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륭 교수와 강내희 교수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위험을 내재한 금융사회
변혁에 주목하는 사회학 요구돼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5월은 언제나 설렌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2100년 이내에 인류문명이 붕괴할 수 있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시나리오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보고도 자본주의가 인류사회의 가장 적합한 경제체제라 낙관하는 이들은 최근 발생하는 위험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5월의 설렘은 잠시 접고 사회 도처에 잠재한 ‘위험’을 강내희 교수(중앙대 영어영문학과)와 성경륭 교수(한림대 사회학과)가 각각 금융화와 사회변동의 측면에서 풀어나갔다.

1부- 위험의 금융화와 시공간 경험변동

금융화로 인한 위험의 거래
금융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돈으로 돈을 만들려는’ 행위가 강화됐다. 더 이상 저축은 미덕이 아니다. IMF를 계기로 본격적인 금융화가 시작된 한국은 1990년대만 해도 저축하는 사회였지만 2000년대 이후 저축은 줄고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심지어 이제는 외환, 주식 등 금융상품만이 아니라 부동산과 부채 등 위험자산의 거래를 통해서도 자본이 증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위험을 피하지 않고 거래하는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변동환율제도에 있다. 변동환율제도가 갖는 고정환율제도와의 큰 차이는 가격 변동성이다. 생산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파생상품, 펀드 등 금융상품에 자본을 투자해 수익성을 노리는 것이다. 위험성이 크면 클수록 수익성은 높다. 채권, 부동산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의 거래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오늘날에는 위험자산도 하나의 자산이다.

시공간도 금융화에 맞게!
금융 행위가 증가하면서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금융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미래’에 적용될 이자율을 고려하게 됐다. 이자율을 연 10%라 가정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의 1억 원을 1년 후 1억 천만 원과 같다고 상정한다. 현재 1억 원을 미래의 1억 천만 원으로 정하는 것은 미래의 가치를 할인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미래할인 행위’는 일상화됐다. 당신이 연봉 1억을 받는다면 천만 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받으려 할 것이다. 금융시대에서 ‘지금’의 1억과 ‘내년’의 1억은 같지 않다.

 금융화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또한 변형시켰다. 공간의 역사성은 사라지고 자본의 흐름을 더욱 용이하게 하기 위해 투자 적합성이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의 회사가 투자하기에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경관을 조성한다. 강남을 가든 여의도를 가든 지역의 특수성과 상관없이 으리으리한 고층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혼란의 리듬에서 조화의 리듬으로
시공간의 변화는 삶의 리듬도 변화시켰다. 리듬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리듬은 다양하지만 리듬 사이에 지배적인 경향은 존재한다. 프랑스 철학자 르페브르에 따르면 리듬들 사이에 충돌과 불화가 우세하면 ‘난리듬’이 지배하는 반면 조화를 이루면 ‘정리듬’이 강화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적 형태로 작용하는 리듬은 두 말할 것 없이 전자다. 오늘날 금융 주체의 특징은 부산함, 일시성, 즉시성 등 빠른 속도이기 때문이다. ‘빨리빨리’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일상의 리듬은 극심한 난리듬 형태를 띠고 감각은 교란된다.

 금융화는 사회구조적 강요만이 아니라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도 형성됐기 때문에 금융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자신이 정리듬으로 회복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금융화와는 다른 방식 즉, 비자본주의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경쟁보다는 협동, 공생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이 정리듬으로 회복하는 첫길이다.

2부- 미래의 사회변동과 고도 위험사회등장
머지않아 도래될 사회 붕괴

인류 문명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을 낭설로 치부하기에는 다양한 위험들이 현대사회 곳곳에 있다. 성경륭 교수는 현대사회가 불평등,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실업, 공동체 붕괴, 환경생태계 위험의 5가지 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위험사회라 설명한다. 절망적인 위험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성행하고 공감능력이 저하된다. 3포 세대를 넘어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금, 자포자기한 청년들이 바로 위험사회가 도래했다는 징후다.

 성경륭 교수는 5개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인구·경제·사회·생태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붕괴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계속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며 생태환경의 악화는 매년 17,000~100,000종이나 되는 생물종을 사라지게 한다. 사회 총체적인 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동시에 그는 이러한 복합적 위기가 계속되면 2100년 이내에 인류문명은 붕괴될 것이라 예측한다. ‘문명 정점 그래프’에 따르면 자원, 인구, 식량, 1인당 받는 서비스 등의 지표가 증가하다가 2020~30년을 기점으로 감소한다. 그래프는 하강하다가 2100년에 최하위를 찍는데 바로 이 지점이 인류 문명이 무너지는 시점인 것이다.

매니저가 아닌 리더의 사회학이 필요
각종 위험으로 둘러쌓인 현대사회에서 사회학이 중요한 이유는 위험사회에서 삶과 사회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로부터 미래를 예측한 콩트의 사회학은 한물 갔다. 콩트는 산업혁명과 정치혁명 등 격변과 사회적 혼란을 겪은 시기에 인간 사회의 일정한 법칙성을 연구해 미래를 예측하려 했다. 이러한 콩트의 사회학은 사회질서에만 초점을 맞추고 사회변동을 간과했다는 한계가 있다.

 현대사회를 변화시킬 힘은 사회변동을 목표로 한 마르크스의 사회학에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는 미래 예측을 기반으로 공산주의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즉, 위험 예방을 위해서는 미래 예측을 토대로 현재의 대안을 고려하는 적극적 상상이 필요하다. 주어진 조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매니저가 아닌 주어진 조건을 넘어 고민하는 리더의 태도가 사회학의 르네상스를 위한 첫걸음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