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뒤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5.05.1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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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고민 예술철학으로 나누기
인간이 피워낸 가장 아름다운 꽃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현대사회에서, 특히 한국에서 외모는 예술만큼 치열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이다. 각종 화장술과 성형술은 가히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예술에 이르지 못하고 도태되는 사람들도 있다. 외모에 대한 이들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을 궁구한다는 점에서 외모 문제와 닿아있는 예술철학을 통해 답을 찾고자 했다. 
 
▲ 예술철학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이은주 교수
 

미와 아름다움은 다른 개념

개체성과 조화 같이 추구해야

 
  당연히 실재하는 듯 여기지만 따져보면 실체가 모호한 것들이 있다. ‘미(美)’도 그렇다. 특정 외모에 끌리긴 하지만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본질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다. 머릿속에선 갖가지 예쁜 얼굴들을 나열해도, 그것들을 관통하는 무언가는 잡히지 않는다. 단순히 이목구비의 모양이나 비율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미에 대한 학문, 예술철학을 연구하는 이은주 교수(중앙대 교양학부대학)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쁘다는 건 무엇인가요.
“흔히 ‘Beauty’에서 유래한 ‘예쁘다’라는 단어는 ‘미’와도 상통하는데 주로 서양에서 정의하는 개념이에요. 미에 대한 연구는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됐는데요. 당시 미를 본질로 하는 예술은 ‘테크네(Techne)’, 즉 일정한 논리와 규칙을 갖춘 제작 기술의 범주로 구분됐다가 후에 아트(Art)로 의미의 층위가 변했어요.”

-어떻게 변화했나요.
“보다 이성적인 논리학, 수사학 등은 학문영역으로, 실용적인 가구, 공예 등은 도구적 영역으로 구분했어요. 그러면 우리가 현재 아트(Art)라고 부르는 영역이 남게 되죠. 아트는 곧 학문이나 실용이 아닌 미를 추구하는 분야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시기 독일에서는 본격적으로 미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해요. 미학의 어원은 ‘Aisthesis’로 ‘느낌’이라는 뜻이거든요. 즉, 느낌을 보편적인 학문적 영역으로 설정하는 거예요.”

-그 느낌은 어떻게 인지할 수 있죠.
“미는 감성의 영역이에요. 이를테면 시각으로 보는 감각행위를 통해 감성이 작용합니다. 우리가 꽃을 볼 때 꽃이 담지하고 있는 미가 눈을 자극해 ‘꽃이 참 예쁘구나’하고 느끼는 거죠.”

-학문으로 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학문은 논증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편성을 가질 수 있어요.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미와 추의 경계를 논하고 정하는 원리를 설정하죠. 한마디로 주관적인 미의 기준틀을 객관화하는 것이 미학입니다.”

-우리가 미를 판단하는 과정을 알아내려는 거군요.
“서양 문화권에서 미는 규명해야 할 대상이에요. 꽃을 바라보는 주체가 있고 미를 담은 꽃이 대상으로 존재해야 하죠. 저 꽃이 예쁜지 판단하는 과정은 주체가대상에 미가 있는지 없는지 분류·판단하는 거예요. 즉, 주체와 대상에는 인식론적으로 좁혀지지 않는 강이 존재하는 셈이죠.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에서 미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오히려 미의 기준은 상상이상으로 상대적이에요.”

-각 시대나 문화권마다 미인상이 다르게 제시되곤 하죠.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에서 보면 제우스의 부인 헤라, 지혜의 여신 아테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등장해요. 가장 아름다운 여신들인 만큼 당대의 바로크 시대의 미인상을 반영했지만 실제 보시면 실망스러워요. 뚱뚱해서 오늘날 우리의 미감으론 여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시대를 꿰뚫는 보편적인 미의 기준은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TV에서 연예인의 얼굴을 분석하며 비율을 제시하더라고요. 눈과 눈 사이의 거리, 코와 얼굴의 길이 등을 재며 마치 예쁜 얼굴에는 마법의 비율이 존재하는 듯 이야기했어요. 비율이 미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경향은 과거에도 보편적이긴 했어요.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들은 철저하게 황금비율(1:1.618)을 고려해 만들어졌거든요. 얼굴을 비롯해 신체 전체를 황금비율에 맞게 조각했죠. 이는 당시 플라톤주의에 따른 영향입니다.”

