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로 중앙대에 온 지 27년째 접어드는 평교수다. 지난 2월 전체교수회의 이후 대학본부가 발제한 선진화 계획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있는 많은 집단들 간에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대다수의 중앙인은 불편한 시기를 감수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중앙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중앙인이 많이 있는 게 현실이다. 
 
  퇴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교수가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얼마나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부임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되어 나의 생각을 감히 밝히고자 한다.
 
  중앙대에 온 이후 내가 느낀 중앙대의 학문체계는 기능을 생각지 않는 무기력한 학문의 집합체일 뿐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인가? 두산그룹이 들어오면서 학과가 통·폐합되고 대학이 구조조정되고 연봉제가 실시되고 교수들의 업적평가가 강화됐다. 여기서 누가 쇄신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자. 중앙대가 사회에 던진 강력한 메시지에 학교에 대한 세간의 평가뿐 아니라 교육환경도 좋아졌다고 나는 적어도 26년 전과 비교하여 말할 수 있다. 개혁의 당위성은 논의조차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개혁의 질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선진화 계획은 심각한 논의 끝에 학교당국에서 발표한 것으로 믿고 싶다. 적어도 즉흥적인 의사결정의 결과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엽적인 파열음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얼마든지 구성원들의 합의하에 행정적으로 교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복수 학수코드를 가진 보다 나은 교과목들이 개발되고 이것이 학생들에게 제공된다면 다른 극점에 있는 학문들 간의 교류는 활성화 될 것이라 희망한다. 인문학의 창의성과 순수학문의 소중함을 아는 학생들은 찾아가서 그 과목들을 수강할 것이다.
 
  현 체제 하에서 교양과목에 묶여 있기만 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주옥같은 과목들이 졸업을 위한 부차적인 과목들로 학생들에게 치부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선진화 계획이 인문학과 순수학문을 발전시키고 그 장점이 기술적인 학문을 연구하는 공과대학이나 경영대학 등의 학생들에게도 접목되기를 바랄 뿐이다. 종합적인 덕목을 가진 전문인을 배출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분명 선진화 계획은 중앙대의 구성원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게 두 달간 선진화 계획을 보아온 나의 생각이다.
 
  이 글은 물론 나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그 누구에게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의 생각이 나쁘지 않고 미래지향적이길 바란다. 더불어 최근의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고 중앙대가 다시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로에 대한 질책은 하되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개혁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는 다 안다.
 
김영일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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