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는 짧은 소회
  • 중대신문
  • 승인 2015.05.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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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은 교직의 선생님들이 재학생이나 졸업생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으며 뿌듯함을 만끽하는 날이다. 하지만 요즘 스승의 날을 맞는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치고 마음으로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와 갈수록 멀어지는 교육현장에 암담하기만 하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현장이 성적 경쟁, 입시 경쟁, 취업 경쟁, 순위 경쟁 등에 휩싸여 있어 선생님들이 더는 사람됨을 키우는 스승의 본분을 지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벌 사회에서 자녀의 입신을 위해 쏟는 학부모들의 과잉 열정은 사교육을 지나치게 키워 교실에서 이뤄지는 선생님들의 훈육이 설자리를 잃게 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성적 향상과 대입 공부를 학원에서 해결하며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세태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선생님의 무너진 권위는 공교육의 붕괴로 이어져 교육시스템의 비정상화에 따른 많은 폐해를 우리 사회에 안겨주고 있다. 
 
  대학으로 눈을 돌려봐도 사정이 그리 다르지 않다. 한때 진리 탐구와 더불어 사회의 지성을 배출하는 상아탑으로 일컬어지던 대학은 이제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의 발판이 됐다. 많은 대학에서는 기업적 경영방식을 받아들여 학부모라는 소비자에게 자녀 취업을 위한 최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교육상품화의 논리를 공공연하게 강조하고 있다. 또한, 대학은 국내외 대학 간의 서열 경쟁을 명분 삼아 교수들에게 보다 많은 연구 실적과 연구비 수주를 요구한다. 취업에 저조한 학문 분야에 대한 통폐합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이 같은 대학 구조개혁의 열풍 속에서 업적 경쟁에 내몰리는 교수들은 논문 제조 또는 연구 프로젝트의 달인으로 변신하여 A등급으로 인정받거나, 반대로 본연의 학문 탐구와 제자 지도를 고집해 D등급의 무위도식자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근래엔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취업학원으로 변질되어 참된 배움이 사라진 대학교육을 질타하며 ‘떳떳하게’ 자퇴하는 가슴 아픈 일이 연이어 벌어지기도 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각급 학교의 선생님들이 놓인 처지를 돌아보면 참으로 우울해진다. 교육이 수단화되는 현실 속에서 선생님들이 스승의 본분을 지키기가 난망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교사나 교수를 대하는 주위 시선 역시 정년 보장이나 후한 퇴직연금 등이 주어지는 좋은 직업으로 부러워할지언정 이들이 맡은 교직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를 찾긴 어렵다.
 
  하지만 교육현장에 어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도 제자들이 잘 되길 바라는 선생님의 애틋함은 한결같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선생님들도 제자 사랑을 실천하기 전에 안일하거나 부족한 점을 성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들이 갑갑해하는 교육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뀌어 그들이 신명 나서 가르치는 교단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병훈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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