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자가 맡게 된 경영경제대의 발전기금 관련 기사는 취재가 쉽사리 끝이 날 줄을 몰랐습니다. 몇몇 외부언론을 통해 보도된 예민한 사안인 만큼 정확한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죠.

 가장 처음으로 취재를 한 사람은 2013년 당시 경영경제대 학장이었습니다. 당시 학장은 교수들에게 경영학부의 발전기금을 신축건물의 건설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몇몇 교수들은 이를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이와 관련해 당시 학장은 “교수들의 동의를 꼭 받을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해당 기부자들에게 동의를 받는다면 발전기금 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어서 기자는 일반 교수들에게 연락을 돌렸습니다. 취재에 응한 몇몇 교수들은 전 학장과 현 학장의 일방적인 발전기금 전용 추진이 매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은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를 꺼렸습니다. 익명처리를 보장한다는 약속과 간곡한 요청이 있은 후에야 교수들은 제 생각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죠.

 몇몇 교수들은 오래전부터 경영학부를 위한 건물을 짓기 위해 기금을 모아왔으며 이러한 발전기금 전용에 관해 동의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경영학부의 한 교수는 “예전부터 교수들이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후원자도 모으는 등 여러 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수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개인에게 해가 될까 우려하여 크게 반발하고 나선 교수는 몇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취재를 마친 후 기자는 경영경제대가 발전기금 전용을 교수들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추진하였다는 것이 문제인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분명 교수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점이 있었죠.

 발전기금의 전용은 기부자의 동의를 얻기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발전기금의 사용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교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도 학칙에 어긋나지는 않죠.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과연 교수들, 기부자들이 학교를 믿고 기금모금과 같은 사업에 적극 동참할까요? 법적 절차에서는 부족한 것이 없을지 몰라도, 한 곳에 소속된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리더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구성원들의 신뢰가 하락하고 결국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하위 구성원들에게 결정사항을 전달하기만 하고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인 구조에서는 올바른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것입니다. 좋은 의도, 한뜻으로 모인 기금인 만큼 모든 구성원들이 기분 좋은 방식으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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