-플라톤주의와 비율은 무슨 상관이 있나요.
“플라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형, 즉 ‘진짜’가 이데아(Idea)에 존재한다고 봤어요. 현실은 그것을 본뜬 모사품에 불과하죠. 이데아에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것들을 인식하기 위해선 이성을 사용해야 했어요. 마치 종이에 수많은 삼각형을 그려도 가장 이상적인 삼각형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완벽한 비율을 조각상에 구현하려고 노력한 거예요. 이데아의 완벽함을 담으려는 염원으로요.”

-그럼 비율을 완벽한 미의 기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요.
“미감과 관련이 있는 비율이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어요. 실제로 신용카드나 명함, 예전 아이폰 액정까지 황금비율을 고려해 만들잖아요. 눈이 인식하기 편한 비율은 존재하는 거죠. 그러나 외모에서 좋은 비율이 곧바로 미감과 연결되지는 않아요. 단순히 비율만 따지기엔 미감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황금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아름다운 예쁜 외모가 존재하고요.”

-갓난아기들은 보기 좋은 외모를 알아볼 수 있다고들 하던데요.
“진화생물학에서는 태생부터 직관적인 미적 기준을 갖춘다고 주장하기도 해요. 외모를 사회적 경쟁력으로 여기는 현실에서 자연선택이 이뤄지니까요. 진화를 위해 탁월한 미에 대한 정보가 유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아기들의 미감은 생각보다 늦게 형성돼요.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받은 결과로 미적 기준이 세워지거든요. 미감 형성은 심지어 도덕감 형성보다 늦습니다. 아기가 미추에 상관없이 엄마의 외모에서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경직된 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미인, 미남의 전형이 존재하죠. 큰 눈, 오똑한 코, 날렵한 턱과 같이요. 서양에서 미를 인식하는 방식의 전형처럼 미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회적으로 형성된 특정한 ‘미’의 조건들을 대상에서 찾아 헤매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하게 되죠.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외모의 추구는 ‘개체성’을 무시한다는 문제점을 담고 있어요.”

-개체성이 왜 중요한 건가요.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이거든요. 아름다움은 ‘아름’과 ‘다움’으로 구성되는 말이에요. ‘한 아름’에서 유래한 아름은 개인이 두 팔을 벌려 담는 전체라는 의미에요. 사람마다 세상을 이해하는 범위와 깊이가 다르니까 모두에게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개체성이 강조된 거죠. 반면 다움은 어우러짐의 의미에요. 전체로서 잘 조화된 상태를 일컫는 거죠. 그래서 아름답다는 말은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를 말해요.”

-서양에서 정의한 미와는 차이가 있네요.
“서양에서 사용하는 미의 개념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파악되죠. 대상을 다른 것에서부터 분리해서 미를 관찰해야 해요. 그러나 아름다움의 개념에서는 대상을 전체와의 조화 속에서 파악하죠. 그래서 아름다움은 미보다 능동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주변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화해야하니까요. 그래서 ‘잘’있기, ‘잘’되기, ‘잘’살기로 나타나는 개념이에요.”

-미와 아름다움을 각각 서양과 동양 사상의 특징이 반영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나요.
“서양이 대상의 개체적 특징을 파악하려하고, 동양이 전체적인 관계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그런 측면이 있어요. 그러나 서양에도 동양의 아름다움과 같은 개념이 있어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함(Arete)의 개념을 말했는데요. 이는 한 개체가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활발하게 발휘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그리고 이 탁월함은 타인과의 관계성 사이에서 실현될 수 있어요. 아름다움과 비슷하죠. 예를 들어 볼까요. 어떤 여배우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공효진이 가장 예쁜 것 같아요.
“방금 대답은 아마 대상의 미모, 즉 앞서 정의한 미가 빼어나다고 봤기 때문일 거에요. 근데 이건 어떨까요. 세계적인 여배우 오드리 햅번은 사후에 ‘아름다운 배우’라고 불리곤 해요. 일반적으로 ‘그 배우 진짜 아름다워’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당시 헐리우드를 휩쓸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는데 죽기 전에 모두 기부하고 생을 마무리했어요. 그것도 소말리아에서 굶어죽는 아이들을 보살피다가요. 여기서 우리는 오드리 햅번을 아름답다고, 또는 ‘탁월함’을 발휘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자신을 빛내면서도 타인과 어우러지며 조화를 추구하는 삶을 보여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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