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에 ‘후오부단싱(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이 말처럼, 최근 우리 대학에 닥친 위기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범훈 전 총장의 구속과 박용성 전 이사장의 검찰소환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주 중대신문은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상징과도 같았다.
 
  대학평의원회에서 제기한 ‘회계 결산’ 문제부터 경영경제대 발전기금 전용 의혹, 그리고 모 대학원장의 비리 문제까지 절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사들이다. 2주 전 중대신문 사설에서 밝힌 ‘편집권’과 관련한 학생기자들의 입장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신문 전면의 행간과 면 구성에서 애써 균형을 잡으려는 신문사의 고심이 엿보였다. 사실 필자에게 가장 의미있게 다가온 기사는 독자가 쓴 지난 호 사설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중대신문의 ‘편집원칙은 정론직필 하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생명은 구성원들의 신뢰와 지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중대신문 기자들의 단호한 의지표명이 반가우면서도 오해를 거둘 수 없었다’는 독자의 의문에 대해 한 점 의혹 없는 해명이 이번 신문에 실렸으면 좋겠다. 
 
  모든 사태가 음양의 양면을 포함하고 있듯 오늘 우리 대학의 위기는 발전과 쇄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중대신문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 위기상황에서 중대신문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학내 대표언론기구로서 누가 보더라도 타당한 조직구조로 복원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와 같이 신문사가 교직원의 감독을 받는 상황에선 구성원의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언론사의 독립적 구조와 함께 편집권의 자율까지 이번 기회에 명확한 모델을 만들었으면 싶다. 
 
  학내에 떠도는 여러 의견들은 제각각 나름의 타당성과 논리를 갖고 있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둘러싸고 진행된 학내 갈등이 어느 순간 재단과 대학본부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으로 바뀌었다. 모든 문제는 여러 사태의 연속과 중첩으로 일어난다. 사태를 단순화해서 어느 누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대안과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는 일은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지만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중대신문이 지금 해야 할 역할은 늪에 빠진 현실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진흙탕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선 옷이 더러워지는 걸 겁내선 안낸다. 때로는 오해도 받고 억울한 질타도 받겠지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이연도 교수
교양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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