤 큰 낙인이 있지 않으세요?(웃음)
: 이제는 좀 벗어나고 싶은데 다시 말해야겠네요.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사라진 적이 있어요. 다음 날 일어나보니까 선배들이 제가 경찰서에 있었다고 말했어요. 이 사건이 학과 내에서 퍼져서 저는 ‘술 먹고 경찰서 간 신입생’으로 낙인찍혀버렸어요.
: 신입생으로서는 타격이 조금 크겠는데요.
: 아직도 그런 이미지로 살고 있어요.(웃음)
: 저도 비슷한 경험 하나 있어요. 동기엠티에서 실수를 했는데요.
: 엠티에서 실수했다는 건 말만 들어도 끔찍하다.(질색)
: 실수 때문에 동기들을 마주하는 게 너무나도 불편했어요.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가 두려웠던 거죠. 낙인을 찍는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이기에 낙인 찍히는 사람은 그저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돼요.
: 저의 경우는 저 스스로가 낙인의 이미지를 강화한 것 같아요. 제가 말을 조금 직설적으로 한다는 말을 들어요. 그것 때문에 오히려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려 발버둥을 치는 것 같아요.
: 실수를 저지른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도 낙인의 강도가 달라질 것 같아요. 정말 얌전하던 친구가 엠티에서 실수를 했다면 상대적으로 더 충격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낙인이 더 강렬하게 작용할 수 있죠. 반면 성우씨 같은 경우에는 실수해도 딱히 낙인이 찍힐 것 같지는 않네요.(웃음)

한국사회의 특성, 낙인을 강화하다
: 여자들의 경우 낙인찍는 일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여자들은 끼리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상대 무리에 대한 적대감과 배타심 때문에 상대 쪽을 낙인찍는 거죠.
: 여자들은 그런 것 같아요. 같은 무리의 친구가 다른 무리의 친구를 안 좋게 얘기하면 그 친구들을 좋게 보지는 않게 되죠.
: 서로가 서로를 욕하면서 낙인을 찍는 거네요.
: 한국 사회 특유의 ‘끼리끼리’ 문화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성별에서 한국 사회로 그 범위를 넓혀본다면 낙인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해 볼 수 있을까요?
: 한국 사회는 평균에서 살짝 돌출되는 부분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사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만 특이하거나 이상하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낙인찍고 과장하는 거죠. 제 키가 155인데 주변에서 ‘키 작으면 불편한 점이 많겠다’라는 말을 하곤 해요. 저는 전혀 의식 못 하는데도요.
: 혹시 별명이 엄지공주? 죄송합니다.
: 사회자분 오늘 왜 이러실까.(웃음) 근데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낙인도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평균에서 벗어나는 특징을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낙인은 실제보다 더 과장됐다고 볼 수 있죠.

회피 혹은 정면돌파
: 다들 낙인찍고 찍히는 것에 익숙하신 것 같은데 낙인이 만연한 사회,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 회피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나를 낙인찍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 선배들과 치고받고 싸운 일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선배한테 덤비는 버릇없는 애’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대학에 와서는 저를 그렇게 보지 않으니까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죠. 그런데 대학에 와서도 집에 갈 때면 고등학교 때 알던 사람을 만날까 봐 무섭기도 해요. 그래서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 아예 다른 삶을 사는 건가요?
: 그런 셈이죠.
: 상황을 피한다고 해서 낙인이 사라질까요? 사람에게 받은 낙인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 낙인찍힌 것도 다 순간의 실수 때문이잖아요. 다른 지역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은 제가 한 실수를 모르니까 그 실수를 두 번 다시 안 하면 될 것 같아요.
: 단순히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낙인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요.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다가 당시 상황에 있었던 사람을 만나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잖아요. 완벽하지 않은 해결책인 거죠.
: 낙인은 어찌 보면 트라우마와 비슷한 것 같아요. 피하고 감추면 낙인의 영향이 더 커지니까요. 
: 그럼 낙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방법처럼 피하지 말고 부딪쳐보는 방법도 있겠네요.
: 방금 피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부딪쳤던 경험을 말해서 좀 이상하지만 고등학교 때 낙인찍은 사람과 직접 부딪쳐서 해결한 적이 있어요. 같은 고등학교에서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그 남자애가 저와 관련된 얘기를 뒤에서 하고 다녔어요. 그런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니까 너무 신경 쓰이고 힘들어서 매일 울었어요. 참다 참다 그 남자애한테 찾아가서 난리를 쳤죠. 그랬더니 남자애가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남자애도 더 이상 뒤에서 말을 하지 않고 저도 더는 의식하지 않게 됐어요.  
: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용기가 없어서 자기극복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피해의식 때문에 힘든 거잖아요. 스스로 피해의식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 스스로 극복하는 건 진짜 힘들어요.
: 정신과 가야 해. 약 먹어야 해.
: 저는 해결해 봤잖아요. 그걸 계기로 정말 편해졌어요. 전 남자친구와 화해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봤다는 생각에 더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게 되는 거죠.
: 낙인과 함께 살아가는 건 어때요? 남들이 나를 낙인찍는 그대로 행동하는 거죠. 제가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웃음)
: 그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웃으면서 넘기는 식으로 낙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거죠.
: ‘정신없는 신입생’이라고 낙인 찍힌 다혜씨가 정신없는 행동을 하며 사는 것처럼요? 그게 가능하다면 아예 낙인에 어울리도록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 실수의 정도에 따라 상황이 다를 것 같아요. 음주운전이나 마약을 한 연예인들은 방송에 복귀하지만 고영욱 같은 경우는 복귀할 수가 없잖아요. 
: 고영욱은 좀 심했다. 그런 낙인은 지워지면 안 되죠.
: 큰 잘못을 했으면 낙인을 지우지 못 하는 걸까요? 전설의 주먹으로 유명했던 시라소니가 잘못을 회개하고 목사가 됐는데 이 경우도 ‘사람을 때리고 다녔던 깡패’라는 낙인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 진심으로 반성하고 변한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는 낙인이 희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 그럼 고영욱도 언젠가는 낙인이 지워질 수 있다?
: 아, 왜 자꾸 고영욱을 언급해요.(버럭)
: 그러면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는 낙인이 무뎌지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겠네요. 다만 낙인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고요.
: 실수를 한 후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해요.
: 신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노홍철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져서 쉽게 복귀를 못 하고 있잖아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보다 더 두터운 신뢰를 쌓아야 할 것 같아요. 낙인을 지우려면 만회할 수 있는 행동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낙인을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
: 마지막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낙인을 정리해볼까요?
: 너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요. 만연해 있으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는 거죠.
: 저는 오히려 반대에요. 일상적으로 존재하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죠. 해결한다고 해도 잔상이 남기 마련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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